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8년 영화이야기

[아이 필 프리티] - 내가 스스로를 사랑할 때, 남들도 나를 사랑한다.

쭈니-1 2018. 6. 12. 13:30



감독 : 에비 콘, 마크 실버스테인

주연 : 에이미 슈머, 미셸 윌리엄스, 로리 스코벨

개봉 : 2018년 6월 6일

관람 : 2018년 6월 9일

등급 : 15세 관람가



예정에도 없던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이유


토요일을 맞이한 구피가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며 아침부터 집을 나서버리고 집에 남겨진 저와 웅이는 달리 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때 문득 생각난 것이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을 보러 갔던 롯데시네마 김포공항점에서 구매한 마블 키링이었습니다. 랜덤으로 구성된 마블 키링을 구매하며 제발 닉 퓨리만 아니기를 바랬는데, 집에와서 개봉해보니 닉 퓨리가 떡 하니 나오더라는... 웅이는 하필 닉 퓨리라며 두고 두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래서 구피가 없는 토요일 저는 마블 키링을 더 사자며 웅이를 데리고 롯데시네마 김포공항점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기왕 간 김에 [아이 필 프리티]도 본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죠.

하지만 수요일까지만해도 분명 롯데시네마 김포공항점에서 팔았던 마블 키링이 토요일에 가보니 더이상 팔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럴수가..."라며 좌절하는 웅이. 특히 웅이의 말을 듣고 마블 키링을 사러 롯데시네마 김포공항점에 왔다가 헛걸음질하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웅이 친구의 카톡 메시지는 저를 더욱 미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별 기대없이 본 [아이 필 프리티]가 재미있어서 망정이지, [아이 필 프리티]마저 재미가 없었다면 구피가 없던 지난 토요일은 저와 웅이에게 최악의 추억으로 남을 뻔 했습니다.

최악의 토요일 저주에서 저와 웅이를 구원해준 [아이 필 프리티]는 날씬해지기만을 소망하던 넉넉한 몸매를 가진 르네 베넷(에이미 슈머)이 헬스클럽에서 머리를 다친 후 자신이 날씬해졌다고 착각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을 다룬 코미디 영화입니다. 사실 웅이와 함께 볼만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노출 수위가 높지는 않지만, 자신이 날씬해졌다고 착각하는 르네의 좌충우돌 행동은 조금 낯뜨거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시간 40분동안 정신없이 웃다가, 뭔가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르네의 모습이 처음엔 어이없었다.

하지만 나중엔 멋져 보이더라.

에단이, 그리고 그랜트가 르네에게 반할만했다.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


자존감이란 말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사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제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사실 저는 20대까지만해도 자존감이 상당히 낮았습니다. 너무 마른 체형 때문에 취업 면접에서 번번히 떨어지자 내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고, 땅까지 떨어진 자존감은 이성 앞에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어도 "나처럼 삐쩍 마른 남자를 좋아하겠어?"라며 스스로 포기했고 멀찌감치에서 바라보며 짝사랑만 하기 일쑤였습니다. 제가 찬란했던 20대 시절을 모태솔로로 보낸 이유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보다 더 자존감이 낮은 여성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유치원 선생이라는 어엿한 직업이 있었고, (당시 저는 백수였습니다.) 외모도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못생긴 편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제가 보기에 자기 스스로를 증오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자존감이 낮았습니다. 그런 그녀가 제게 사귀자고 매달리는데 저는 그녀에게 전혀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녀가 만났던 수 많은 남자들이 그러했듯이 그녀에게서 도망쳐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남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이 필 프리티]는 정확히 당시 제가 깨달았던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르네는 미국 제일의 명품 화장품 회사 온라인 부서에 일을 합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회사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본사의 안내 데스크 직원이 되는 것. 하지만 안내 데스크 직원은 모델급 몸매와 배우급 얼굴을 지닌 여성들의 독차지입니다. 르네는 자신도 그녀들과 같은 외모를 갖기 위해 열심히 헬스클럽에 다니지만 열심히 하면 할수록 오히려 자존감만 더욱 떨어질 뿐입니다. 그랬던 그녀가 사고를 당한 후 자신이 날씬해졌다는 착각을 하면서 자존감을 확 끌어 올립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모든 꿈이 이뤼집니다.


에단은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르네를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하고 무서워한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다.

자존감의 매력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외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 필 프리티]의 초반은 자신이 예뻐졌다고 착각한 르네의 뻔뻔스러운 소동극에서 오는 웃음으로 영화를 진행시킵니다. 세탁소에서 대기 번호를 묻는 에단(로리 스코벨)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 주고, 자신만만하게 본사 안내 데스크 직원에 이력서를 제출합니다. 그 중에서 최강은 비키니 선발 대회 참가입니다. 자신이 날씬해졌다고 착각하는 르네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우월한 유전자들의 자신감 넘치는 행동들을 따라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러한 그녀의 행동들이 먹혀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그녀는 전혀 날씬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에단은 르네의 매력에 빠지고, 본사 안내 데스크 직원으로 채용되고, 비키니 선발 대회에서는 남자들의 환호를 받아냅니다. 

그러한 장면들을 통해 [아이 필 프리티]는 결국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닌 자신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에단은 르네의 외모가 아닌 자신에게 뻔뻔하게 대쉬하는 그녀의 자신감에 반합니다. 에이버리 클레어(미셸 윌리엄스)는 그녀의 자신감 때문에 안내 데스크 직원으로 채용합니다. 비키니 콘테스트의 남자들은 그녀의 뻔뻔스러운 자신감에 환호합니다. 영화이기 때문에 그렇다고요? 아닙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찬란했던 20대 시절 모태솔로였던 저는 자존감을 되찾으며 구피와 결혼까지 성공했습니다. 제가 갑자기 잘생겨졌기 때문도 아니고, 멋진 직장을 가졌기 때문도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었던 것입니다.

솔직히 영화를 보며 저는 르네의 자뻑에 폭소를 터트렸습니다. 특히 비키니 선발대회 장면은 영화를 보던 저와 웅이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웅이는 "아빠, 왜 쪽팔림은 관객의 몫인가요?"라며 제게 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며 저도 르네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주연 여배우치고는 외모적 매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보였던 그녀이지만, 나중엔 정말로 에이미 슈머가 예뻐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외모적으로 평범한 그녀들.

하지만 평범하다는 것이 매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르네는 그것을 깨닫기까지 수 많은 사건을 겪게 된다.



예쁘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필 프리티]는 영화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르네와 정반대의 사정을 가진 캐릭터들을 내세웁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에이버리입니다. 그녀는 말 그대로 완벽합니다. 미국 제일의 명품 화장품 회사를 물려 받을 귀한 몸이고, 명문대학을 나온 재원입니다. 게다가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모델 수준입니다. 에이버리를 연기한 미셸 윌리엄스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에서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심볼 마릴린 먼로를 완벽하게 연기할 정도로 뛰어난 미모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한 에이버리도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녀가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코맹맹이 목소리입니다. 르네가 보기엔 오히려 꼬맹맹이 소리가 그녀를 더욱 섹시해 보이게끔 하지만 에이버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혐오합니다.

르네가 헬스클럽에서 만난 완벽한 몸매의 여성은 애인에게 차이고 눈물을 쏟아냅니다. 르네는 너무나도 완벽한 외모를 지닌 그녀가 애인에게 차였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자존감이 낮음을 실토합니다. 모든 것을 다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사소한 약점에 집착하는 에이버리와 완벽한 외모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존감을 가지지 못한 헬스클럽의 그녀는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결국 르네는 다시한번 머리를 다침으로써 자신이 날씬해졌다는 착각에서 벗어납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외면했던 진실과 마주합니다. 그동안 자신이 불행했던 것은 외모 때문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마주하고, 그 모습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행복의 비결이었던 것입니다. [아이 필 프리티]는 조금은 뻔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메시지를 가벼운 웃음과 함께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너무나도 완벽한 그녀, 에이버리 클레어.

하지만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녀에게도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은 있다.

그녀 역시 우리가 별반 다른게 없는 것이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그리고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다.


[아이 필 프리티]를 볼 때만해도 웅이와 함께 볼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나서는 웅이와 함께 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웅이가 이 영화의 교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말이죠. 저는 사람에게 자존감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겸손을 미덕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너무 강한 자존감은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자존감이 없다면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웅이도 꼭 자존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위해서는 저와 구피가 웅이를 많이 칭찬해줘야할 것입니다. 웅이 스스로 자신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깨달을 수 있도록...

가끔 저는 제 주위 사람한테 내가 잘생겼다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그러면 제 주위 사람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냐?"라며 되묻습니다. 물론 저는 제가 절대적 기준에서 잘 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외모에 대한 판단 기준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입니다. 과거 절세미인으로 알려진 클레오파트라, 양귀비, 황진이도 지금의 기준으로는 결코 미인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내 스스로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한다면 상대적으로는 충분히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필 프리티]는 행복에 대한 영화입니다. 어떻게하면 우리가 행복할 수가 있을까요? 많이 가지면 될까요? 높은 자리에 오르면 될까요?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면 될까요? 저는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도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진 것이 별로 없고, 보잘 것 없는 일을 하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해도, 최소한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한다면 불행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이 필 프리티]는 르네 베넷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현대인이 잊고지내는 행복의 조건을 다시한번 상기시키는 영화입니다.


 내 영화 이야기는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결코 잘 쓴 글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내 영화 이야기를 사랑한다.

그렇기에 수십년이 흘러도 이렇게 꼬박꼬박 영화 이야기를 쓸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 역시 나의 자존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