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크리미널 스쿼드] - 화끈하지도, 치밀하지도 않다.

쭈니-1 2018. 7. 13. 16:24



감독 : 크리스찬 거드게스트

주연 : 제라드 버틀러, 파블로 쉬레이버, 오셔 잭슨 주니어

개봉 : 2018년 4월 19일

관람 : 2018년 7월 12일

등급 : 15세 관람가



사춘기 아들과 갱년기 엄마의 날선 신경전 같은 영화


요즘 부쩍 반항기가 많아진 웅이는 깜박했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며 저녁 태권도장에 안가고 땡땡이를 쳤습니다. 잔뜩 화가난 구피. 그러한 엄마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웅이는 외할머니한테 숨어버렸고, 목요일 저녁을 맞이하여 북적여야할 저희 집은 한적해졌습니다. 덕분에 제게도 영화 한편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요.

그날 제가 선택한 영화는 제라드 버틀러가 주연을 맡은 범죄 액션 영화 [크리미널 스쿼드]입니다. 최강의 은행강도 조직과 무자비한 범죄수사대의 대결을 다룬 영화로 사춘기 중딩 아들 웅이와 갱년기 중년 엄마 구피의 날선 신경전이 벌어졌던 그날의 저희 집 상황과 엇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크리미널 스쿼드]를 통해 감독 데뷔를 한 크리스찬 거드게스트 감독은 빈 디젤 주연의 [디아블로],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런던 해즈 폴른]의 각본을 썼던 인물입니다. [크리미널 스쿼드]는 크리스찬 거드게스트 감독의 이력에 어울리는 영화로 멋진 액션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킬링타임용 액션영화 정도는 됩니다.




내가 기대한 것은 화끈한 액션과 치밀한 각본이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크리미널 스쿼드]에 꽤 실망했습니다. 물론 앞서 언급했던대로 큰 기대없이 본다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킬링타임용 액션영화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영화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높은 기대를 가진다면 저처럼 영화가 끝나고나서 허무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크리미널 스쿼드]에 기대했던 것은 딱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화끈한 액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치밀한 각본입니다. 물론 이 두가지를 전부 갖추고 있다면 [크리미널 스쿼드]는 완벽한 범죄 액션영화가 될 수 있겠지만, 저는 최소한 둘 중에 하나만이라도 갖추길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크리미널 스쿼드]는 아쉽게도 둘다 갖지 못한 영화입니다.

사실 감독의 필모그래피와 제라드 버틀러의 전작을 비추어 볼때 저는 화끈한 액션은 당연히 갖추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크리미널 스쿼드]의 액션은 미지근합니다. 영화 후반부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정도만 인상깊었을뿐, 2시간의 러닝타임 내내 빅 닉(제라드 버틀러)과 메리멘(파블로 쉬레이버)의 두뇌싸움만이 벌어집니다. 그렇다면 [크리미널 스쿼드]는 치밀한 범죄스릴러일까요? 안타깝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구멍이 슝슝 뚫려있는 이야기 전개 (이후 마지막 반전이 언급됩니다.)


기대했던 화끈한 액션이 없자, 저는 자연스럽게 치밀한 스토리 전개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메리멘 일당이 벌이는 작전은 그다지 치밀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한번도 털린 적이 없는 완벽한 보안을 자랑하는 연방은행입니다. 이를 위해서 메리멘 일당은 전화를 도청하고, 단전시키고, 돈 더미 속에 숨는 등 별의별 짓을 다하지만, 연방은행에서는 이를 눈치조차 채지 못합니다. 완벽한 보안을 자랑하는 곳이라더니...

메리멘 일당은 연방은행을 털기 위해 한밤중에 텅빈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하고, 연방은행 근처 은행에 위장 강도짓을 벌이고, 지하 하수구를 통해 탈출하는 등... 너무 눈에 뻔히 보이는 짓거리만 해댑니다. 문제는 나쁜 놈을 잡기 위해 미친 놈이 되기로 자청한 빅 닉 일행도 그런 뻔한 짓거리에 놀아납니다. 메리멘이 일부러 흘린 거짓 정보에 그렇게 쉽게 속다니...

더 웃긴 것은 마지막 반전입니다. 이건 무슨 [유주얼 서스펙트] 흉내도 아니고... 메리멘 일당이면서 빅 닉의 정보원이기도한 도니(오셔 잭슨 주니어)가 사실은 모든 것을 계획했다는 반전은 놀랍지도 않고 억지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도니가 연방은행에서 페기처분될 돈을 어떻게 빼돌렸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어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이게 뭐야."라며 어리둥절해야만 했던...




화끈하지도 치밀하지도 않다.


차라리 크리스찬 거드게스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라드 버틀러가 주연을 맡은 [런던 해즈 폴른]처럼 액션이라도 화끈했다면 보는 즐거움이라도 있었을 것입니다. 차라리 이야기가 치밀했더라면 범죄 스릴러의 진수를 느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크리미널 스쿼드]는 이도저도 아닌, 그냥 2시간 동안 별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킬링타임용 액션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영화가 되었습니다.

'나쁜 놈은 오직 미친 놈이 상대한다.'라는 국내 포스터의 도발적 카피가 있었기에 제대로된 나쁜 놈과 제대로 미친 경찰이 한판 승부를 기대했지만, 메리멘 일당은 제대로된 나쁜 놈도 아니었고, 빅 닉 일행은 제대로 미친 경찰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모든 것이 어정쩡한 영화일 뿐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어정쩡하게 사춘기 반항중인 웅이와 어정쩡한 갱년기 구피도 화끈한 기싸움 대신 어정쩡한 화해를 선택할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화끈한 액션을 기대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어정쩡한 화해가 훨씬 나은 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