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치즈인더트랩] - 부족한 부분을 원작과 케이블 드라마로 채울 수 있다면...

쭈니-1 2018. 5. 30. 11:22



감독 : 김제영

주연 : 박해진, 오연서, 박기웅, 유인영

개봉 : 2018년 3월 14일

관람 : 2018년 5월 29일

등급 : 15세 관람가



웹툰은 못봤지만, 케이블 드라마는 재미있게 봤다.


2016년 제 눈을 사로 잡은 케이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제목은 <치즈인더트랩>입니다. 사실 로맨스 드라마는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잘 안보는 편인데 <치즈인더트랩>은 로맨스에 스릴러가 적당히 가미되어 긴장감을 높였고, 박해진, 김고은, 서강준, 이성경 등 출연배우들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치즈인더트랩> 때문에 저는 아직도 이성경만 보면 짜증이 날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치즈인더트랩>은 네이버의 인기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그날의 웹툰을 챙겨볼만큼 웹툰을 좋아하지만 <치즈인더트랩>은 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웹툰은 판타지, 혹은 스릴러 장르이기에 순정만화처럼 보였던 <치즈인더트랩>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케이블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을 재미있게 봤지만, 웹툰 <치즈인더트랩>을 보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영화 [치즈인더트랩]이 개봉했습니다. 웹툰에서 드라마로, 그리고 영화로까지 이어진 '원 소스 멀티 유스'인 셈입니다. (오랜만에 방통대 시절 배운 어려운 전문 용어 하나 써봤습니다.) 하지만 과연 방대한 이야기와 복잡한 캐릭터를 지닌 <치즈인더트랩>을 고작 2시간 안팎의 영화로 잘 만들 수 있을까요? [치즈인더트랩]의 제작소식을 들은 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이러한 걱정입니다. 




내가 [치즈인더트랩]을 극장에서 보지 않은 이유


[치즈인더트랩]의 영화화 소식을 들으며 제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방대한 원작을 어떻게 2시간 안에 압축해서 넣을 것인가?'입니다. 하지만 [치즈인더트랩]의 제작이 진행되면서 또 다른 걱정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홍설에 오연서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부터입니다. 제가 오연서를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케이블 드라마 <화유기>에서 보여준 매력 덕분에 오연서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오연서가 홍설이라는 캐릭터와 어울리가?'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NO"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네요. 

홍설은 대학 킹카인 유정(박해진) 선배에게 갑자기 사귀자는 고백을 듣고 "도대체 이 선배가 내게 왜 이러지?"라고 고민하는 평범녀입니다. 그런데 오연서는 평범녀이기보다는 퀸카에 가까운 외모를 지녔습니다. 그런 면에서 케이블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의 김고은이 완벽하게 홍설의 캐릭터를 구축했습니다. 그러한 오연서라는 미스 캐스팅과 CGV 단독개봉이라는 좌충수(저는 CGV에서 영화 보는 것을 가급적으로 피하고 있습니다.)로 인하여 [치즈인더트랩]의 극장 관람은 무산되었습니다.

그리고 oksusu 다운로드로 본 [치즈인더트랩]은 정확히 제가 걱정했던 부분이 단순한 기우가 아니었음을 드러냈습니다. 백인호(박기웅)가 홍설(오연서)에게 "야, 개털!"이라고 부르며, 놀리는 장면에서 저는 오연서의 부드러운 헤어스타일을 보며 어리둥절해야만 했습니다. 케이블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김고은은 파마머리로 외모를 포기하면서 개털 머리카락을 가진 홍설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는데, 오연서는 외모를 포기하지 못하면서 개털 머리카락이라는 홍설의 캐릭터도 갖고 싶었나봅니다. 둘 중 하나는 포기했어야 했습니다.




2시간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냈다.


케이블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도 유정을 연기한 박해진이 영화 [치즈인더트랩]에서도 유정을 연기함으로써 유정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대체불가 배우임을 선언했습니다.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박해진처럼 선한 외모를 가졌으면서 간혹 섬뜩한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 배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박기웅, 유인영도 나름 잘된 캐스팅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략은 방대한 원작을 가진 영화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치즈인더트랩]은 캐릭터 구축을 생략합니다. [치즈인더트랩]의 캐릭터는 절대 단순하지 않습니다. 백인호와 백인하를 대하는 유정의 차가움을 관객에게 온전히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턱없이 짧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치즈인더트랩]은 오영곤(오종혁) 사건, 빨간벽돌 사건 등 영화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사건들까지 영화적 재미를 위해 포기하지 못합니다. 결국 [치즈인더트랩]은 캐릭터의 구축을 포기하고, 사건의 나열을 선택한 셈입니다. 그 결과 유정, 홍설 뿐만 아니라 백인호, 백인하, 장보라(박산다라), 권은택(김현진) 등 주변 캐릭터의 비중은 낮아졌고, 그렇게 낮아진만큼 이들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거의 생략되었습니다. 그렇게 [치즈인더트랩]은 조금은 뜬금없게 느껴지는 로맨스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원작과 케이블 드라마로 채워라.


제가 [치즈인더트랩]에 예상했던 아쉬움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저는 나름 재미있게 [치즈인더트랩]을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김고은이 연기한 홍설을 지워버리고나면 박해진, 오연서라는 선남선녀의 로맨틱 코미디로 눈호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오영곤 사건, 빨간 벽돌 사건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린 것도 좋았습니다. 물론 백인호에게 쫓기는 와중에 홍설에게 범행을 저지르는 빨간벽돌 범인의 범행은 조금 억지스러웠지만...

제가 이렇게 [치즈인더트랩]을 나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케이블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을 봤기 때문입니다. 16부작으로 제작된 <치즈인더트랩>은 영화와는 달리 캐릭터를 세세하게 완성해냈었습니다. 그러한 케이블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의 기억이 2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었기에 영화 [치즈인더트랩]의 부족한 캐릭터 구축을 채워넣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었는데 영화 속 간접광고에 대한 불만이 많더군요. 그러고보니 [치즈인더트랩]에는 뜬금없이 안마의자가 자주 등장했고, 상철(문지윤)은 항상 오징어칩 과자를 먹더라는... 그런 부분은 제가 좀 둔감합니다. 뭐 부족한 제작비를 채우기 위해서이니 그런 부분은 살짝 눈감아줘도 되지 않을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