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
2018년 들어서 제가 읽은 두번째 소설이 바로 <탐정 갈릴레오>입니다. 이미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을 통해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라는 캐릭터를 잘 알고 있었던 제 입장에서는 <탐정 갈릴레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추리 소설이었던 것입니다. 특히 <탐정 갈릴레오>는 웅이와 함께 읽었는데, 과학에 관심이 많은 웅이는 유가와가 과학적 지식을 통해 범인의 트릭을 맞추는 장면을 굉장히 흥미로워했습니다.
<탐정 갈릴레오>와 마찬가지로 유가와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섯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갈릴레오의 고뇌>를 읽는데 무려 6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도 사실은 웅이와 함께 읽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갈릴레오의 고뇌> 읽기를 차일피일 미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웅이가 <갈릴레오의 고뇌>를 같이 읽자고 청하지 않아 결국 혼자 읽게 되었네요.
<탐정 갈릴레오>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갈릴레오의 고뇌>는 정말 술술 잘 읽혀지는 책입니다. 범인의 트릭을 과학으로 푼다는 설정 때문에 딱딱해질법도 한데, 경시청 형사 구사나기와 구사나기의 부사수이자 열혈 여형사인 가오루, 그리고 조금은 괴팍한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의 조합이 굉장히 좋고, 설명도 과학을 잘 모르는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져 있어 딱딱함을 전혀 느낄 수가 없습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우쓰미 가오루의 첫 등장
앞서 언급했듯이 <갈릴레오의 고뇌>는 다섯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중에서 첫번째 에피소드인 '떨어지다'는 경시청 수사 1과의 여형사 우쓰미 가오루를 소개하기 위한 가벼운 에피소드입니다. 우쓰미 가오루는 일본 드라마 속 캐릭터인데, <갈릴레오의 고뇌>를 통해 책에도 진출한 특별한 경우라고 할만합니다.
아파트 7층에서 투신한 여성의 사건이 발생하고, 가오루는 여성의 연인을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하지만 여성이 투신하던 그 시각, 용의자는 아파트 밑에 있었고, 목격자까지 엄연히 존재합니다. 가오루는 무슨 장치를 이용해서 시체가 뒤늦게 아파트에서 떨어지게끔 한 것이라 의심하며 유가와를 찾습니다. 하지만 유가와는 더이상 경찰의 일에 관연하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결국 가오루는 스스로 실험을 통해 범인의 트릭을 알아내려 하고, 그러한 열정에 감복한 유가와는 가오루를 도와주기로합니다. 그리고 결국 시체를 뒤늦게 떨어뜨리는 트릭을 발견해내지만, 그것이 사건의 진실과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조금은 싱겁게 느껴졌던 '떨어지다'는 확실히 가오루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독자에게 소개하기 위한 측면이 강해보입니다. 물론 일본 드라마를 통해 먼저 가오루를 접한 독자들도 있겠지만, 일본을 제외한 나라의 독자들에겐 가오루는 낯선 캐릭터이기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소개가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진실에 사적인 감정이 끼어든다면...
두번째 에피소드인 '조준하다'와 세번째 에피소드인 '잠그다', 그리고 네번째 에피소드인 '가르키다'는 진실과 사적인 관계가 뒤엉키는 경우를 보여줍니다. '조준하다'에서 유가와는 은사인 도모나가 유키마사 교수의 집에 초대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날 도모가와 교수의 망나니 아들이 살해되는 일이 발생하고, 유가와는 조교수 재직당시 '메탈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얻었던 은사의 범행을 밝혀냅니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과는 별도로 범행의 진심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잠그다'에서 유가와는 대학시절 친구인 후지무라의 펜션에 초대됩니다. 후지무라는 자신의 펜션에서 발생한 자살사건의 진실을 의심하고 있었는데, 그 의심이 후지무라의 아내와 처남에게 향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조준하다'와 '잠그다'는 사건의 진실에 유가와 주변 지인의 관계가 얽혀면서 조금은 복잡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그러면서 과연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꼭 정의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가리키다'는 비록 유가와 주변 사람이 사건의 진실과 얽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우징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는 마세라는 소녀가 사건의 진실과 자신의 지인 사이에 관계를 눈치채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마세 역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경우 지인에게 피해가 될 것을 걱정하지만 결국 자신의 양심에 따라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줍니다. 어쩌면 이러한 이야기들 때문에 책의 제목이 '갈릴레오의 고뇌'가 되었을지도...
유가와 VS 악마의 손
<갈릴레오의 고뇌>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마지막 에피소드인 '교란하다'입니다. 살인 예고장을 경시청에 보내며 유가와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일명 악마의 손과의 두뇌싸움이 '교란하다'의 내용입니다. 드디어 유가와에게도 숙적이라 할 수 있는 빌런이 등장하는 것인가 싶었지만, 역시 유가와의 싱거운 승리로 마무리짓습니다. 악마의 손이 유가와를 위협할 정도로 막강했다면 이 에피소드를 발전시켜 장편으로 이어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현재로써는 아직 유가와를 위협할 빌런의 등장은 아직 시기상조인 듯합니다.
<탐정 갈릴레오>와 <갈릴레오의 고뇌>에 이어 제가 읽을 책은 드디어 <용의자 X의 헌신>입니다.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용의자 X의 헌신>은 유가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최초의 장편 소설이라고 합니다. 영화를 통해 이미 내용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영화에서 미처 표현하지 못한 디테일을 기대하며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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