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원더스트럭] - 아름다운 화면 속에 펼쳐진 가슴 아픈 인연의 끈

쭈니-1 2018. 7. 18. 10:57



감독 : 토드 헤인즈

주연 : 밀리센트 시몬스, 오크스 페글리, 줄리안 무어, 미셀 월리엄스

개봉 : 2018년 5월 3일

관람 : 2018년 7월 14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웅이에게 아직 예술영화는 무리였을까?


[원더스트럭]은 개봉 당시부터 웅이와 함께 보려고 찜한 영화입니다. 아쉽게도 극장 관람은 포기해야 했지만, oksusu에서 프리미어 영화에 업데이트되자마자 저는 다운로드를 해놓았고, 토요일 밤에 웅이와 함께 봤습니다. 웅이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무슨 영화인데요?"라고 물었고, 저는 "시간을 거슬러 만나게 되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사랑 이야기"라고 대답해줬습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예술영화야."라는 설명도 해줬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설명은 엄밀하게 말한다면 틀렸습니다. 우선 [원더스트럭]은 시간을 거슬러 만나게 되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웅이는 "그런데 로즈(밀리센트 시몬스)와 벤(오크스 페글리)은 언제 만나요?"라고 묻습니다. 저는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영화의 줄거리를 통해 로즈와 벤이 50년을 뛰어 넘어 자연사 박물관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둘은 만나지 않습니다.

저도 그랬고, 웅이 역시도 [원더스트럭]을 판타지 멜로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원더스트럭]은 결코 판타지 멜로영화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50년간 이어진 인연을 조용히 펼쳐 보여주는 영화일 뿐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웅이는 "역시 예술영화는 지루하네요. 영화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 봤다면 오히려 더 좋았을텐데..."라며 아쉬워했습니다. 웅이는 [원더스트럭]이 조금 답답했다고합니다. 저는... 뭐 그런대로 재미있었습니다.



 

1977년 소년 벤과 1927년 소녀 로즈, 가출을 결심하다.


[원더스트럭]은 불의의 사고로 엄마(미셀 윌리엄스)를 잃은 1977년 소년 벤과 엄격한 아버지의 통제를 받으며 생활하는 1927년 소녀 로즈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됩니다. 벤의 이야기는 칼라화면으로, 로즈의 이야기는 흑백화면으로 차별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서로 많이 닮아 있습니다. 벤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가출을 결심하고, 로즈는 영화배우인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집을 뛰쳐나와 뉴욕으로 향합니다.

뉴욕으로의 가출 외에도 벤과 로즈가 서로 닮은 것은 둘 다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벤은 낙뢰사고로 청각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리고 로즈는 태어날 때부터 청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세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벤과 로즈의 처지는 웅이가 이 영화를 답답해하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로즈는 20년대 무성영화의 틀을 빌리고 있지만, 갑작스로운 사고로 청각을 잃은 탓에 수화를 배우지 못한 벤은 주변 사람과의 대화를 위해 메모를 해야 했기에 1977년 장면의 상당 부분은 벤이 메모를 하는 장면으로 채워져있습니다. 웅이는 이 부분은 지루해했습니다.

뉴욕에 도착한 벤과 로즈는 나란히 자연사박물관으로 향합니다. 벤은 뉴욕에서 새롭게 사귄 친구 제이미(제이든 마이클)의 안내로, 로즈는 자연사 박물관에 근무하고 있는 오빠를 만나기 위해... 저와 웅이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그 어떤 신비로운 힘으로 인하여 벤과 로즈가 시간을 거슬러 만나게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원더스트럭]에는 결코 그런 신비로운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서로를 연결하는 놀라운 인연의 끈


웅이는 [원더스트럭]을 답답하다고 평했지만, 저는 토드 헤인즈 감독의 전작인 [캐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영화 후반 벤이 노녕의 로즈(줄리안 무어)와 만나게 되면서 밝혀지는 벤과 로즈의 인연은 가슴이 찡했습니다. 물론 놀라운 반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5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만으로도 충분히 예상가능한 범위에 있습니다. 그래도 돌고 돌아 이 두 사람이 만나게 되고 서로의 인연을 확인하는 장면은 [원더스트럭]을 보기 위해 투자한 1시간 55분이라는 러닝타이밍 결코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원드스트럭]의 영상미도 좋았습니다. 특히 1927년을 표현한 흑백 화면과 무치 무성영화를 보는 듯한 기법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흑백 화면과 칼라가 교차되는 장면을 지켜보며 흑백은 흑백대로, 칼라는 칼라대로 각각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오랜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뉴욕 자연사박물관의 풍경도 5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로 연결된 로즈와 벤의 인연이라는 소재와 굉장히 잘 어울렸습니다.

비록 웅이는 [원더스트럭]에 실망한 눈치이지만, 저는 웅이에게 조용하고 잔잔한 영화를 앞으로도 계속 보여줄 생각입니다. 스케일이 크고, 영화적 재미를 잔뜩 품고 있는 영화는 극장에서 충분히 보고 있는 만큼 [원더스트럭]처럼 잔잔하지만 그 속에 작은 감동을 담고 있는 영화는 다운로드로 볼 계획입니다. 이런 예술 영화도 자꾸 봐야 익숙해질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