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정글] - 창의적 해결방안이 조금은 필요하지 않았을까?

쭈니-1 2018. 6. 29. 11:14



감독 : 그렉 맥린

주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토마스 크레취만, 알렉스 러셀, 조엘 잭슨

개봉 : 2018년 5월 31일

관람 : 2018년 6월 28일

등급 : 15세 관람가



해리 포터가 아닌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받아들일수 있을까?


[정글]의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주연이 다니엘 래드클리프라는 사실입니다.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해리 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입니다. 2001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처음 해리 포터를 연기한 이후 2011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까지 무려 10년동안 여덟편의 영화에서 해리 포터로 맹활약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아역 연기자에서 어느덧 성인 연기자로 성장한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막을 내린지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해리 포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 출연한 공포 스릴러 [우먼 인 블랙]이 북미 5천4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1억2천7백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고, 조연을 맡은 [나우 씨 유 미 2]가 흥행에 성공했을 뿐, 나머지 영화들은 관객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습니다.

[정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에 제작된 [정글]은 북미에서 개봉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좋아했던 저로써는 그렇기에 더욱 [정글]을 선택하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혼스]라는 조금은 괴상한 영화에서 해리 포터가 아닌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경험했기에 [정글] 역시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안고 고민 끝에 [정글]을 선택했습니다.




이건 실화다.


제가 결정적으로 [정글]에 끌린 것은 사실 다니엘 래드클리프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이 저를 강렬하게 잡아 끌었던 것입니다. [정글]은 1981년 이스라엘의 젊은 모험가 요시 긴시버그(다니엘 래드클리프)가 2명의 친구, 1명의 가이드와 함께 남미의 정글에서 겪은 극한의 생존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급류에 휩쓸려 일행과 떨어져 홀로 30일간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탈출을 시도했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요시의 생존기가 더욱 특별한 것은 그를 정글로 안내한 가이드 칼(토마스 크레취만)의 정체입니다. 그는 순진한 요시와 친구들을 위험한 정글로 끌여들였고, 결국 요시의 친구인 마커스(조엘 잭슨)와 함께 일행과 떨어졌습니다. 이후 요시와 케빈(알렉스 러셀)은 기적적으로 구조되지만, 칼과 마커스는 실종된채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영화 말미에 칼이 당국에 쫓기는 신세였음을 밝히며 그가 요시 일행을 정글로 끌어들이는데 모종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릅니다. 단지 일행중 정글을 가장 잘 알고 동행했을때 가장 안전할 것 같은 칼과 함께한 마커스만이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시킵니다.




창의적 해결방안이 조금은 필요하지 않았을까?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정글]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칼의 정체이고, 칼과 함께한 마커스의 생존여부입니다. 칼과 마커스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상상을 가미시켜야했겠지만 원작자인 요시 긴스버그는 자신의 경험담에 할리우드 제작자가 제시한 창의적 해결방안이 끼어드는 것을 거부했고, 그로인하여 [정글]은 고스란히 요시의 생존기만 남게 되었습니다.

[정글] 자체가 요시 긴스버그가 일기 형식으로 쓴 체험담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초점은 철저하게 요시의 생존기로 국한됩니다. 급류에 휩쓸리고, 배고픔과 야생의 동물 그리고 외로움에 맞서 싸워야 했던 요시. 영화는 그가 홀로 정글에서 버티며 겪게 되는 환상을 중요한 순간마저 이용합니다. 그와는 달리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정글에서의 맹수에 의한 위협은 거의 최소화되었습니다. 그것 역시 요시 긴스버그의 실제 체험담을 고스란히 영화에 옮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정글]은 요시 긴스버그의 실제 체험담을 성실하게 영화로 옮겼지만, 그로 인하여 영화적 재미는 조금 떨어집니다. 특히 요시에게 달려드는 재규어의 위협을 기대했는데, 그러한 장면은 없습니다. 하긴 실제로 재규어가 요시 긴스버그를 공격했다면 그가 살아남았을 확률은 거의 없었겠죠. 그렇긴해도 영화적 재미를 위해 어느정도는 창의적 해결방안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