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안녕, 나의 소녀] - 꿈을 위해 노력한다면 그걸로 완벽한 것이다.

쭈니-1 2018. 7. 3. 14:43



감독 : 사준의

주연 : 류이호, 송운화

개봉 : 2018년 5월 16일

관람 : 2018년 7월 2일

등급 : 12세 관람가



[나의 소녀시대]와 헷갈렸다.


[안녕, 나의 소녀]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이 영화가 예전에 개봉한 대만 멜로 영화의 재개봉인줄 알았습니다. 저는 [안녕, 나의 소녀]를 2016년에 개봉한 [나의 소녀시대]와 헷갈렸던 것입니다. 이 두 영화는 제목도 비슷하지만 90년대를 배경으로한 청춘 로맨스 영화라는 점과 송운화가 주연이라는 것까지 비슷합니다. 하지만 엄연히 두 영화는 다릅니다. [안녕, 나의 소녀]에는 [나의 소녀시대]와는 달리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적 소재가 추가되었기 때문입니다.

[안녕, 나의 소녀]의 원래 제목을 해석하자면 '달에 데려가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국내 수입사의 알량한 작명 솜씨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40만 관객을 동원하며, 16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재개봉까지 한 [말할 수 없는 비밀]과 더불어 대만 멜로 영화의 흥행을 이끈 [나의 소녀시대]의 인기에 살짝 숟가락을 얹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다분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비록 [안녕, 나의 소녀]를 극장에서 보지는 않았지만, 판타지가 가미된 멜로 영화라는 사실 때문에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던 저는 월요일 저녁, 심심하다며 칭얼대는 구피를 혼자 내버려두고 혼자 [안녕, 나의 소녀]를 감상했습니다.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영화를 통해 내 첫사랑의 기억을 환기시키고, 풋풋함에 흠뻑 젖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셈입니다.


 


첫사랑의 죽음을 바꾸기 위한 시간여행


[안녕, 나의 소녀]는 학창시절 일본 기획사에 발탁되어 가수가 된 친구 은페이(송운화)를 만나기 위해 일본 출장중 잠시 시간을 낸 정샹(류이호)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하지만 멋진 가수가 되어 있을줄 알았던 은페이는  낮에는 건물 청소, 밤에는 술집 전단지를 돌리는 초라한 신세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3년 후 은페이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합니다.

학창시절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들과 은페이를 추억하던 정샹. 어쩌면 20년 전, 자신이 일본 기획사 오디션에 은페이의 이름으로 응모하지 않았다면 은페이는 죽기 않고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는 후회를 합니다. 술에 취해 거리를 방황하던 정샹. 그는 우연히 어떤 이상한 노파에게 세송이의 꽃을 받게 됩니다. 하룻밤에 한송이라는 충고와 함께...

첫번째 꽃의 향기를 맡은 정샹은 20년 전 학창시절로 돌아가 있습니다. 이제 그에게 남은 시간은 단 3일 뿐. 정샹은 은페이의 죽음을 막기 위해, 더 엄밀하게 따진다면 은폐페가 일본 기획사 오디션에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하지만 3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습니다. 결국 정샹은 아무 것도 막지 못한채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과연 은페이의 꿈을 막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일까?


솔직히 저는 [안녕, 나의 소녀]가 꽤 재미있었습니다. 일단 영화 속의 노래가 좋았고, [나의 소녀시대]를 통해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린 송운화의 매력도 제 감정선을 건드렸습니다. 그리고 은페이의 불행한 미래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정샹의 이야기도 마음와 와닿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과연 가수가 되고 싶다는 은페이의 꿈을 막는 것이 그녀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일까? 라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분명 은페이가 가수가 되기 위해 일본에 가지 않는다면 젊은 나이에 비참하게 죽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꿈을 포기하고 산다면 과연 은페이는 행복했을까요? 분명 아닐 것입니다. 그렇기에 은페이는 정샹에게 "꿈을 향해 노력한다면 그걸로 완벽한거야."라고 말해줍니다. 꿈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거는 것. 그것은 젊음의 특권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꿈 때문에 벌어질 은페이의 비극을 알면서도 모른척 해야할까요? 정샹이 딜레마에 빠집니다. 정샹은 은페이가 오디션에 가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막습니다. 그것이 은페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로인하여 좌절감에 빠진 은페이를 본 순간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을 받기 위해 완벽해질 필요는 없다.


정말 은페이의 비극은 꿈을 향해 달려갔기 때문일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은페이는 일본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을 했고, 일본으로 건너가 음반까지냅니다. 하지만 그 음반이 실패하면서 그녀의 비극은 시작됩니다. 만약 그녀가 일본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면, 그래서 고향에서 꿈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했다면 그녀의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일본 생활을 청산하지 못하고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일까요?

은페이는 어머니의 기대에 부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자라났습니다. 그녀는 어머니가 진정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아닌 자신의 상장과 상패일 것이라 정샹에게 고백하기도합니다. 결국 그녀가 일본에서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자신을 향한 어머니의 실망감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정샹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해줍니다. "네가 사랑받기 위해 완벽해질 필요는 없어."

꿈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불 태우려 했던 은페이. 그러한 그녀에게 꼭 완벽해질 필요는 없다는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는 정샹. [안녕, 나의 소녀]는 젊음과 사랑, 그리고 꿈과 음악에 대한 풋풋함으로 영화를 진행시켰고, 그것은 제가 정확히 이 영화에 원했던 것들입니다.



  

나는 이 영화가 비극이 아닌 해피엔딩 같다.


분명 [안녕, 나의 소녀]는 제가 이 영화에 기대했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 만큼은 저 역시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고 현재로 돌아온 정샹. 그의 앞엔 누군가 놓고간 카세트 테잎이 있고, 그 테잎엔 20년  전 남긴 은페이의 메시지가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오디션에 합격했고, 자신을 기다리는 것이 불행한 미래일지라도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은페이의 SNS에 남겨진 친구들과 찍은 사진엔 정샹의 모습만 사라졌고, 정샹은 은페이의 SNS에 메시지를 남기지만 답장 확인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형 전광판에 노래를 하는 은페이의 모습이 나옵니다. 과연 은페이는 예정대로 죽은 것일까요? 아니면 살아있는 것일까요? [안녕, 나의 소녀]는 은페이의 생사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은채 서둘러 영화를 끝냅니다.

저는 이 영화의 결말이 비극이 아닌 해피엔딩 같습니다. 은페이는 자신의 꿈을 위해 일본에 가지만 예정대로 실패합니다. 하지만 정샹의 충고대로 일본에 남지 않고 대만으로 돌아와 가수로 성공한 것을 아닐까요? 대형 전광판에 나온 은페이의 노래가 그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 카세트 테잎은 누가 병실에 갖다 놓은 것인지(아마도 은페이일지도...), 꽃을 파는 노파가 은페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소중한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충고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사진 속 정샹이 사라진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은페이를 살리기 위해 밴드 친구와의 우정과 추억을 포기했기 때문?). 뭐 영화의 결말이 완벽하게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해피엔딩으로 받아들이며 풋풋한 영화 감상을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