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라따뚜이] - 새로움은 언제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쭈니-1 2009. 12. 8. 20:13

 

 



감독 : 브래드 버드
더빙 : 패튼 오스왈트, 루 로마노
개봉 : 2007년 7월 25일
관람 : 2007년 7월 27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식욕을 잃어버리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마른 체형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집안 내력이기도 했고, 잔병치레가 많은 허약한 체질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암튼 비쩍 마른 체형을 극복하고자 참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잠자기 전에 라면 끓여 먹기, 돈만 생기면 콜라와 초콜릿 사먹기 등등 덕분에 콜라 중독에 빠져 한동안 고생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나이 서른이 넘어가더니 제 콤플렉스는 자연스럽게 해결되더군요. 그렇다고 지금도 뚱뚱한 편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보기 흉할 정도로 마른 체형도 아니기에 지금의 제 모습에 만족하고 있답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살을 찌우기 위한 노력의 부작용  때문인지 지금도 체형에 비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먹는 편입니다. 제 친구들과 식사를 같이 하다보면 '너 정말 많이 먹는다.'라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특히 음식 남기는 것을 싫어해서 남는 음식이 있으면 배가 불러도 꾸역꾸역 전부 먹어치워서 구피에게 맨 날 한소리 듣는답니다.
그런 제가 요즘 식욕 부진에 빠져 버렸습니다. 물론 더운 여름 탓도 있습니다. 여름이라는 계절은 식욕을 쉽게 없애 버리니까요. 하지만 요즘 제가 처한 짜증나는 상황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새로 입사하기로 했던 회사의 팀 구성이 무기한 연장되며 제 입사도 무기한 연장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을 회사 인사 과장에게 전해들은 저는 그대로 소파에 쓰러져 하루 종일 멍한 기분에 누워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도 누룽지로 대충 떼웠기에 배가 고플 만도 했지만 저녁식사 시간도 되어도 좀처럼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최소한 [라따뚜이]를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원대한 꿈을 가진 생쥐를 만나다.

제가 [라따뚜이]를 보기로 결심한 것은 회사에서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들은지 하루가 지난 후였습니다. 뭔가 새로운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더 이상 팀 결성이 무기한 연장된 회사만을 목매고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언제까지나 구피에게 실업연금으로 생활을 하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 다시 시작하자.' 전 속으로 제 자신을 다독거렸습니다. 그리고 충격으로 인해 마비상태가 되어버린 제 자신을 추스르기 위한 기분전환으로 [라따뚜이]를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라따뚜이]를 선택한 것에 별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워낙에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픽사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유쾌한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는 저로써는 무의식중의 행동이었습니다. 암튼 결과적으로는 [라따뚜이]를 선택한 것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라따뚜이]는 미식의 도시 파리에서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 레미(패튼 오스왈트)의 성공기입니다. 사실 요리사에겐 최고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생쥐가 요리사가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영화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픽사는 다른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적인 설정을 유쾌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관객 앞에 풀어 놓습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모든 위험과 편견에 맞서 싸워야하는 래미. 물론 이 영화를 본 후 '그래, 나도 할 수 있어'라고 느꼈다는 것은 약간 오버가 섞인 거짓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기분은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픽사의 이전 영화들만큼의 폭발적인 유쾌함은 없었지만 보고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픽사의 마법은 이 영화에서도 계속되더군요.


 

 


새로운 것을 보여주다.

[라따뚜이]에는 픽사 애니메이션의 변함없는 유쾌함만큼이나 절 기분 좋게 만드는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새로움입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생쥐가 사람처럼 말을 하고 사람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뭐가 새롭냐고 반문하실 분들이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새로움은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 래미가 아닌 바로 '맛'입니다.
픽사는 애니메이션을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새로움에 도전하였습니다. 그들은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했고 [토이 스토리]를 통해 장난감의 세계를 조명했습니다. [벅스 라이프]는 곤충의 세계를, [몬스터 주식회사]는 상상 속 괴물의 세계를, [니모를 찾아서]는 바다 속 세계를, [인크레더블]은 슈퍼히어로의 세계를 보여줬었죠.
하지만 [카]에서부터 픽사의 새로움이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것은 더 이상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애니메이션에서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움 그 자체를 보여주기 위한 시도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카]입니다. [카]는 의인화된 자동차의 세계를 보여준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에선 잘 표현되지 못했던 스피드를 재현한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경주용 자동차들의 아찔한 스피드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속에서 완벽하게 표현되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라따뚜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카]가 스피드를 보여줬다면 [라따뚜이]는 맛을 보여줬습니다. 수많은 실사영화들이 생생한 화면 속에서 재현했던 맛과는 달리 [라따뚜이]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실제 음식이 아닌 음식의 그림을 관객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기에 실제 먹음직한 음식을 보여줬던 실사영화와는 달리 음식의 그림을 보여줘야 하는 [라따뚜이]는 분명 맛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해냅니다. 픽사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새로움을 [라따뚜이]를 통해 보여줬던 것입니다.  


 

 


식욕을 되찾다.

[라따뚜이]를 보고나서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주머니를 뒤져 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배가 너무나 고팠기 때문에 있는 돈을 모두 털어서 먹을 것을 몽땅 사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 주머니엔 달랑 2천원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가스레인지에 물을 올리고 라면을 끓였습니다. 라면에 파를 송송 썰어 넣고 정말 정성껏 끓였습니다. 라면이 되자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전부 먹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먹었던 그 어떤 라면보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제가 먹은 것은 고작 라면 하나였지만 라면을 먹는 그 순간만큼은 [라따뚜이]에 나왔던 수많은 먹음직한 음식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음식평론가인 안톤 이고(피터 오톨)가 마지막에 먹었던 '라따뚜이'라는 프랑스 남쪽지방의 보잘것없는 채소 요리처럼 그날의 라면은 제가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요리였던 겁니다.
[라따뚜이]는 '모두가 요리를 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쥐라고 할지라도 꿈과 열정이 있다면 이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요리라는 것이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정성이 들어간 것이라면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그것은 요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에 하등 부끄러움이 없을 것입니다.
라면이라는 제가 만든 최상의 요리를 먹은 저는 다시 기운을 회복했습니다. 그리고 너무하다싶을 정도로 낙천적인 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까짓거 다시 시작하면 되죠. 제가 들어갈 회사가 어디 그곳뿐입니까? 그래, 오늘부터 새로운 시작입니다.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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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무비
저도 오늘 화려한휴가,라따뚜이 이어서 봤는데..
화려한휴가를 먼저보길 정말 잘한거 같아요..
라따뚜이 먼저봤으면.. 화려한휴가 볼돈으로... 먹을걸 왕창 먹었을듯... 전.. 떡볶이먹었습니다^^
Fighting~!
 2007/08/04   
쭈니 상당히 공감이 되는군요
정말 [라따뚜이]를 먼저 봤다면 식욕이 돋아 왕창 먹을듯...
떡볶이... 탁월한 선택이군요. ^^
 2007/08/04   
앞으로의 전진, 스스로의 변화를 빼고도..
맛있는 음식이란 단 하나의 이유로.. 그냥 공감 해버렸습니다 ^^
 2008/01/23   
쭈니 맛있는 음식은 모두를 공감시키죠. ^^  2008/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