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BOOK STORY

<밀실살인게임 2.0> - 찝찝함만 강화되었다.

쭈니-1 2018. 6. 29. 16:35



다시 시작된 리얼 살인 게임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를 읽은 후 <밀실살인게임 2.0>을 어서 빨리 읽어야 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를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아무리 추리소설을 좋아해도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어서 살인을 하면 다섯명의 미치광이들의 추리 게임은 아무래도 불편했습니다. 게다가 다섯명의 추리 게임은 그다지 정교하지 않아서 실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를 읽은 후 곧바로 <밀살살인게임 2.0>을 집어든 이유는 <밀살살인게임 2.0>이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의 찝찝함을 어느정도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는 추리 게임의 멤버이자 자신의 오빠인 닉네임 004APD를 살해한 두광인이 추리 게임 멤버를 초청하여 복불복 폭탄 게임을 진행하며 끝을 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의 열린결말이 <밀실살인게임 2.0>에서 어느정도 설명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밀살살인게임 2.0>은 두광인 일당의 리얼 살인 게임 을 모방한 사카모토 스미토가 남긴 메시지를 해석하기 위해 다시 모인 두광인, 004APD, aXe, 잔갸군, 반도젠 교수의 대화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004APD는 두광인에게 살해당했고, 두광인은 멤버들을 초청해 폭탄이 설치된 의자에 앉았었습니다. 그러나 <밀실살인게임 2.0>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다섯명의 멤버가 모여 여전히 잘난척하며 추리를 해댑니다.



모방범죄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와 <밀실살인게임 2.0>의 세계관이 다른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해서 <밀살살인게임 2.0>이 004APD가 살해되기 전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것일까요? 그에 대한 해답은 두광인의 살해가 진행된 'Q4 상당한 악마' 챕터에서 밝혀집니다. 두광인의 정체는 가타기리 다이라라는 이름의 대학원생입니다. 결국 이들은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의 멤버가 아닌, 그들의 모습과 말투를 똑같이 흉내낸 코스튬 플레이 살인게임을 즐기는 일당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전 멤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004APD는 두광인에게 살해당했고, 두광인과 잔갸군은 현장에서 폭탄이 폭발하는 바람에 사망합니다. aXe는 부상당한채 병원을 찾았다가 경찰에 체포되었고, 무사히 현장을 빠져 나간 것은 반도젠 교수 뿐입니다.

이쯤되면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의 찝찝함이 어느정도 해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반도젠 교수가 멀쩡히 살아있지만, 저는 <밀실살인게임 2.0>의 새로운 두광인 일행을 오리지널 반도젠 교수가 단죄하면서 끝을 맺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우타노 쇼고는 그렇게 독자를 위한 결말을 준비하지는 않았더군요.



강화된 찝짭함 (이후 소설 속 반전이 언급됩니다.)


<밀실살인게임 2.0>은 여전히 찝찝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찝찝함은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를 능가합니다. 새로운 두광인은 동료들을 속일 트릭을 만들기 위해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급기야 004PAD는 자기 자신을 죽입니다. 책에서는 자살을 하면서까지 완벽한 트릭을 만들고 싶어했던 004APD의 심리를 애써 설명하지만, 평범한 정신 세계를 가진 저로써는 아무래도 이해가 안되는...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의 마지막에는 두광인이 폭탄 의자 복불복 게임을 멤버들에게 제시하며 끝을 맺지만, <밀실살인게임 2.0>에서는 004PAD가 죽으며 남긴 3백엔(약 3천만원)의 돈도 거머쥡니다. 결국 리얼 살인 게임을 벌인 이들에게 어느정도의 벌칙을 안겨줬던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와는 달리 <밀실살인게임 2.0>은 오히려 상금을 안겨주며 끝을 냅니다. 그로인하여 책을 읽고나서의 찝찝함은 더욱 강화되어 버렸습니다.

<밀실살인게임 2.0>의 마지막 부분은 이러합니다. "밀실살인을 러브러브하는 18세 우입니다. 저도 밀실살인게임을 해보고 싶습니다. 흥미 있는 분은 글을 남겨주세요." 결국 우타노 쇼고는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와 <밀실살인게임 2.0>을 통해 살인을 게임으로 인식하는 황폐화된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고자 한 듯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러한 작가의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밀실살인게임'의 세번째 시리즈 <밀실살인게임 : 매니악스>는 절대 읽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