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블리딩 스틸] - 진한 부성애와 노련한 액션이 어우러지다.

쭈니-1 2018. 5. 29. 11:16



감독 : 장립가

주연 : 성룡, 칼란 멀베이, 나지상, 오우양나나

개봉 : 2018년 4월 19일

관람 : 2018년 5월 28일

등급 : 15세 관람가



이번에도 성룡은 나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40대 남성 영화팬에게 있어서 성룡에 대한 추억은 절대적입니다. 남성 영화팬 중에서 80, 90년대 당시 성룡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성룡도 늙었습니다. 이제 성룡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예전만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건 젊은 시절 성룡 영화에 무조건적인 열광을 보냈던 제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들어서 성룡 영화의 국내 개봉편수도 줄어들었고, 국내 개봉한다고해도 짧은 극장 개봉 후 곧장 다운로드 시장으로 하는 직행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블리딩 스틸]도 그 중 한편입니다. 솔직히 이 영화가 개봉했던 4월 셋째주에는 특별히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블리딩 스틸]을 극장에서 보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블리딩 스틸]을 극장에서 보기보다는 다운로드로 보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나마 제가 [블리딩 스틸]을 놓치지 않고 다운로드로 보려고 한 것에는 [더 포리너]가 나름 만족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마틴 캠벨 감독의 [더 포리너]는 런던 폭탄 테러로 딸을 잃은 평범한 가장이 딸의 복수를 위해 배후 테러조직을 파헤치고 맞서 싸운다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에서 성룡은 진한 부성애와 노련한 액션을 선보였고, 그러한 성룡의 모습이 제게 만족감을 선사한 것입니다. 제가 [블리딩 스틸]에 기대한 것은 정확히 그러한 것입니다.




백혈병에 걸린 딸과 중요한 임무사이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블리딩 스틸]은 정확히 제가 원했던 성룡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백혈병에 걸린 어린 딸이 위독하다는 담당 의사의 전화를 받은 SWAT 팀장 임동(성룡)이 급하게 병원으로 가는 도중 상부로부터 임무를 받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병원에서는 죽어가는 딸이 기다리고 있지만, 임동은 임무를 위해 차를 되돌립니다.

그리고 곧이어 생체병기 최고 권위자를 노리는 정체불명의 집단에 맞선 임동이 이끄는 SWAT 팀의 사투가 이어집니다. 도저히 사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초인적인 힘을 지닌 안드레(칼란 멀베이)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임동과 그의 팀원들. 결국 임동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안드레를 막아냅니다. 그리고 임동의 딸은 사망처리되고 13년이라는 시간이 흐릅니다.

무대는 호주 시드니로 옮겨집니다. 어느 유명 작가의 소설이 화제를 모으는데, 소설의 내용은 13년전 안드레 사건과 유사합니다. 누구에게 이 사건 이야기를 들었는지 밝히기 위해 안드레의 부하들, 정체불명의 좀도둑 리슨(나지상), 그리고 신분을 위장한채 호주에 숨어 살던 임동이 다시한번 충돌을 일으키며 13년전 충격적인 비밀이 벗겨집니다.




진한 부성애와 노련한 액션


솔직히 영화의 내용만 놓고 본다면 억지 설정이 많습니다. 소설가가 13년전 안드레 사건을 소설로 옮길 수 있었던 이유부터가 조금 어이없고, 임동의 딸인 낸시(오우양나나)가 죽지 않고 살아난 이유, 리슨의 뜬금없는 등장 등 스토리의 헛점은 여기저기에서 발견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굳이 촘촘한 스토리 라인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헛점들은 영화를 즐기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일단 [더 포리너]에서 보여줬던 성룡의 진한 부성애가 [블리딩 스틸]에서도 이어집니다. 딸의 안전을 위해 13년간 신분을 숨기고 딸의 곁을 지켰던 임동. 고아원에서 외롭게 자란 낸시는 그러한 임동의 희생을 알고 눈물을 흘립니다. 조금 뻔한 장치이긴 하지만 나이가 지긋이 든 성룡의 연기 덕분에 잠시나마 찡한 감정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 예순이 훌쩍 넘었음에도 여전한 성룡의 액션도 좋았습니다. 예전처럼 날렵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예전 한창 시절의 성룡을 연상시킬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덕분에 [블리딩 스틸]은 [더 포리너]처럼 진한 부성애와 노련한 액션이 어우러진 영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극장에서 볼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분명 최근 성룡의 영화인 [더 포리너]와 [블리딩 스틸]은 나름 제게 만족을 안겨줬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운로드로 집에서 볼 경우입니다. 제가 애용하는 oksusu의 프리미어 회원인 저는 프리미어 컨텐츠로 선정된 영화를 무한대로 볼 수 있는데, [더 포리너]도, [블리딩 스틸]도 프리미어 영화로 봤습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봤기에 조금은 너그럽게 영화를 즐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블리딩 스틸]을 극장에서 봤다면? 아마 저는 만족감보다는 실망감을 먼저 느꼈을 것입니다. 성룡의 오랜 팬으로써 안타깝지만 그것이 바로 성룡 영화의 현재 위치입니다.

액션, SF, 가족애가 마구 버무러진 [블리딩 스틸]은 그저 큰 기대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B급 액션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성룡의 영화가 개봉하면 저는 또다시 극장이 아닌 다운로드로 보게될 것입니다. 그렇게라도 성룡 영화를 즐길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