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머니백] - 한국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는 될 수 없었다.

쭈니-1 2018. 6. 15. 14:46



감독 : 허준형

주연 : 김무열, 박희순, 이경영, 전광렬, 임원희, 오정세, 김민교

개봉 : 2018년 4월 12일

관람 : 2018년 6월 14일

등급 : 15세 관람가



돈가방을 둘러싼 7명의 추적극


난 4월 둘째주 개봉한 영화 중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램페이지]와 더불어 제가 기대작으로 꼽았던 영화가 [머니백]입니다. 하지만 사실 [머니백]은 얼핏봐서는 제 기대작이 되기엔 부족해 보였습니다. 김무열, 박희순, 이경영 등 조연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감독은 신인 허준형 감독입니다. 일단 출연진과 제작진의 이름만으로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게다가 내용은 돈가방을 둘러싼 7명의 쫓고 쫓기는 추격극입니다. 새로울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머니백]을 기대작으로 꼽은 이유는 영화 개봉전 한 영화 전문 기자가 이 영화를 호평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저는 가이 리치 감독의 1999년 국내 개봉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라는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가이 리치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도박빚으로 인하여 궁지에 몰린 한 남자가 옆집 도그 일당의 범죄 모의를 엿듣고 도그 일당이 돈을 훔치면 그 돈을 뺏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입니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의 성공으로 가이 리치 감독은 할리우드로 건너가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 [스내치]를 연출했는데, 이들 영화는 여러 캐릭터들이 하나의 목적을 두고 서로 얽히고 설킨 복잡한 관계를 치밀하고 경쾌하게 영화로 완성해내며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저는 어쩌면 [머니백]이 한국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것입니다. 신인 감독의 재치넘치는 연출력, 여러 조연급 배우들이 돈가방을 둘러싸고 한데 엉키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소동극. 분명 잘만 만든다면 [머니백[은 한국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가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한국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가 되기엔 부족하다.


하지만 결국 제가 [머니백]을 극장에서 보지 않은 것은 영화를 본 관객들의 평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는 [머니백]이 다운로드 시장에 오픈되기를 기다렸다가 개봉 2개월만에 봤습니다. 그리고 극장에서 보지 않기로한 제 결정이 옳았음을 깨달았습니다.

[머니백]은 앞서 언급한대로 돈가방을 둘러싼 7명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뿐인 청년 실업자 민재(김무열)입니다. 그는 하나뿐인 가족인 엄마의 수술비를 위해 천만원이라는 돈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월세 보증금을 빼지만 밀린 월세를 갚고나니 남은 돈은 8백만원 뿐입니다. 어떻게든 2백만원이 필요한 민재는 사행성 게임장에서 운좋게 2백만원을 따지만 사채업자 똘마니인 양아치(김민교)에게 돈을 모두 빼앗기고 맙니다.

양아치는 사채업자 사장 백사장(임원희)에게 뺏은 돈을 바치고, 그 돈은 다시 선거를 앞둔 문의원(전광렬)에게 돌아갈 처지가 됩니다. 한편 비리 경찰인 최형사(박희순)는 백사장과의 도박에서 총을 저당잡히고, 백사장인 킬러(이경영)에게 최형사의 총을 주며 문의원을 처리해달라고 문의합니다. 하지만 택배기사(오정세)의 실수로 최형사의 총은 민재에게 배달되고, 민재는 그 총으로 백사장을 위협하여 문의원에게 갈 돈을 빼앗습니다. 자! 과연 돈가방의 주인은 누가 될까요?


 


이 영화가 실망스러운 이유


돈가방을 둘러싼 일곱명의 캐릭터가 얽히고 실킨 소동극을 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니백]이 제게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캐릭터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머니백]은 일곱명의 캐릭터가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 중심을 잡을 캐릭터는 누가 뭐래도 민재입니다. 그런데 민재는 겉은 멀쩡해보이는데 마냥 바보같습니다. 2백만원이 필요하다면서 자신이 사채를 쓴 캐피탈이 운영하는 사행성 게임장에 가고, 백사장에게 얼떨결에 돈을 빼앗은 후에도 병원으로 가지 않고 집으로 가서 위기를 자초합니다.

문제는 바보같은 캐릭터가 민재 뿐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 일곱명의 캐릭터 모두가 그냥 바보같습니다. [머니백]이 코미디 영화라면 일곱명의 바보같은 캐릭터가 벌이는 소동극을 재미있게 볼 수도 있겠지만, [머니백]은 결코 코미디 장르의 영화가 아닙니다. 하지만 캐릭터들은 코미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들 뿐입니다. 그러한 괴리가 [머니백]을 무엇으로 즐겨야할지 헷갈리게 만듭니다.

스토리 전개도 촘촘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설정은 돈가방을 둘러싼 7명의 얽히고 설킨 관계라고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막상 돈가방이 필요한 사람은 어머니의 수술비가 필요한 민재, 선거자금이 필요한 문의원, 문의원에게 돈을 줘야하는 백사장 뿐입니다. 최형사는 총을 되찾기 위해 소동극에 뛰어들었다가 나중엔 돈가방을 뒤쫓는 일관성이 부족한 캐릭터이고, 양아치, 택배기사, 킬러는 돈가방보다는 총과 더 상관이 있습니다. 결국 [머니백]에서 서로 얽히고 설킨 캐릭터들은 돈가방과 총으로 나뉘고, 그렇게 나뉜 캐릭터들의 소동극은 일관성 없이 억지 전개를 보입니다.




그나마 [게이트]보다는 낫더라.


물론 [머니백]은 완전히 엉망진창인 영화는 아닙니다. 일단 선 굵은 연기만 선보였던 김무열의 연기 변신이 돋보였습니다. 지금까지 김무열은 [연평해전], [대립군], [기억의 밤] 등에서 개성강한 연기만 해왔습니다. 하지만 [머니백]에서는 찌질해도 너무 찌질한 소시민 민재를 무리없이 연기해냈습니다.

영화 개봉전부터 화제가 되엇던 이경영이 연기한 킬러 캐릭터도 신선했습니다. 지금까지 킬러라하면 냉혹하고 섬뜩한 캐릭터였는데, [머니백] 속 킬러는 오히려 과거의 화려함을 간직한채 은퇴한지 오래된 노년의 소시민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분명 [머니백]은 기대했던 것과 같은 한국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가 될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1시간 40분 동안 아무 생각없이 즐길만한 수준의 재미는 지니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신재호 감독, 임창정, 정려원 주연의 [게이트]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엉망인 영화는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이 영화를 다행히 극장에서 보지 않았고, [게이트]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짜증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만족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