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어거스트 러쉬] - 음악이라도 좋은 게 어디냐?

쭈니-1 2009. 12. 8. 20:38

 

 


감독 : 커스틴 쉐리던
주연 : 프레디 하이모어, 케리 러셀,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로빈 윌리엄스
개봉 : 2007년 11월 29일
관람 : 2007년 12월 27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처음으로 영화 데이트 신청을 받다.

세상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보자는 사람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혼자 영화 보는 것이 싫어서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영화를 못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제게 영화 함께 보자는 사람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천사 같았습니다. 요즘은 혼자 영화 보는 것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는 영화 보자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좋습니다. ^^
얼마 전 소라빵님이 영화를 함께 보자고 데이트를 신청하셨습니다. 당연히 저는 무조건 OK였죠. 특히 요즘은 구피가 너무 바빠 함께 영화를 못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 편이지만 함께 영화를 볼 사람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필 소라빵님과 함께 영화 보기로 한 날, 유난히 회사일이 바빴고, 하루 종일 외근을 나가야했던 저는 거의 퇴근직전에야 회사에 들어올 수가 있었습니다. 소라빵님이 보고 싶다는 영화인 [어거스트 러쉬]를 서둘러 영화를 예매하기 위해 CGV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웬걸... 개봉한지 한 달이 넘은 영화라서 좌석이 넉넉할 줄 알았는데 거의 매진 직전이더군요. 어쩔 수 없이 거의 앞에서도 구석진 좌석으로 예매를 끝내고 서둘러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CGV 용산에서 처음 만난 소라빵님은 예상외로 풋풋한 꽃미남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제게 고맙게도 영화 데이트 신청을 해준 소라빵님께 맛난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싶었지만 영화 시간이 늦어 팝콘과 콜라로 굶주린 배를 채워야 했고, 영화가 끝난 후엔 너무 늦은 시간 때문에 서둘러 헤어져야 했습니다.
소라빵님, 죄송합니다. 예매가 늦어 영화도 앞좌석에서 보게 하고, 식사 대접도 못하고, 맘 같아선 성대하게 대접해드리고 싶었는데... 다음번엔 꼭 이번에 못 사준 것까지 합쳐서 맛난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


 

 


한 달 동안 인기를 끄는 이유가 있었다.

전 웬만하면 보고 싶은 영화는 개봉하는 주에 봅니다. 그 이유는 첫 번째, 개봉 첫 주가 지나고 나면 흥행을 못한 영화일 경우 스크린이 대폭 줄어들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힘들어지고, 두 번째, 영화가 개봉하고 한 주가 지나면 그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어쩔 수 없이 듣게 되어 영화에 대한 제 주관적인 감상이 방해를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라빵님이 보고 싶다던 [어거스트 러쉬]는 개봉한지 한 주가 아닌 거의 한 달이 지난 영화였습니다. 한 달이 지나도록 극장에서 아직도 상영한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평일 저녁 시간대의 영화가 거의 매진 직전이라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입니다. [어거스트 러쉬]를 예매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영화를 예매하며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아직도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그것도 평일 매진으로 상영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맨 앞좌석까지 관객들로 꽉 들어찬 극장에서 드디어 [어거스트 러쉬]를 봤습니다. 둿 좌석을 선호하는 제가 거의 앞좌석을 앉았으니 고개도 아프고, 자세가 불편하니 영화에 집중하기도 힘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어거스트 러쉬]는 꽤 재미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대형 스타가 나오지 않으면서도 한 달이 넘도록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더군요.


 

 


음악은 하나다.

먼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음악이었습니다. 특히 초반, 라일라(케리 러셀)와 루이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음악이 교차되는 장면에선 온 몸에 찌릿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클래식과 록이라는 전혀 상반된 음악 장르가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은 [어거스트 러쉬]의 최고의 장면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그 이후에도 음악으로 제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에반(프레디 하이모어)이 위저드(로빈 윌리암스)의 소굴에서 처음으로 기타를 치는 장면과 에반이 교회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클라이맥스인 야외 음악회 장면 등은 이 영화의 음악이 영화적 재미와 긴밀하게 연결되며 얼마나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물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프레디 하이모어의 연기입니다. 가족 영화가 동물이나 어린 아역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귀여운 돌물이나, 어린 연기자들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스타 배우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프레디 히이모어도 그러합니다. 스타급 배우라고는 조연인 로빈 윌리암스가 전부인 이 영화에서 프레디 하이모어의 귀여운 연기는 스타급 배우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합니다. 그가 울고 웃을 때마다 그 감동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지고 관객은 자연스럽게 감정의 무장이 해제되며 영화에 동화되는 것입니다. 결국 [어거스트 러쉬]가 겨울 블록버스터가 난무하는 12월에도 굳건하게 스크린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음악과 프레디 하이모어의 힘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음악이라도 좋은 게 어디냐?

하지만 프레디 하이모어의 연기가 이 영화의 음악의 힘과 더불어 더욱 막강한 힘을 발휘했음을 감안한다면 [어거스트 러쉬]에서 음악을 빼고나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스토리는 평이하고, 우연은 남발됩니다. 이 모든 것을 에반이 음악천재이며, 음악이 기적을 일으켰다고 설명합니다.
영화를 볼 때 스토리를 중요시 여기는 저는 이런 우연이 남발하는 스토리를 보며 '말도 안 되'라고 분노하다가도,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그래, 음악이라도 좋은 게 어디냐!'라며 분노가 스르르 녹아버리고 맘맙니다.
지난 2주 동안 8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대형 멀티플렉스에 상영하고 있는 영화를 거의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만족스러운 영화가 드물었습니다. [나는 전설이다]는 영화의 후반부가 불만이었고,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은 전편과 판박이를 한 듯한 영화의 진행이 불만이었으며, [내사랑]은 연말의 들뜬 분위기에 맞지 않게 축 늘어뜨린 분위기가 불만이었습니다.
뭐 [어거스트 러쉬]도 평범하면서도 우연을 남발하는 스토리가 불만이었으니 100%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거스트 러쉬]의 음악이 [나는 전설이다]의 스펙터클,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의 모험담, [내사랑]의 가슴 뭉클한 사랑과 맞먹는 재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으니 이 정도면 겨울 영화중에서도 재미 면으로는 최소한 제겐 상위권에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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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빵
ㅎㅎ 어거스트러쉬..
정말 말도안되는 내용이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역시나 노래였어요..ㅎㅎ;;
아흐으.. 아직도 노래들이 들리는거같아요~ㅋㅋ
OST CD를 사게만드는 영화인거같아요..ㅎㅎ
 2008/01/01   
액션영화광
이건 보고싶은데... 교차상영으로 시간대가 안맞아서...
나중에 볼려고함... ㅠㅠ 극장에서 멋진 음악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2008/01/02   
쭈니 교차상영... 전 이거 없어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멀티플렉스가 생기며 나타난 이상한 제도죠.
이 영화, 꽤 흥행에도 성공중이던데...
물론 나중에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
 2008/01/02   
미^ ^
정말 정말로 오랜만에 본 영화 였습니다.
음악을 소재로 하고 아이가 주인공이고 멜로가 섞인영화는
제게는 최고 조건의 영화 인것 같습니다.
우연의 남발로 특히 마지막이 많이 어색했지만..
제 생각에도 음악의 승리로 다 용서가 되네요..
프레디 하이모어도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인상깊게 봤었는데 이번에 다시보니 연기가 부쩍 더 는거 같아요..
너무너무 귀여웠다는^ ^
루이스역으로 나온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는 <튜더스-천년의 스캔들>에서 헨리8세로 나왔었는데,
친구들은 아무도 모르는 배우를 저 혼자 알아보며 즐거워했습니다.^ ^;;
 2008/01/04   
쭈니 프레디 하이모어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빛나더군요. 저렇게 연기력이 빛나는 아역배우들이 성인연기자로 잘 성장해줬으면 좋으련만...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는 [튜더스]에 나왔었군요. 하긴 전 안봐서 알아도 별 감흥이 없었겠지만... ^^;
 2008/01/04   
액션영화광
그리고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는 [미션임파서블3]에서 톰 크루즈의 동료 헬기 운전하던 분 이던데...  2008/01/04   
쭈니 그런가요? 그런 조연은 잘 기억을 못한답니다. ^^;  2008/01/04   
미^ ^
타블로와 구혜선도 조연으로 아주아주아주 잠깐 나왔었다네요
눈썰미가 좋은편인데..
전혀 기억이 안난다는..ㅋㅋ
 2008/01/05   
액션영화광
타블로는 모르겠지만 구혜선은 나왔다는 얘기 들었음...
원래 비중있는 역으로 나온다 했는데... [왕과 나] 땜에...
뭐냐... 어떤 교회의 로빈 월리엄스가 프레디 하이모어가 가는데
그때 동양인 거지로 나온다던데... (왜 하필 거지일까?)

타블로도 나옴??????????????????????????????
 2008/01/05   
미^ ^
저도 확인을 못해서..
그랬다고는 하네요..^ ^;;;
아무튼 우리나라 배우들이 헐리웃 영화에도 캐스팅 되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ㅋ
 2008/01/06   
쭈니 저도 참... 둔한가봅니다.
구혜선이 나온다는 소리는 들은것 같은데 영화를 볼땐 그러한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려서 신경을 못썼습니다. 물론 찾지도 못했고요.
타블로 나온다는 소리는 처음 듣네요. 나중에 비디오로 출시되면 그때 찾아봐야겠습니다. ^^
 2008/01/06   
쭈니 게시판 오류로 인하여 덧글이 뒤죽박죽이 된 관계로 덧글 정리가 있었습니다. 여기 놀러오신 분들의 덧글을 안건드렸지만 그 덧글에 대한 제 답글은 삭제된 것도 있을 것입니다.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