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몬태나] - 전형적인 서부영화의 재미 대신 묵직한 메시지가 돋보인다.

쭈니-1 2018. 6. 5. 14:57



감독 : 스콧 쿠퍼

주연 : 크리스찬 베일, 로자먼드 파이크, 웨스 스투디

개봉 : 2018년 4월 19일

관람 : 2018년 6월 4일

등급 : 15세 관람가



오랜만에 만끽하는 서부영화의 매력


제가 의외로 좋아하는 장르를 하나 꼽으라면 서부영화입니다.  서부영화란, 개척기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한 영화들을 총칭하는 것으로 전설의 총잡이가 무법자나 인디언을 죽이고 영웅이 된다는 내용으로 이뤄져있습니다. 저는 명확한 선과 악의 대결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고, 총으로 사람을 마구 죽이는 영화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서부영화만큼은 끌립니다. 아마도 어린시절 TV에서본 [황야의 무법자]와 같은 서부영화의 추억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 미국에서도 서부영화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1년에 한두편 아주 가끔 제작되곤 합니다. 그렇기에 서부영화가 개봉하면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습니다. 하지만 개봉관이 별로 없어 극장에서 서부영화를 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2016년 9월에 본 [매그니피센트 7]가 최근에 극장에서 본 서부영화일 정도입니다. 그나마 [매그피센트 7]은 이병헌의 출연 덕분에 우리나라 개봉관이 많아 볼 수 있었던 영화입니다.

[몬태나]가 개봉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사실 [몬태나]가 개봉했던 4월 셋째주에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개봉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라 눈에 띄는 기대작이 없었지만, [몬태나]를 상영하는 극장도 그다지 많지 않아 저는 자연스럽게 [몬태나]의 극장 관람을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oksusu에 다운로드 서비스가 오픈되기만을 기다렸다가 지난 월요일에 조용히 챙겨봤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끽하는 서부영화의 매력에 흠뻑 뻐져 버렸습니다.




총잡이, 인디언, 무법자 등 서부영화의 주요 캐릭터가 모두 나온다.


'미국 영혼의 본질은 억세고 고독하고 초연하며 살의에 찼다. 그건 지금까지 그대로 뭉쳐있다.' [몬태나]는 D.H. 로렌스의 글로 영화를 시작합니다. 영화의 배경은 1892년입니다. 당시는 남북전쟁이 끝난지 30여년이 흐른 뒤였고, 미국 정부에 의해 인디언은 보호구역에서만 살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 정부의 정책에 반발한 인디언들은 보호구역을 이탈하기 일쑤였고, 조셉 블러커(크리스찬 베일) 대위의 임무는 보호구역을 이탈한 인디언을 잡아들이는 일입니다.

[몬태나]에는 서부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두 등장합니다. 조셉 블러커 대위는 서부 영화의 전형적인 떠돌이 총잡이는 아니지만, 군전역을 앞둔 군인으로 자신이 겪은 전쟁에 대한 혐오와 인디언에 대한 증오, 그러면서도 가슴 한켠에 따뜻함을 간직한 캐릭터입니다. 그는 서부영화의 주인공으로써 손색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여기에 과거 수십명의 백인을 죽인 악명높은 인디언 추장 옐로우 호크(웨스 스투디)와 그의 가족들이 등장하고, 인디언에 의해 가족을 몰살당한 비운의 여성 로잘리 퀘이드(로자먼드 파이크)가 조셉 블러커 대위와 옐로우 호크 추장 사이에 끼어듭니다. 그리고 그들의 여정에서 어김없이 무법자들이 등장하여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적이 동료가 된다.


이렇게 서부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 완벽하게 구축된 [몬태나]는 그러나 일반적인 서부영화의 전개를 따르지 않습니다. 블러커 대위는 인디언과의 수 많은 전투를 통해 동료와 부하를 잃었고, 그렇기에 그는 옐로우 호크 추장을 증오합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암에 걸린 옐로우 호크 추장과 가족들을 고향으로 돌려 보낼 것을 결정했고, 어쩔 수 없이 블로커 대위는 팀을 꾸려 옐로우 호크 추장의 가족이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있게끔 호위해주는 임무를 어쩔 수 없이 받게 됩니다. 영화 초반 블로커 대위는 옐로우 호크 추장에 대한 적개심을 여과없이 드러냅니다.

그것은 로잘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첫 장면은 평화롭던 로잘리의 가족이 인디언 무법자에 의해 몰살당하는 장면입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로잘리는 블러커 대위에게 구출되지만, 옐로우 호크와 그의 가족을 보며 두려움에 비명을 지릅니다. 이렇게 블러커 대위와 로잘리, 그리고 옐로우 호크 추장의 불편한 동행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들의 서로에 대한 적개심은 공동의 적이 나타나며 무너집니다. 로잘리 가족을 죽인 인디언 무리들, 그리고 로잘리를 납치한 백인 무법자들, 죄없는 인디언을 학살한 죄로 군사재판에 넘겨진 찰스 윌스(벤 포스터) 병장을 블로커 대위와 옐로우 호크 추장이 함께 무찌르며 그들은 어느새 동료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전형적인 서부영화의 재미를 비껴가다.


솔직히 저는 블로커 대위와 옐로우 호크 추장의 대결로 영화가 진행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암에 걸렸으니 고향에서 죽게 해달라는 옐로우 호크 추장의 청원은 속임수였고, 로잘리의 가족을 죽인 인디언 무리들이 블로커 대위 일행을 습격하여 옐로우 호크 추장을 탈출시키고, 이에 블로커 대위가 맞서 싸우는 내용을 예상한 것입니다. 그것이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한 서부영화의 전형적인 스토리 전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몬태나]는 블로커 대위와 옐로우 호크 추장이 함께 싸워나가며 서부 개척 시대의 선과 악에 대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블로커 대위와 옐로우 호크 추장이 함께 맞서 싸워야 하는 악은 인디언과 백인을 가리지 않습니다. 로잘리 가족을 몰살한 인디언 무리에서부터 시작해서 부녀자를 납치해서 강간하는 모피 사냥꾼, 인디언에 대한 두려움과 강박증 때문에 죄없는 인디언을 몰살한 윌슨 병장,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부하들을 데리고 나타나 옐로우 호크 추장이 묻힌 땅이 자기네 땅이라며 협박하는 사이러스 라운드까지... 그들의 적은 법은 안중에도 없고 살인을 일삼는 무법자일 뿐입니다.

그들의 위험한 여정의 끝에 살아남은 것은 옐로우 호크 추장의 손자인 인디언 소년과 로잘리 그리고 블로커 대위 뿐이라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이제 그들은 인종을 뛰어 넘어 새로운 가족을 형성할 것입니다. 영화 첫 장면에서 나온 D.H 로렌스의 살의로 가득한 미국 영혼의 본질은 이렇게 서로에 대한 용서와 화합으로부터 바뀌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몬태나]는 전형적인 서부영화의 재미를 비껴가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안겨주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