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레이디 채털리] - 지루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쭈니-1 2009. 12. 8. 20:14

 

 



감독 : 파스칼 페랑
주연 : 마리나 핸즈, 쟝 루이 코울로쉬
개봉 : 2007년 7월 11일
관람 : 2007년 7월 31일
등급 : 18세 이상

정말로 슈주 팬들이 무서웠다.

7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 영화 한편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공포영화를 제외하고는 CGV에서 상영하는 거의 대부분의 영화를 섭렵했던 저는 7월 마지막 날의 영화로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을 선택한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이 영화의 장르가 부담 없는 코미디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가요계의 아이돌 스타가 상업영화에 미치는 영향을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욕망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많은 분들이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에 대해서 안 좋게 말하지만 제 생각은 틀립니다. 어차피 스타가 필요한 상업영화라면 대중가요의 스타를 영화에 써먹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중가요를 좋아하는 팬층과 학원코미디를 좋아하는 팬층이 같다면 굳이 대중가요 스타를 영화에서 쓰지 말아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영화 상영시간표를 확인하려는 순간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표가 거의 매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그날 하필 슈주 멤버의 무대인사가 있는 날이더군요. 아마도 무대 인사를 보기위해 슈주의 팬클럽이 출동한 모양입니다.
처음에 들은 생각은 '재미 있겠다', '이건 새로운 경험이다'였습니다. 슈주가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는 10대의 어린 여자관객들 틈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콘서트 현장에 가는 것만큼이나 흥미진진해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제 생각은 일순간에 두려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슈주 한 멤버가 피겨스케이팅 스타 김연아에게 싸이월드 1촌 신청을 했다가 거절했다는 이유로 김연아의 싸이월드는 슈주 팬의 악플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이후였습니다.
괜히 영화 보러 갔다가 슈주 팬들에게 붙잡혀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에 대한 호평 글을 쓰라는 협박을 받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고나서야 저는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이 아닌 [레이디 채털리]를 보기위해 지하철에 오르고 말았습니다.


 

 


난 변태가 아니다.
  
사실 [레이디 채털리]를 보러 가는 것도 조금은 꺼림직 했습니다. 왜냐하면 [레이디 채털리]는 야한 에로영화라는 편견이 제 기억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제가 야한 영화를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엉큼한 남자의 속성상 저 역시도 야한 영화 무지 좋아합니다. 하지만 혼자 그것도 극장에서 야한 영화를 보는 중년 남성이라면 당연히 변태 이미지가 떠오르기에 [레이디 채털리]를 보는 것이 꺼림직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 저 자신에게 변명을 했습니다. 난 지금 야한 영화를 보기 위해 [레이디 채털리]를 보는 것이 아니라고... 난 D.H. 로렌스 그 유명한 문학 작품을 영화화한 [레이디 채털리]를 보고 싶은 것뿐이라고. 이러한 제 스스로의 변명은 [레이디 채털리]가 2007년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에서 5개 부문을 휩쓸었다는 뉴스에 더욱 합리성을 얻었습니다.
영화가 상영한지 10분이 지난 후에 극장에 도착하였습니다.([꽃미남 연쇄 살인사건]과 [레이디 채털리]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상영시간에 늦고 말았습니다.) 조금은 한산한 극장에서 의자에 내 몸을 숨기고 영화를 봤습니다.
[레이디 채털리]는 야한 영화로 유명한 실비아 크리스탈 주연의 [차타레 부인의 사랑]에 비한다면 상당히 점잖은 영화였습니다. 사실 [차타레 부인의 사랑]에 대해서는 사춘기 시절 친구들과 제 방에 모여 한밤중에 몰래 봤을 때의 짜릿한 느낌 밖에 기억에 없지만 엄청난 가위질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야하다고 느꼈었답니다. 하지만 [레이디 채털리]는 여성과 남성의 음밀한 부분이 적나라하게 보여지지만 야하다는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다행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만약 [레이디 채털리]가 [차타레 부인의 사랑]만큼이나 야했다면 아마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만 전 혼자 야한 영화 보러 다니는 이상한 아저씨가 된 것만 같은 쪽팔림을 느껴야 했을 테니까요. [레이디 채털리]가 야하지 않은 덕분에 예술영화를 사랑하는 낭만적인 아저씨가 될 수 있었습니다.(혼자만의 착각 ^^)


 


 


채털리 부인의 사랑 찾기

D.H. 로렌스의 원작소설을 읽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레이디 채털리]는 원작소설에 가장 충실한 영화라고 하더군요. 하긴 만약 원작소설이 [차타레 부인의 사랑]처럼 원색적인 섹스만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유명한 고전 취급을 받을 리가 없겠죠.
[레이디 채털리]는 1910년대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주인공 콘스탄스(마리나 핸즈)는 어린나이에 광산을 운영하는 클리포드와 결혼하였으나 클리포드가 전쟁 중 하반신이 불구가 되는 바람에 졸지에 과부 아닌 과부 신세가 되어버린 여인입니다.
[차타레 부인의 사랑]이 콘스탄스가 섹스에 눈을 뜨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면 [레이디 채털리]는 섹스 보다는 콘스탄스의 사랑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부유한 남편이 아닌 남편의 사냥터지기인 파킨(쟝 루이 코울로쉬)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콘스탄스. 처음엔 호기심어린 섹스로 시작되었던 그들의 만남이 점점 사랑으로 발전을 했던 것입니다.
콘스탄스와 파킨의 사랑은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국가를 위해 전쟁에 나섰다가 하반신 불구가 된 남편을 배신하고 남편의 하인과 바람을 피우는 여자라니... 분명 남편이 불쌍하다는 동정심이 생길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말합니다. 콘스탄스의 인생은? 젊은 나이에 평생 남편의 수발을 들며 살아야만 하는가? 파스칼 페랑 감독은 결코 자극적이지 않는 방법으로 관객에게 지속적으로 이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콘스탄스의 미소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과연 이 여자의 이 행복을 빼앗을 수 있는가? 라며...
솔직히 [레이디 채털리]는 상당히 지루합니다. 간혹 섹스씬이 나오지만 야하지 않을 만큼 적당히 조절되었으며(남성과 여성의 성기가 나오는데 하나도 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콘스탄스와 파킨의 사랑, 그리고 클리포드의 질투는 별다른 사건 없이 조용히 마무리됩니다. 너무 심심하다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예술영화라는 타이틀이 붙어있으니 이 영화를 보기로 작정한 순간 이 정도의 지루함은 어쩌면 감수해야 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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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행자
뒤늦은 무플방지~~ 로맨스영화는 솔로부대원으로서 보다가 자폭할가능성이 있으므로 패스!=ㅅ=/  2007/08/16   
쭈니 자폭... 표현이 재미있네요.
암튼 무플방지... 무지 환영하는 바입니다. ^^
 2007/08/16   
이유
저 위에... 여자배우... 윗쪽 나오네요.. 모자이크점.ㅋㅋ  2008/08/03   
쭈니 이유님... 너무 자세히 보셨네요. ^^
전 스틸에 그 부분이 나온줄 방금 처음 알았답니다.
모자이크같은 고급 포삽 기술은 못하기에 그냥 패쓰~
 2008/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