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8년 영화이야기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 '쥬라기 월드'만의 이야기를 위한 새로운 시작

쭈니-1 2018. 6. 7. 15:17



감독 :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주연 :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라프 스팰, 제임스 크롬웰

개봉 : 2018년 6월 6일

관람 : 2018년 6월 6일

등급 : 12세 관람가



품 안의 자식


웅이가 친구들과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를 보러 간다고 할땐 그다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저희 가족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기대작이었고, 웅이는 먼저 가족과 함께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를 본 후에 친구들과 2차례 영화를 보러 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며칠전 웅이는 조심스럽게 제게 친구와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을 보러 가기로 했다고 알렸습니다. 그때까지만해도 저는 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웅이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을 친구와 보기로 결정한지 며칠 안지나서 6월 13일 개봉 예정인 [오션스 8]도 친구와 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웅이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갈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따지고보면 저도 중학교 3학년때쯤부터 가족보다 친구가 우선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매일 탁구장에 가서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탁구를 치다 늦게 집으로 돌아왔고(1988년 당시 서울 올림픽 덕분에 탁구는 국민적 스포츠로 각광받았습니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집근처 동시상영 극장에 몰려가서 홍콩 느와르 영화에 흠뻑 빠지기도 했었습니다. 웅이도 그때의 저처럼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 저와 함께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즐거운 것입니다. 

품 안의 자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이 어렸을 때는 부모의 뜻을 따르지만, 자라서는 제 뜻대로 행동하려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어느새 웅이도 품 안의 자식이 되었습니다. 웅이는 저녁이 다 되어서야 친구와 함께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을 본 후, 한양대에 위치한 마블샵에서 '아이언맨' 피규어를 사들고 상기된 표정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신이 난 웅이와는 달리 저는 훌쩍 커버린 웅이를 씁쓸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제 슬픈 눈빛을 눈치했는지, 구피가 나서서 [쥬라기 공원 : 폴른 킹덤]을 보러 가자며 저를 끌고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역시 이럴땐 마누라밖에 없네요.


오웬과 벨로시랩터 블루의 관계는 묘하게 아버지와 아들 같았다.

블루는 이제 성장하여 다른 거대한 육식 공룡과 맞서는 포식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오웬에게 만큼은 공격하지 않고 마음을 열어준다.

아무리 품 안의 자식이라도 이렇게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영원히 끈끈한 법이다.



[쥬라기 공원]의 세계관을 무한 확장하다.


2015년 6월 개봉한 [쥬라기 월드]는 여러모로 참 대단한 영화였습니다. 사실 처음 [쥬라기 공원 4]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땐 약간의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쥬라기 공원]이 처음 공개된 1993년만 하더라도 CG로 만들어진 공룡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할리우드의 특수효과 기술은 나날이 발전했고, 이제는 공룡이 나오는 영화는 흔해졌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쥬라기 공원 4]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낼만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의구심과 함께 [쥬라기 공원 4]에서 제목을 바꾼 [쥬라기 월드]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극장에서 확인한 [쥬라기 월드]는 제 걱정과는 달리 새로운 볼거리를 영화 속에서 완벽하게 구축해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인도미누스 렉스입니다. 인도미누스 렉스는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하이브리드 공룡인 만큼 뛰어난 지능, 압도적인 신체능력, 그리고 비정상적인 흉폭성을 지니고 있어 [쥬라기 월드]의 새로운 재미를 이끌어 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공원]을 통해 티라노사우루스를 넘어서는 인기 공룡으로 급부상한 벨로시랩터를 획기적으로 활용합니다. [쥬라기 월드]에서 벨로시랩터는 오웬에게 훈련을 받아 오웬과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벨로시랩터 무리 중 리더인 블루는 [쥬라기 월드]의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큰 비중을 자랑합니다.

사실 [쥬라기 월드]는 인도미누스 랩터와 블루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설정이 [쥬라기 공원]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공룡을 앞세운 테마공원 '쥬라기 월드'의 화려한 개장, 하지만 인간의 욕심에 의한 작은 실수로 인하여 '쥬라기 월드'는 지옥의 현장이 되어 버립니다. 이러한 내용은 '쥬라기 공원' 개장에 앞서 전문가로 이뤄진 팀이 안전 진단을 위해 투어에 나섰다가 인간의 욕심에 의한 작은 실수로 지옥을 맛본다는 [쥬라기 공원]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인도미누스 랩터와 블루라는 새로운 볼거리를 장착함으로써 [쥬라기 월드]는 성공적으로 [쥬라기 공원]을 부활시킵니다.


한때 지구의 주인이었던 공룡을 되살려 단순한 볼거리로 전락시키려는 인간의 자만심.

[쥬라기 공원]은 과연 인간에게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지 묻는다.

[쥬라기 월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도미누스 렉스를 탄생시키며 신 놀음을 하는 인간에게

크나큰 재앙을 안겨주며 그들의 자만심에 경종을 울린다.



이제는 [쥬라기 공원 : 잃어버린 세계]를 확장시킨다.


[쥬라기 월드]가 [쥬라기 공원]의 스토리 전개를 고스란히 물려 받으며 새로운 볼거리를 통해 흥행 대성공을 거두었다면,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은 명백히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를 따라갑니다. 1997년에 개봉한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는 '쥬라기 공원'이 폐쇄된지 4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공룡들은 '쥬라기 공원'이 폐쇄된 이후에도 스스로 자생력을 얻어 이슬라 소르나 섬의 B구역에서 번식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이안 말콤(제프 골드브럼)의 약혼녀인 사라 하딩(줄리안 무어) 박사는 존 해몬드(리차드 아텐보로)의 의뢰로 공룡 관찰에 나서고, 공룡을 샌디에이고로 옮겨 새로운 '쥬라기 공원'을 만드려는 야망을 품은 인젠사의 회장은 맹수 사냥꾼 로랜드 템보(피트 포스틀스웨이트) 일당을 섬에 파견합니다.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의 하이라이트는 샌디에이고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티라노사우르스의 무시무시한 활약(?)입니다. 이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에서 더욱 확장됩니다. 이슬라 누블라 섬의 화산 활동이 활발해지자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공룡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한때 존 해몬드의 파트너였지만 이후 관계가 틀어진 벤자민 록우드(제임스 크롬웰)의 지원으로 오웬과 함께 공룡 구출 작전에 나섭니다. 하지만 록우드 재단을 이끄는 엘리 밀스(라프 스팰)는 공룡들을 팔아치워 큰 돈을 벌려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에 맹수 사냥꾼 로랜드 템보가 있다면,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에는 켄 휘틀리(테드 레빈)이라는 돈만 밝히는 유명한 사냥꾼이 있습니다.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에서 티라노사우르스가 샌디에이고를 쑥대밭으로 만든다면,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에서는 이슬라 누블라 섬에서 구출된 다수의 공룡들이 록우드 저택에서 공룡 밀매에 나선 이들을 상대로 끔찍한 난장판을 만들어놓습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쥬라기 월드]의 인도미누스 랩터를 업그레이드한 유전자 조작 공룡 인도랩터가 등장하여 전편의 재미를 잇습니다.


인도미누스 렉스의 소형버전인 인도랩터는

거대함에서 오는 파괴력은 줄었지만

벨로시랩터의 사악함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더욱 무시무시해졌다.

인도미누스가 메이지의 침대에 접근하는 장면은 정말 끔찍한 악몽같았다.



이제 우리가 사는 이곳이 '쥬라기 월드'가 된다.


이렇게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공원]의 세계관을 이어 받으면서 확장시켜 나갑니다. 하지만 그것은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까지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자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쥬만지]의 조 존스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쥬라기 공원 3]는 다시한번 이슬라 소로니 섬에서 공룡과 함께 펼치는 모험극을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2021년 개봉 예정인 [쥬라기 월드 3]는 [쥬라기 공원 3]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에서 록우드 저택을 벗어난 공룡들이 우리가 사는 인간 세상을 활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에서 티라노사우르스가 샌디에이고를 활보한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는 공룡의 세상과 인간의 세상은 분리되었었습니다. 무지한 인간이 겁없이 공룡의 세상에 발을 내딛음으로써 겪게 되는 공포가 [쥬라기 공원]과 [쥬라기 월드]의 주요 내용이었던 것입니다. 비록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에서 공룡들은 이슬라 누블라 섬을 빠져 나왔지만, 거대한 록우드 저택은 우리가 사는 인간 세상과는 분리된 공간처럼 보였기에 주인공들이 록우드 저택만 빠져 나간다면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관객에게 전해줬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이슬라 누블라 섬의 바다속 차단막을 넘은 모사사우루스는 해안가를 서핑하는 사람들을 사냥할 것이고, 프테라돈은 화려한 라스베가스의 하늘을 점령할 것입니다. 특히 산 위에서 인간 마을을 바라보는 벨로시랩터 블루의 모습은 섬뜩합니다. 무기업자의 손에 넘어간 공룡의 유전자 조작 기술은 제 2의 인도미누스와 제 2의 인도랩터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오웬과 클레어는 록우드 저택에서 인도랩터를 제거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안 말콤 박사는 청문회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쥬라기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제 더이상 인간 세상과 공룡 세상의 경계는 사라졌고, 우리가 사는 이곳이 '쥬라기 월드'인 셈입니다.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 이후 21년만에 귀환한 이안 말콤

사실 그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를 남긴다.

이슬라 누슬라의 공룡 구출을 반대한 그는

공룡의 존재 자체가 인간에게 큰 재앙이 될 것임을 경고한다.



이제부터 [쥬라기 월드]만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친구와 먼저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을 보고 온 웅이에게 "[쥬라기 월드 3]이 제작될 것 같아?"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웅이는 만약 [쥬라기 월드 3]가 제작되지 않으면 유니버셜 픽쳐스를 찾아가 항의해야한다며 조금은 과격한 대답을 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단순히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이 재미있었다는 것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을 보고나니 웅이의 과격한 대답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인간 세상에 뛰어든 공룡들을 통해 이제부터는 [쥬라기 공원]과는 전혀 다른 [쥬라기 월드]만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쥬라기 월드]와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이 [쥬라기 공원]의 세계관을 이어 받으며 조금씩 확장해 나갔다면 [쥬라기 월드 3]는 본격적으로 [쥬라기 공원]에서는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본격적으로 꺼내들 것입니다. 그러한 공룡의 위용이 오싹하면서도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이렇듯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은 [쥬라기 공원]과는 차별화된 [쥬라기 월드]만의 새로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개연성을 제공하는 영화입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이 그저 1편과 3편 사이의 연결고리만으로 만족하고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이슬라 누블라 최고봉인 시보산의 분화 장면은 한때 유행했던 화산 폭발 영화 [단테스 피크], [볼케이노]의 하이라이트를 뛰어넘는 재미를 안겨줬고, 중후반부 등장한 박치기 공룡 스티기몰로크(파키케팔로사우루스인줄 알았는데, 정보를 찾아보니 아니라네요.)의 귀여운 맹활약, 인도랩터의 무시무시함과 역시나 믿음직한 블루(갓블루!!!)의 포스. 엔딩 크레딧이 끝난 후 나오는 쿠키영상의 쫄깃한 재미까지...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은 2시간 7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영화를 보는 내내 심장이 쫄깃해졌던 영화입니다.


[쥬라기 월드]의 진정한 주인공은 벨로시랩터 블루이다.

블루가 없었다면 오웬과 클레어는 이미 사망했을 듯...

[쥬라기 월드 3]에서도 블루는 인간을 위협하는 최강의 공룡임과 동시에

인간이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낸 괴물 공룡과 맞서 싸우는 영웅이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