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8년 영화이야기

[앤트맨과 와스프] - MCU팬을 위한 작지만 큰 위로와도 같은 영화

쭈니-1 2018. 7. 9. 17:53



감독 : 페이튼 리드

주연 : 폴 러드, 에반젤린 릴리, 마이클 더글라스, 미셸 파이퍼, 해나 존-케이먼

개봉 : 2018년 7월 4일

관람 : 2018년 7월 7일

등급 : 12세 관람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이후 더욱 커진 기대감


지난 4월에 개봉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제겐 그야말로 충격적인 영화였습니다. 물론 제가 워낙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한 슈퍼 히어로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타노스(조슈 브롤린)의 동작 하나로 그 수 많은 슈퍼 히어로들이 한꺼번에 소멸될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나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만 세번 본 웅이와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과연 이렇게 한꺼번에 소멸된 히어로들을 내년 5월에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4]에서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가 저와 웅이의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그것은 비단 저와 웅이 뿐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수 많은 영화 매체에서 [어벤져스 4]에 대한 예상이 쏟아지며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충격은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앤트맨과 와스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이며, '앤트맨'이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활약하지 못한 이유가 밝혀질 것이고, [어벤져스 4]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도 제공된다고하니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 충격을 받은 저로써는 [앤트맨과 와스프]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앤트맨과 와스프]의 높아진 기대감은 영화의 개봉 첫주 흥행에서도 드러났는데, [앤트맨과 와스프]는 2015년 개봉한 [앤트맨]의 개봉 첫주 흥행과 비교해서 관객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온 가족이 [앤트맨과 와스프]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웅이는 기말고사가 끝난 목요일 오후에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갈 수도 있었지만, 저와 함께 보기 위해 토요일까지 기다렸다고 하네요. 오뉴월 감기로 일주일째 골골거리고 있는 구피도 아픈 몸을 이끌고 극장에 나와줬습니다. 이렇게 저희 가족은 대동단결하여 [앤트맨과 와스프]를 즐겼습니다.


작지만 큰 재미

[앤트맨과 와스프]로 우리 가족은 대동단결했다.



'앤트맨'은 인피니티 워 당시 어디에 있었는가?


최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가장 큰 화두라면 단연 인피니티 워입니다. 우주 최강의 빌런 타노스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지구의 슈퍼 히어로가 분열되고, [토르 : 라그나로크]에서 아스가르드가 멸망을 맞이하자, 곧바로 인피니티 워를 일으킵니다. 그의 목표는 여섯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아 우주의 모든 지적 생명체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입니다. 타노스의 고향 행성인 타이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구로 인하여 멸망을 맞이하자 타노스는 무작위로 전체 인구의 절반을 소멸시키는 것만이 우주의 멸망을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여긴 것입니다.

인피니티 스톤을 차지하여 자신의 미친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타노스가 지구를 침략한 것이 인피니티 워이며,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내용입니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는 우주 최강의 빌런 타노스를 막기 위해 지금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출연했던 거의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들이 총 출동했습니다. 하지만 [토르 : 천둥의 신]에서 첫 선을 보인 호크아이(제레미 레너)와 [앤트맨]을 통해 차세대 '어벤져스'의 주자이며,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도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의 편에서 맹활약한 '앤트맨'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앤트맨과 와스프]의 시작은 '앤트맨'이 인피니티 워 당시 어디에 있었는가? 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합니다.

시빌 워 당시 '캡틴 아메리카'의 편에서 싸웠던 스캇 랭(폴 러드)은 2년 가택연금에 처합니다. 어린 딸에게 더이상 나쁜 아빠가 될 수 없었기에 스캇은 순순히 가택연금에 응합니다. 하지만 가택연금 해제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스캇은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과 호프 반 다인(에반젤린 릴리)에게 납치(?)됩니다. 이유는 30년 전 양자 영역에 갇힌 행크의 아내이자, 호프의 어머니인 재닛 반 다인(미셸 파이퍼) 구출을 도와달라는 것입니다. 이렇듯 '앤트맨'이 인피니티 워에 참전할 수 없었던 이유는 가택연금과 행크, 호프와 함께 재닛을 구하기 위해 바빴기 때문입니다. 영화 중간쯤 뉴스 화면, 혹은 캐릭터간의 대화를 통해 인피니티 워가 잠시라도 언급되었다면 훨씬 좋았겠지만, 그러한 아쉬움은 영화의 첫번째 쿠키영상에서 말끔히 혹은 충격적으로 해소시켜줍니다.


스캇 랭은 '앤트맨'이기 이전에 캐시의 아빠이다.

[앤트맨]이 MCU에서 부족했던 가족 드라마임을 감안한다면

인피니티 워에서 그의 부재는 충분히 이해할만 했다.



재닛 반 다인보다 더 눈에 띈 고스트


가택 연금은 '앤트맨'의 영원한 친구인 개미에게 맡기고 행크와 호프를 도와 재닛 반 다인 구하기 임무에 나선 스콧.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들의 임무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일단 행크와 호프는 스콧이 '캡틴 아메리카'를 도운 탓에 정부 당국으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그래서 행크는 연구실을 작게 축소시켜 이동합니다. 그리고 양자 영역에 가기 위해서는 추가 부품이 필요한데 무기 밀매상인 소니 버치(윌튼 고긴스)는 거래에 나선 호프의 정체를 눈치채고 핌 입자를 자신에게 넘기라고 협박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고스트(해나 존-케이먼)의 등장입니다. 물질투과능력을 지닌 고스트는 행크의 연구실을 훔쳐 사라집니다. 이 모든 방해공작을 물리치고 스콧, 행크, 호프는 양자 터널을 만들어 양자 영역에 갇힌 재닛을 구해야만합니다.

당연히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재닛 반 다인입니다. 30년전 1대 와스프로 활약하며 소련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지켜내며 양자 영역의 세계에 갇혔던 그녀는 [앤트맨과 와스프]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닛보다 더 제 눈을 사로잡았던 새로운 캐릭터는 고스트입니다. 마블 코믹스에서의 고스트는 '아이언맨'의 적으로 그냥 평범한 빌런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앤트맨과 와스프]는 고스트를 에이바라는 여성으로 설정하며 성별을 바꾸어 버립니다. 성별만 바뀐 것이 아닙니다. 고스트는 단순한 빌런이 아닌 쉴드 특수요원으로 활약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으며, 행크의 동료였던 일라이스의 딸이기도 합니다. 일라이스의 독자적인 연구의 사고로 에이바는 물질투과능력을 갖게 되었지만 그 능력이 불안정하여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살기 위해 행크의 연구소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고스트가 특별했던 것은 선도 악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녀는 살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쉴드에 의해 이용되었지만 쉴드 해체 후 버림을 받았고, 행크의 옛 동료인 빌 포스터(로렌스 피시번)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목숨을 연명하고 있지만 더이상 그녀에겐 남은 시간이 없습니다. 그녀가 빌런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지 살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입니다. 


언제 죽을지 몰라 불안해하는 에이바에게서

슈퍼 히어로, 빌런의 정의는 무의미하다.

그녀는 단지 살고 싶었을 뿐이다.



이렇게 웃기고 착한 슈퍼 히어로 영화라니...


스콧과 호프, 그리고 행크는 그 모든 방해를 물리치고 재닛 구하기에 성공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정의의 패배라는 충격요법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한편으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FBI의 추격은 물론 무기밀매상 소니의 방해도 어찌보면 장난 수준에 불과합니다. 뭔가 엄청난 위협을 가할 것으로 보였던 고스트는 그저 살고 싶었던 나약한 여성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는 달리 [앤트맨과 와스프]에서는 긴장감을 느낄 여지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 대신 다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비교할 수 없이 웃음이 만발한 영화이기도합니다.

분명 어두운 분위기가 영화의 전체를 감싸고 있는 DC 유니버스와는 달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영화 자체가 밝은 분위기이고 코믹 코드도 적극적으로 삽입됩니다. 실제로 2017년 10월에 개봉한 [토르 : 라그나로크]만 하더라도 몇번이나 제게 박장대소를 안겨줬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가장 웃긴 영화 타이틀을 [토르 : 라그나로크]는 [앤트맨과 와스프]에게 넘겨줘야 할 것 같습니다. [토르 : 라그나로크]가 영화의 초중반에만 관객을 웃겼다면, [앤트맨과 와스프]는 영화의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쿠키영상을 제외한 모든 순간 관객을 웃깁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스콧의 유머 감각은 물론 씬스틸러라 할만한 루이스(마이클 페나)의 존재도 무시못합니다. [앤트맨]에서 마치 랩을 하듯이 상황을 설명하던 루이스의 특기는 [앤트맨과 와스프]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됩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악당들도 착해졌습니다. 소니가 이끄는 무기밀매 조직은 살상은 거의 하지 않고 오히려 [나홀로 집에]의 도둑처럼 웃기기만 합니다. 고스트마저 빌런이라 하기에 애매하니 [앤트맨과 와스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사상 최초로 빌런이 없는 슈퍼 히어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빌런이 없는 [앤트맨과 와스프]

그렇기에 영화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코믹하고 훈훈하다.



기대했던 것보다 [어벤져스 4]에 대한 힌트가 적었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제게 있어서 2시간 동안 훈훈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같았습니다. [앤트맨]도 분명 웃겼지만 옐로우 자켓(코리 스톨)이라는 막강한 빌런이 있었기에 긴장하며 영화를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앤트맨과 와스프]는 빌런의 부재와 양자 영역에서 재닛 구하기에 모든 것을 올인하였기에 가볍게 영화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애초부터 [앤트맨과 와스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이유는 [어벤져스 4]의 힌트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앤트맨과 와스프] 본편에서는 [어벤져스 4]에 대한 힌트는 물론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 대한 연결고리도 거의 없습니다.

단지 영화의 첫번째 쿠키영상에서 비로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연결고리가 드러납니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다른 슈퍼 히어로들이 그러했듯이 타노스의 작은 동작 하나로 행크, 호프, 재닛이 소멸된 것입니다. 문제는 스콧이 에이바의 치료 물질인 양자 치유 입자를 구하기 위해 양자 영역에 간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스콧은 양자 영역에 갇혀 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앤트맨과 와스프]의 쿠키영상에 대한 어느 인터넷 매체의 해설을 보니 재닛이 경고한 양자 영역에 존재하는 시간의 소용돌이와 곰벌레가 [어벤져스 4]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그리고 재닛이 양자 영역에서 새로운 능력을 얻었듯 스콧 역시 새로운 능력을 얻어 타노스 타도에 중요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있었습니다.

이제 [어벤져스 4]를 보기 전에 남은 것은 [캡틴 마블]뿐입니다. 최근 브리 라슨이 [캡틴 마블] 촬영이 종료했음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알렸다고 합니다. 90년대를 배경으로한 [캡틴 마블]이 어떻게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와 [앤트맨과 와스프] 사이에서 [어벤져스 4]와 연결될런지는 역시 영화를 봐야지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벤져스 4]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는 채워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앤트맨과 와스프]는 실컷 웃으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흥겨운 영화였습니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충격이 워낙 컸기에

[앤트맨과 와스프]의 가벼운 웃음은 큰 위로가 되었다.

만약 [앤트맨과 와스프]도 묵직한 충격을 줬다면

연달아 터진 충격 때문에 MCU에 피곤함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