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애프터매스] - 복수는 상처의 치유가 될 수 없다.

쭈니-1 2018. 7. 2. 16:10



감독 : 엘리어트 레스터

주연 : 아놀드 슈왈제네거, 스쿳 맥네이리

개봉 : 2018년 4월 19일

관람 : 2018년 7월 1일

등급 : 15세 관람가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상징, 아놀드 슈왈제네거


80, 90년대 영화를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실베스타 스탤론과 더불어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배우였을 것입니다. [터미네이터]를 시작으로 [코만도], [토탈리콜], [트루 라이즈] 등 수 많은 흥행작에 출연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가끔 [트윈스], [유치원에 간 사나이] 등의 영화로 코미디에서 맹활약하여 제 마음을 사로 잡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실베스타 스탤론보다는 아놀도 슈왈제네거를 더 좋아했습니다.

2003년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되며 정치인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2006년 재선에 성공하며 2011년까지 정치인의 길을 걷던 그는 미모의 가정부와 불륜 스캔들로 아내와 이혼하고 정치 인생도 끝장을 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영화계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의 인기는 예전같지 않았습니다. 최근 그의 출연작을 보면 B급 액션 영화가 대부분입니다. 가끔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실베스타 스탤론과 의기투합한 [익스펜더블 2], [익스펜더블 3], [이스케이프 플랜], 그의 출세작 [터미네이터] 시리즈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등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그때 뿐이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애프터매스]는 아놀드 슈왈제네거 본인에겐 상당히 의미가 있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흔해 빠진 액션 영화가 아닌, 우연한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은 한 남자의 슬픔을 뒤쫓는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나이가 일흔이 넘은 아놀드 슈왈제네거로써는 영원히 액션 연기만 할 수 없다면 연기변신이 필요한데 [애프터매스]는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원하는 연기변신의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솔직히 연기변신이 성공한 것 같지는 않다.


어쩔 수 없이 저는 [애프터매스]를 아놀드 슈왈제네거 중심으로 감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건설현장의 작업반장 로만(아놀드 슈왈제네거)은 우크라이나에서 오는 아내와 임신한 딸을 마중하러 공항에 갑니다. 하지만 그 시간 관제사 제이콥(스쿳 맥네이리)의 어이없는 실수로 비행기 두대가 공중에서 충돌하는 최악의 항공사고가 발생하고, 로만은 아내와 딸이 그 사고로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어쩌면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오랜 팬이라면 이후 로만의 처절한 복수극을 기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애프터매스]는 그 대신에 슬픔에 빠진 로만과 죄책감에 허우적거리는 제이콥의 모습만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제이콥을 연기한 스쿳 맥네이리의 연기는 꽤 좋았지만, 아내와 딸의 죽음으로 슬픔과 분노, 무기력증을 느꼈을 로만을 연기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연기는 언제나처럼 딱딱하기만 했다는 사실입니다.

이후 로만의 복수극은 1년이 지난 후에 이루어집니다. 단지 진솔한 사과를 듣고 싶었던 로만과, 1년 전의 악몽을 떨치고 어렵게 아내, 아들과 새출발을 시작한 제이콥이 충돌하면서 벌어진 예기치못한 비극. 그리고 10년후 벌어지는 복수와 복수의 질긴 인연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이 내용의 중심이 되어야할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연기가 딱딱하다보니 영화의 재미, 감동, 충격을 받기에 역부족이 되었습니다.


   

 

영화의 메시지는 확실하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중심으로 [애프터매스]를 본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확실히 그의 연기 변신은 실패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지우고 [애프터매스]를 본다면 영화의 메시지가 꽤 가슴에 남습니다. 아마도 엘리어트 레스터 감독은 복수가 상처를 치유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로만은 제이콥을 향해 복수를 감행하지만 그가 복수를 성공한다고해도 죽었던 아내와 딸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의 복수는 또 다른 피해자만을 양산합니다. 10년 후 감옥에서 출소한 로만이 만나는 제이콥의 아들. 그제서야 로만은 자신이 그토록 듣고 싶었지만 결코 듣지못했던 진솔한 사과를 제이콥의 아들에게합니다. 10년 전 제이콥이 했다면 더이상의 비극은 없었을 그 사과를 말입니다.

자신의 상처를 복수로 치유하려 했던 어리석은 로만과,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하지 못했던 제이콥과는 달리 제이콥의 아들은 복수가 아닌 용서를 선택합니다. 그를 통해 엘리어트 레스터 감독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애프터매스]는 비록 기대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연기 변신은 실패했지만 엘리어트 레스터 감독의 메시지는 가슴 속에 아련히 남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