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몬테 크리스토>- 배신의 드라마가 달콤한 것은 복수의 짜릿함때문이다.

쭈니-1 2009. 12. 8. 14:19



감독 : 케빈 레이놀즈
주연 : 제임스 카비젤, 가이 피어스
개봉 : 2002년 3월 15일

한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성실했으며, 정직했죠.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 곧 결혼 할 예정이었으며, 세상에 둘도 없는 진정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비록 가난했지만 행복했고, 떳떳했던 그는 그러나 믿었던 친구의 모함으로 13년동안 지옥과도 같은 감옥에서 치욕의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가 바로 영화 <몬테 크리스토>의 주인공인 에드몬드 단테스입니다.
전 배신과 복수의 드라마를 무지 좋아합니다. 믿었던 사람한테 배신당하고 밑바닥 인생까지 추락하며 복수를 꿈꾸다가 결국엔 화려하게 복수에 성공하지만 남는 것은 허무뿐이다... 뭐 대강 내용은 이렇게 흘러가죠. 좀 뻔하죠? 그런데 희안하게도 복수극이라면 스토리가 뻔한데 전 자꾸 보게 됩니다.
예전에 TV 드라마 중에서도 <청춘의 덫>이라던가 <태양은 가득히>처럼 돈과 출세를 위해 사랑을 배신했던 남자에 대한 여자의 비극적인 복수극은 꼭 빼놓지않고 시청했었습니다. 결말이 뻔한데도 말이죠. ^^ 그 정도로 전 복수극이라면 환장을 하죠.
그런데 이 영화에는 제가 좋아하는 그 모든것들이 있습니다.
친구의 배신으로 밑바닥까지 추락한 한 남자의 이글거리는 복수심이 있으며, 극적인 복수 드라마까지 마련되어 있으니 더 이상 바랄것이 없죠.
자! 그러면 이제부터 에드몬드 단테스라는 한 청년의 처절한 복수극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에드몬드 단테스. 그는 순진할 정도로 착했고 사람을 잘 믿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하필 대역죄로 감금되어 있던 나폴레옹을 만나게 됩니다. 나폴레옹은 그의 사람됨을 알아보고 그에게 부탁을 하죠. 편지를 친구한테 전해달라고... 하지만 그 편지엔 섬을 탈출하려던 나폴레옹의 음모가 담겨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을 믿었던 그는 편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그의 둘도 없는 친구인 페르난도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는 에드몬드의 약혼녀인 메르세데스을 빼앗기위해 젊은 관리에게 에드몬드를 밀고합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시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 방대한 량의 소설을 짧은 영화안에 집어 넣으려면 어쩔수 없는 일이었겠죠. 그 덕분에 이 영화는 관객에게 지루할 틈도 주지 않고 한남자의 추락을 빠른 속도로 그려 나갑니다.
믿었던 죽마고우였던 페르난도의 배신... 에드몬드는 절규합니다.
"도대체 왜..."
그러나 페르난도는 태연하게 말하죠.
"좀 복잡해..."
배신의 이유도 찾지 못한채 에드몬드는 샤또디프라는 지옥과도 같은 감옥에 투옥됩니다.
햇빛조차 볼수없고 이야기 할 상대조차 없는 칠흑같은 감옥에 앉아 그가 할수있는 일이라고는 자신을 배신한 친구를 원망하는 것과 이 모든 것에 체념을 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한 친구를 만나게 되죠. 그의 이름은 아베 파리아... 그는 에드몬드보다 더 오랜 세월을 이 지옥과도 같은 감옥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희망을 잃지않고 탈출을 기도합니다.
이제 에드몬드는 그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되죠.
잊고 있었던 복수심과 함께...
이런 너무 영화의 줄거리만 나열한 꼴이 되었군요.
하지만 저는 초반에 정신없이 이 영화속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런 복수극의 경우 주인공이 처참하게 배신을 당할수록,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지옥같은 곳에서 복수를 결심할수록 후반부 복수의 짜릿함은 더해집니다.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에드몬드가 절박한 표정으로 왜 자신을 배신하는 것이냐며 물을때 그는 아주 태연한 표정으로 좀 복잡한 이유라며 미소를 보입니다. 저는 그때 한 남자가 그토록 얄미워 보였던 적이 없었습니다.
<메멘토>에서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였던 가이 피어스가 저렇게 얄밉게 보여지다니...    


 

 

  
영화는 이제 에드몬드가 어떻게 이 지옥같은 곳에서 탈출하여 복수를 계획하는지 보여줍니다.
영화속에선 1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지만 관객에겐 단지 몇십분의 시간이 흐를 뿐이었죠.
그것이 이 영화뿐만 아니라 방대한 원작을 가지고 있는 영화들의 단점입니다. 복수극이라는 그 장대한 계획을 설명하기에 영화는 그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죠. (그래서 전 드라마속 복수극을 좋아합니다. 드라마는 무지 길거든요. 그래서 장대한 복수극을 아주 조금씩 감칠맛나게 보여줄 수 있죠.)
그래서 글조차 모르던 에드몬드가 탈출을 계획하며 파리스에게 글도 배우고 경제, 정치 그리고 칼싸움 실력까지 폭넓은 지식을 배웠다는 것이 잘 표현되지 않죠. 그렇기에 그가 탈옥하고 갑자기 유식한 백작이 되었을때 난데없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2시간만에 한남자의 13년에 걸친 복수극을 보려면 그 정도는 이해해야죠.
암튼 에드몬드는 조금 뻔해보이는 방법으로 탈출에 성공하고 숨겨졌던 보물을 찾아 대부호가 됩니다. 이제부터 달콤한 복수극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죠.
전 영화를 여기까지 봤을때 일단 정신을 가다듬었습니다. 제가 봤던 그 수많은 복수극 중에서도 이 영화의 에드몬드처럼 처절한 상황에 처했던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과연 에드몬드의 복수는 얼마나 달콤할까?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에드몬드는 말합니다.
"죽음은 그들에게 너무 관대하다."라고...
그는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들에게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이 들정도의 처절한 복수를 결심한 겁니다.


 

 

  
그가 복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때에는 이미 영화의 상당부분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습니다. 그만큼 시간이 촉박했죠.
저는 조금씩 올가미를 조이는 듯한 그런 복수를 원했지만 이 영화에는 그럴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에드몬드가 막대한 부를 앞세워 변신한 몬테 크리스토백작이라는 새로운 인물은 빠르게 복수를 완성시켜 나갑니다.
우정을 배신했던 친구 페르난도와 자신의 결백을 알면서도 그의 입을 막기위해 감옥에 보냈던 젊은 정부 관리... 그리고 페르난도와 함께 에드몬드의 모함을 주도했던 그의 옛 동료와 자신을 기다리지않고 페르난도의 품에 안긴 약혼녀 메르세데스까지...
이런 복수극의 경우 사랑이라는 어쩔수없는 감정때문에 주인공들은 망설이기도 하죠. 이 영화의 에드몬드 역시 그렇습니다.
그가 그토록 증오하던 페르난도는 이미 그의 사랑이었던 메르세데스의 남편이었으니 너무나도 괴로웠겠죠. 하지만 사랑보다는 복수심이 그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에드몬드는 가차없이 사랑하는 여인을 뿌리칩니다. 복수를 위한 하나의 장애물을 넘은 셈이죠. 하지만 뜻밖에 새로운 장애물이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부자간의 사랑이라는 뜻밖의 장애물이...


 

 

    
솔직히 복수가 시작되면서 이 영화는 약간 맥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에드몬드가 빠졌던 절망의 나락이 컸기에 그 복수는 치밀하고 잔인할거라고 믿었었는데 치밀함을 설명하기엔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너무 짧았고 잔인함을 설명하기엔 원작이 너무 점잖았죠.
그리고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의 아주 전형적인 라스트를 향해 치닫습니다.
왜 꼭 악인은 마지막에 살수있는 길을 포기하고 주인공에게 대들다가 스스로 죽음을 당하죠?
마치 주인공은 너무나도 관대하게 악인을 살려주려 했지만 그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다는 식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에드몬드의 복수극이 나의 욕구를 채워주지못해 못내 아쉬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멋진 영화를 본 느낌입니다.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너무 아쉽게만 느껴지더군요. 요즘 3시간이 훌쩍 넘는 그런 영화들도 많은데...
이 영화를 보고 제가 결심한 것은 어여 빨리 서점에가서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책을 사서 읽어야 겠다는 것입니다.
영화가 표현하지 못했던 에드몬드의 그 치밀한 복수가 어떤 것인지... 책을 유난히 싫어하기는 하지만 (특히 두꺼운 고전 소설) 이 책만은 꼭 읽어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