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8년 영화이야기

[탐정 : 리턴즈] - '혹' 달고 돌아오길 잘했다.

쭈니-1 2018. 6. 19. 14:28



감독 : 이언희

주연 : 권상우, 성동일, 이광수

개봉 : 2018년 6월 13일

관람 : 2018년 6월 16일

등급 : 15세 관람가



오랜만에 보는 한국 시리즈 영화


올 여름을 강타하고 있는 혹은 강타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리스트를 보면 거의 대부분이 시리즈 영화, 혹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들입니다. 이미 개봉한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은 [쥬라기 월드]의 속편임과 동시에 [쥬라기 공원]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이며, [오션스 8]은 [오션스 일레븐]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입니다. 개봉 예정작도 마찬가지인데 [앤드맨과 와스프], [미션 임파서블 : 폴 아웃], [맘마미아! 2], [인크레더블 2] 등 액션,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거의 대부분이 속편 영화들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들의 사정은 다릅니다. 물론 올 여름 최고 흥행 기대작이라 할 수 있는 [신과 함께 : 인과 연]이 있지만, 이는 애초에 2부작으로 기획되어 제작된 영화인만큼 순수한 속편 영화라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영화는 속편 영화가 없는 것일까요? 제 기억으로도 [투캅스], [공공의 적] 등 속편이 제작된 우리나라 영화는 극히 드뭅니다. 속편 영화는 여러모로 흥행에 유리합니다. 전편이 쌓아올린 명성에 기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속편 영화를 만드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편의 이야기를 이어 받으면서도 전편의 재미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속편 영화가 드문 이유는 속편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몇 편의 속편 영화가 전편에 훨씬 못미치는 흥행 성적을 기록한 후 조용히 사라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지난 2월에 3편까지 제작된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저는 반갑습니다. 그리고 여기 또 한편의 우리나라 속편 영화가 개봉해서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바로 [탐정 : 리턴즈]입니다. 사실 2015년에 개봉한 [탐정 : 더 비기닝]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애초에 속편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영화입니다. 그리고 3년만에 [탐정 : 리턴즈]로 그 결실을 맺은 셈입니다.


폼 나게 돌아온 노태수와 강대만.

하지만 그들의 활약을 계속 보려면 [탐정 : 리턴즈]의 흥행 성적이

최소한 [탐정 : 더 비기닝]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이 영화만의 속편 전략


앞서 언급한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경우는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런지가 현재로써는 미지수입니다. 왜냐하면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흥행성적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1년에 개봉한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누적관객수는 478만명이었지만, 2015년에 개봉한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의 누적관객수는 387만이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 개봉한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의 누적관객수는 244만에 불과했습니다.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설 연휴 대목에 개봉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관객의 관심이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탐정 : 리턴즈]는 어떨까요?  사실 2015년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한 [탐정 : 더 비기닝]은 누적관객수 262만을 기록하며 그다지 썩 만족스러운 흥행성적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개봉 이후 단 한번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당당하게 2018년 썸머시즌 흥행 전쟁에 뛰어든 [탐정 : 리턴즈]는 할리우드의 거대한 블록버스터 공룡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과 치열한 박스오피스 다툼 끝에 현재는 당당하게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을 밀어내고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날 개봉한 초호화 캐스팅이 빛나는 [오션스 8] 역시 멀찌감치 따돌렸습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 기세대로라면 [탐정 : 더 비기닝]의 누적관객수는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탐정 시리즈]가 2편을 넘어 3편이 제작되는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탐정 : 리턴즈]가 이렇게 전편을 넘을 수가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전편과 비교해서 업그레이드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우리나라 시리즈 영화들은 그러한 업그레이드에 인색했습니다. 아무래도 제작비가 늘어날테니까요. [투캅스], [공공의 적]도 그랬고, [조선명탐정 시리즈]도 업그레이드 대신 배우 교체로 관객을 유혹했었습니다. 하지만 [탐정 : 리턴즈]는 업그레이드를 이루어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광수의 투입입니다.


[탐정 : 리턴즈]의 신의 한수는 이광수의 투입이다.

사실 권상우, 성동일 만으로는 파급력이 크지 않다는 것은 이미 전편에서 입증되었다.

그렇기에 업그레이드가 절실했는데, 이광수는 충분히 그 대안이 되었다.



이광수 투입은 '혹'이 아니고 신의 한수이다.


[탐정 : 리턴즈]는 광역수사대 출신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와 국내 최대 미제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강대만(권상우)이 의기투합하여 탐정 사무소를 개업하면서부터 시작합니다. 탐정 사무소 개업을 위해 노태수는 경찰서에 휴직계를 내고, 강대만은 아내 서미옥(서영희) 몰래 만화방을 동네 노총각 광규(김광규)에게 팝니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다른 법입니다. 기다리는 사건은 오질 않고 매일같이 파리만 날리는 신세가 됩니다. 바로 그때 노태수 몰래 경찰서로 영업을 뛰기 시작한 강대만은 과일을 사러 나갔다가 실종된 후 열차사고로 사망처리된 약혼자의 사건을 재수사해달라고 경찰에게 애원하는 한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탐정 사무소의 첫 의뢰인이 됩니다.

속편 업그레이드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전체 스케일을 키우는 것과 등장 캐릭터를 늘리는 것입니다. 사실 [탐정 : 리턴즈]의 메인 사건은 [탐정 : 더 비기닝]의 메인 사건과 비교해서 스케일이 커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탐정 : 더 비기닝]에서 교환살인이라는 트릭을 이용한 연쇄 살인사건은 꽤 정교했고, 스스로 탐정이 되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두 눈을 번뜩이는 저를 효과적으로 속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탐정 : 리턴즈]의 사건은 정교하지도 않을 뿐더러 저를 속이지도 못했습니다.

그 대신 등장 캐릭터를 늘리는 업그레이드는 확실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등장 캐릭터를 늘린다고해서 여러 캐릭터를 늘릴 필요도 없습니다. 단지 기존 캐릭터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단 한명의 캐릭터만 추가하면 됩니다. 그렇기에 전직 사이버 수사대 에이스출신 여치(이광수)의 투입은 굉장히 적절했습니다. 그는 노태수와 강대만에게 부족한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해주고, 노태수, 강대만을 뛰어넘는 똘끼로 영화의 재미를 휠씬 풍성하게 했습니다. TV 예능 <런닝맨>에서 '배신 기린' 캐릭터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광수는 그 이미지를 [탐정 : 리턴즈]에서도 여과없이 발휘합니다. 그 덕분에 저와 웅이가 영화를 보며 웃었던 거의 대부분의 장면들은 여치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여치가 없었다면 저는 [탐정 : 리턴즈]에 전편보다 영화적 재미가 후퇴했다며 아쉬워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무작정 등장 캐릭터를 늘린다고해서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여치처럼 기존 캐릭터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도

기존 캐릭터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만 한다.



사건의 짜임새는 부족했다. (사건의 진범이 언급됩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탐정 : 리턴즈]는 사건의 짜임새가 전편에 비해 부족합니다. 일단 너무 쉽게 사건의 단서가 제공됩니다. 보육원 출신 김재민이 실종 후 사고사하고, 김재민의 약혼녀인 서희연은 강대만과 노태수에게 5천만원의 수임료를 내고 사건 재수사를 의뢰합니다. 서희연이 김재민의 죽음에 의구심을 품은 것은 김재민의 보육원 친구에게 온 문자입니다. 그 문자엔 최근 연달아 발생한 보육원 출신 사람들의 죽음에 뭔가 음모가 있다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실제 사고사, 자살 등의 석연치 않은 이유로 최근 같은 보육원 출신 사람들이 잇달아 죽음을 당했고, 이에 강대만과 노태수는 보육원으로 발길을 향합니다.

이렇게 단순히 사건의 개요만 봐도 보육원에 뭔가 음모가 있음을 의심할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보육원 원장인 우원일(남명렬)이 너무 완벽하다는 점입니다. 결국 강대만은 보육원을 나오며 우원일이 너무 완벽하기 때문에 그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추리를 합니다. 그의 어처구니없는 추리에 노태수는 면박을 주지만 결과적으로 강대만의 추리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문제는 그러한 추리는 스릴러 영화를 많이 본 관객들고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말해 [탐정 : 리턴즈]는 영화 초반부터 진범을 관객 앞에 고스란히 드러내놓은 셈입니다. (웅이는 영화가 끝나고 '강대만이 스포했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우원일이 보육원 원생을 연쇄적으로 죽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 역시 영화 초반에 쉽게 나옵니다. 강대만은 보육원을 후원하는 유명인사들 사진을 보며 놀라는데, 그 중에서는 경기 중 쓰러졌다가 수술 후 다시 복귀한 유명 야구 선수도 있었습니다. 마치 스치듯 지나가는 그 장면만으로도 저는 우원일의 정체가 유명인이 사고를 당했을 경우 보육원 원생의 장기를 제공하는 장기매매업자임을 눈치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영화 후반 장기 이식 장면이 나와 조금은 허탈했답니다.


내가 [탐정 : 리턴즈]에서 가장 헷갈렸던 캐릭터는 우원일의 수양딸인 윤사희의 역할이다.

얼핏 우원일의 만행을 알고 강대만과 노태수에게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그녀가 독사라서 신선했다.



3편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아마도 [탐정 : 리턴즈]는 전편의 흥행 기록을 넘어설 것이며, 3편도 조만간 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코믹 수사극인만큼 사건의 스케일을 키우는 것은 무리가 따릅니다. 그렇다면 3편도 추가 캐릭터로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여성 캐릭터가 한명 추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대만과 노태수의 탐정 사무실도 잘 되어서 여비서를 채용하는데, 이 여비서 또한 똘끼가 충만한 캐릭터라 강대만과 노태수를 멘붕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여성만의 감각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의 단서를 제공하는 식으로 진행시킨다면 완벽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광수와 함께 TV 예능 <런닝맨>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전소민을 캐스팅하고, 이광수와 러브라인을 형성한다면 충분히 영화적 재미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제 희망사항입니다.)

웅이와 함께 [탐정 : 리턴즈]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사건의 치밀함, 마지막 반전은 분명 부족했고, 가볍게 웃고 즐기기엔 보육원 원생을 이용하여 장기를 매매한다는 설정이 너무 잔인했지만, 그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는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탐정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어깨에 힘을 쭈욱 뺀 권상우의 코믹 연기는 [탐정 시리즈]에 이어 TV 미니시리즈 <추리의 여왕>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연기력 논란의 중심에 있는 권상우를 완벽하게 받쳐주고 있는 성동일의 노련한 연기는 두 사람의 완벽한 브로맨스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에 이광수의 코믹 연기가 더해지니 1시간 55분 동안 아무 생각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가 탄생할 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들 조합을 당분간 더 보고 싶습니다.


재미있는 우리나라의 시리즈 영화를 만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부디 [탐정 시리즈]만큼은 오랜 세월동안 지속할 수 있는

성공적인 시리즈 영화가 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