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아메리칸 갱스터] - 이것이 바로 리얼 범죄 드라마이다!

쭈니-1 2009. 12. 8. 20:38

 

 


감독 : 리들리 스콧
주연 : 덴젤 워싱턴, 러셀 크로우
개봉 : 2007년 12월 27일
관람 : 2007년 12월 28일
등급 : 18세 이상

회식 중간에 영화를 보기 위해 뛰다.

사실 전 술을 그리 잘 마시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한번 술자리에 가면 절대 중간에 먼저 집에 가지 않습니다. 술자리가 완전히 끝이 나면 그때서야 자리를 뜨죠. 덕분에 구피는 제가 술 약속이 있을 땐 새벽녘까지 기다리곤 합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습니다. 회사 송년회 겸 회식을 위해 삼겹살에 소주를 열심히 마셨고, 어느덧 알딸딸하게 취해버렸죠. 2차로 직원들이 호프집에 갑니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무조건 GOGO를 외쳤겠지만 그날은 남들 몰래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 이유는 구피가 영화보자고 절 꼬드겼기 때문이죠.
[아메리칸 갱스터]가 너무나도 보고 싶은 마음에 달콤한 맥주의 유혹을 뿌리치고 회식 중간에 집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그렇게 술자리를 뿌리치며 영화를 보겠다는 강한 의지로 [아메리칸 갱스터]를 봤습니다.
[아메리칸 갱스터]를 보기 위해 극장에 들어간 시간은 새벽 12시. 제 뒷좌석의 아저씨는 코를 골며 자고 있고, 1차로 마셨던 소주가 슬슬 제 속을 뒤집어 놓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또 얼마나 길던지 새벽 2시가 넘었건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취기가 극치에 치달아 이젠 잠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칸 갱스터]는 12월 한 달 동안 제가 봤던 8편의 영화중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결코 객관적으로는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주관적으로는 제가 기대했던 그대로의 모습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었으며,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의 연기력은 취기가 올라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제 눈 커플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제공해 줬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니 어느새 술이 확 깨져 있더군요. 생존을 위해, 신념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그래서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워야했던 프랭크 루카스(덴젤 워싱턴)와 리치 로버츠(러셀 크로우). 그들의 리얼 범죄 드라마가 그렇게 절 설레게 했습니다.


 

 


범죄 액션도, 범죄 스릴러도 아니다. 범죄 드라마다.

[아메리칸 갱스터]는 범죄 드라마입니다. 1968년, 베트남전의 혼란한 상황을 틈타 직접 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마약 밀수하여 고순도 마약을 싼 가격으로 판매하며 2억 5천만 달러의 부와 명예를 쌓았던 실존 인물인 프랭크 루카스와 실체가 없던 프랭크 루카스를 잡기위해 고군분투했던 리치 로버츠 형사의 실화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아메리칸 갱스터]에서 추구했던 것은 바로 그러한 사실적인 스토리였던 듯합니다. 좀 더 영화적인 재미들이 충분히 추구될 수 있었으면서도 이 영화는 아주 조용히 물 흐르듯이 흘러만 갑니다.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와 같은 심장을 뛰게 만드는 총격씬도 없습니다. 브라리언 드 팔마 감독의 [언터처블]같은 숨 막히는 스릴로 없습니다. [아메리칸 갱스터]가 미국에 개봉할 당시 평론가들에 의해서 제 2의 [대부]라고 불리었던 이유는 최대한 과장된 액션과 영화적 재미를 위한 스릴을 배제하고 그저 프랭크 루카스라는 인물의 흥망성쇠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잡아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요즘처럼 영화들이 흥행을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아메리칸 갱스터]는 오히려 범죄 드라마의 정공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메리칸 갱스터]의 정공법은 어떤 분들에겐 한없이 지루한 영화가 될 것이며, 또 어떤 분들에겐 오랜만에 리얼 범죄 드라마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아직 [아메리칸 갱스터]를 보지 못한 분이라면 이 점을 유념하셔야 할 듯...


 

 


완전한 선도, 악도 없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언터처블]은 마피아 대부 알 카포네(로버트 드니로)를 잡기위한 FBI 엘리엇(케빈 코스트너)의 활약상을 담았습니다. [언터처블]에서 엘리엇은 절대선이고, 알 카포네는 절대악이었습니다.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에서는 LA의 강력계 형사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와 범죄자인 닐 맥컬리(로버트 드니로)의 대결을 담았습니다. 세기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는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의 카리스마 대결만큼이나 영화 자체가 단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아메리칸 갱스터]의 [언터처블]과 [히트] 대신 [대부]를 선택했습니다. 갱스터 무비의 불후의 걸작이라 할 수 있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대부 3부작]은 꼴레오네 집안의 흥망성쇠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잡아냅니다. 주인공인 돈 끌레오네(말론 브란도, 로버트 드니로)와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는 선도 악도 아닙니다. 단지 살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며, 그것이 바로 범죄였을 뿐입니다.
[아메리칸 갱스터]는 처음엔 [언터처블]과 [히트]의 중간 형태를 보여줍니다. 잔혹한 마약상인 프랭크를 잡기위한 리치의 활약상인 듯 보였던 이 영화는 곧이어 프랭크와 리치의 대결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프랭크의 몰락을 다룬 영화입니다. 그는 흑인이라는 약점을 딛고 단지 살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이 배운 것들을 했으며 그것이 마약상이었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절대악으로써의 프랭크도 없으며, 프랭크와 리치의 팽팽한 대결도 싱겁게 끝이 납니다.


 

 


이것이 바로 리얼 범죄 드라마이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공동으로 쳐부셔야할 절대악으로써의 프랭크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프랭크와 리치의 팽팽한 대결도 부족했지만 조용히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했던 두 남자의 일상이 보일 것입니다.
프랭크는 어렸을 때부터 뉴욕 할렘가의 보스 범피의 밑에서 보스가 되는 법을 배웠습니다. 한 가정의 장남으로 가족을 부양할 책임이 있는 그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범피의 뒤를 잇는 것뿐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정직하게 살기위해 노력했던 리치는 자신의 정직 때문에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했으며, 가족들에겐 버림을 받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정직이 옳았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으며 그러한 욕망이 실체조차 없는 할렘가의 마약상을 잡겠다는 의지로 표명됩니다.
그들은 서로 적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동료입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마지막에 프랭크와 리치는 서로의 손을 잡습니다. 프랭크로써는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며 그가 살던 방식이었습니다.
리치 역시 마지막 칼날을 범죄자가 아닌 부패한 동료들에게 겨누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그의 애초 목표가 정직한 자신에 대한 보상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정직하지 못한 동료들에 대한 응징은 당연한 귀결이죠.
프랭크는 몰락하고 프랭크와 리치는 적에서 동료가 됩니다. 이상하다고요? 다른 멋진 범죄 드라마에 비해 그들의 선택이 비열하다고요? 제가 보기엔 아닙니다. 그것이 그들의 현실이며, 그렇기에 이 영화는 리얼 범죄 드라마의 걸작 계보를 이을 수 있는 것입니다.


 

 


 



IP Address : 211.226.191.121 
길가던행자
해피 뉴이어~~~좋은새해 돼세요~~ㅋ;;이영화는 벌써 디빅급화질이 돌아다니더군요;;;뭔가대단한;;그나저나....쭈니님글 보다보면 개인적으로 관심없던 영화도 뭔가 재밌을듯한 느낌이 든다는 새해돼자마자 들왔습니당 ㅋ >_<b!!
 2008/01/01   
액션영화광
이거 보고싶지만..... 내정한 한단어... [청소년관람불가]
그래서 좋은 화질은 아니지만 다운받았다는(불법)... ㅠㅠ

하지만 덴젤 워싱턴에 연기는 좋았어요...
액션이 적어 그랬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였음^^
 2008/01/02   
쭈니 극장에서 보신다면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의 연기력이 몸에 와닿을지도...
전 무척 좋았습니다. 구피도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제 주위의 분들은 코를 골며 주무셨지만... ^^
그런데 이게 왜 청소년관람불가인지... 흑인 여성들이 옷을 벗고 마약을 제조해서 그럴까요? 그런 장면은 별로 야하게 느껴지지도 않을텐데... ^^;
 2008/01/02   
액션영화광
리틀리 스콧 감독이 감독상을 하나도 못받았는데 이번 2008 골든글로브 감독상 수상이 유력하다는 군요 ㅎㅎ 꼭 받길 바랍니다^^  2008/01/04   
쭈니 리들리 스콧 감독은 명성에 비해 상복은 별로 없는 감독에 속하죠. 이번에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마도 감독 본인은 골든글로브보다는 아카데미를 노리고 있을지도... ^^  2008/01/04   
바이올렛
'디파티드'와 '갱스 오브 뉴욕'을 보면서 이게 바로 '미국'의 모습이구나.. 느꼈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훨씬 더 강하게 느꼈어요. 그들의 냉정한 액션을... 이 영화에는 냉정에 '냉철'이 더해진 느낌이랄까... 정말 사정없이(?) 냉철한 영화였어요. 스콜세지의 영화보다 더 멋진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멋진 영화에요. 기름기 쪽 빠진 느낌. 리들리 스콧, 이 미국 할아버지, 정말 예리한것 같아요.  2008/01/06   
쭈니 리들리 스콧은 언제나 대단했죠. 좋아하는 감독중의 하나입니다. ^^; 특히 이 영화의 경우는 냉정하고 무미건조하면서도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이더군요. 저도 정말 좋았습니다. ^^  2008/01/06   
ssook
길고 긴 영화였구나.........라는게 가장 첫 느낌이었어요.
솔직히 이런 류의 영화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지라..
근데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돋보이더라구요.
덴젤훠싱턴은 두말 할것 없고, 아주아주 비호감이던 배우 러셀 크로우가 호감으로 살짝 바뀔 정도로...
단지 약간 바란게 있다면 조금 스피드가 있었다면 .... 이였어요.
 2008/01/07   
쭈니 좀 길긴 했죠. ^^
그래도 ssook님의 말씀대로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여서 저도 영화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나봅니다. ^^
 2008/01/07   
mero
드디어 봤어요 ^^ 이 영화는 진짜 보면서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 전혀 안 느껴지더라구요 ^^ 끝나면서 아 감독이름이 뭐였지 하는데. 리들리 스콧이라고 떡하니 나오는 엔딩크레딧 ㅎㅎ 재미있는 영화가 요새 많네요 ^^(작년에는 영화랑 담을 쌓은 --;)  2008/01/22   
쭈니 덧글을 좀 늦게 발견했군요. ^^
저도 구피도 이 영화의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답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잘 조절된 영화였다고나할까요.
요즘은 비수기, 성수기 할것 없이 재미있는 영화들이 넘쳐납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
 2008/02/16   
이빨요정
너무 디테일하게 파고들어서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 영화였습니다.
제가 기대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요근래 나온 영화들 중에서는 걸작은 분명한 영화같습니다. 아주 만족입니다. 배우와 감독의 이름값을 하는 영화입니다.
 2008/06/27   
쭈니 네, 오락영화가 아니었던만큼 분명 지루할수도 있는 영화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리얼 범죄 드라마로써 대단한 멋을 갖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2008/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