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스캇 워프
주연 : 조쉬 하트넷, 미라 소르비노
개봉 : 2018년 1월 25일
관람 : 2018년 7월 7일
등급 : 12세 관람가
시끄러운 지하철에서 보기에 알맞은 영화
지난 토요일, 어머니와의 식사를 위해 서울 서남쪽 끝에서 동북쪽 끝으로 머나먼 길에 올랐습니다. 구피는 오뉴월 감기로 이번 식사모임에서 빠질 수 밖에 없이에 웅이를 데려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웅이는 이제 막 기말고사가 끝나 놀아야한다며 계속 투덜거리더군요. 하긴 할머니집에 가봤자 또래 친척이 없어서 웅이 입장에서는 심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한달에 한번, 할머니도 손주가 보고 싶은걸요.
전철을 타고 1시간 이상을 가야하는 머나먼 길이기에 저는 웅이와 함께 볼 영화를 미리 다운로드 받아 놓았습니다. 사실 시끄러운 전철에서 보기에 알맞은 영화는 [이모티 : 더 무비], [피터 래빗]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제격이지만, 이번에 제가 선택한 영화는 [식스 빌로우]라는 실화를 바탕으로한 재난영화입니다.
oksusu에서 선물받은 3천원 사용권으로 받을 수 있는 영화가 몇 없었고, 무더운 한 여름 눈덮힌 스키장에서의 조난을 배경으로한 영화를 보면,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질 것이라는 단순한 계산이 깔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는 웅이에게도 교훈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식스 빌로우]를 선택하게된 이유입니다.
2004년 전세계를 놀라게한 에릭 르마크의 생존 실화
[식스 빌로우]는 2004년 프랑스 국가대표 하키 선수이자 미국 보스턴 브루인스 프로 하키 선수 출신인 에릭 르마크가 시에라 네버다 산맥의 매머드 산에서 조난 당한 후 8일간의 사투 끝에 기적적으로 구출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에릭(조쉬 하트넷)의 원맨쇼와도 같은 영화입니다. 그는 스노보드를 즐기던 중 금지된 구역에 들어갔고, 그만 길을 잃어 버립니다. 설상가상으로 라디오, 핸드폰 등 통신 수신이 불가하고, 평균 기온 영하 14도, 밤이되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추위를 견뎌야합니다. 게다가 식량과 물은 전혀 없고, 굶주린 늑대도 호시탐탐 그를 노립니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 에릭은 어떻게든 버텨서 살아남아야합니다.
영화 초반 에릭에게 차를 태워준 산악구조요원 사라와 에릭의 어머니 수잔(미라 소르비노), 그리고 에릭의 회상씬을 통해 에릭 외의 다른 캐릭터들도 간간히 등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족에 불과합니다. 결국 [식스 빌로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릭이 어떻게 살아남았는가와 그러한 처절한 생존기를 통해 그가 무엇을 깨달았는가입니다.
그에겐 극한의 생존기였겠지만, 솔직히 너무 무난하다.
분명 에릭의 생존기는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의 생존기는 영화로 만들어지기엔 너무 무난합니다. 실제로 재난을 겪은 에릭 르마크가 듣는다면 버럭 화를 낼 일이지만, 이미 영화에서는 이보다 더 극한의 생존기를 수도 없이 영화화했습니다. 그러한 자극적인 재난영화를 숱하게 본 저로써는 [식스 빌로우]가 따분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며칠 전 다니엘 래드클리프 주연의 [정글]을 봤습니다. [정글]을 보면서도 약간의 영화적 각색을 통해 영화의 재미를 보강햇으면 좋았을뻔 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는데, [식스 빌로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제가 영화적으로 각색된 자극적인 재미에 너무 중독되어 있는 것일지도...
암튼 8일간의 조난 끝에 살아돌아온 에릭이 그 후유증으로 두 다리를 절단하고도 절망하지 않고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마지막 자료 화면에서 그마나 아주 작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는 한참 잘 나갈때 마약에 빠져 스스로의 경력을 망쳤었습니다. 하지만 극한의 재난을 당하고 두 다리를 잃고나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한 에릭의 삶이 웅이에게 교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영화 보기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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