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에반 올마이티] - 1억7천5백만 달러짜리 코미디치고는 실망스럽지만...

쭈니-1 2009. 12. 8. 20:01

 

 



감독 : 톰 새디악
주연 : 스티브 카렐, 모건 프리먼
개봉 : 2007년 7월 25일
관람 : 2007년 7월 25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나에게 God이 나타난다면...

2003년 개봉되어 미국 내에서만 무려 2억4천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기록하며 그해 박스오피스 전체 5위를 기록했던 [브루스 올마이티]는 브루스(짐 캐리)가 전지전능한 God의 힘을 갖게 되며 벌어지는 코미디입니다. 짐 캐리의 코믹연기와 제니퍼 애니스톤의 멜로연기가 잘 어우러져 한참 웃다가도 막바지엔 가슴 찡한 감동을 느끼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브루스 올마이티]가 재미있긴 했지만 마지막엔 실망을 느꼈었습니다. 제가 실망을 느낀 부분은 무엇보다도 전지전능한 God의 힘을 포기해야만 하는 브루스의 상황 때문입니다. 그레이스(제니퍼 애니스톤)의 사랑도 되찾고 God의 힘도 가질 수는 있으면 좋으련만 영화는 굳이 브루스에게 둘 중 하나를 포기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브루스는 God의 힘을 포기함으로써 그레이스의 진정한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God의 힘을 갖고 있으면서 진정한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것은 안 되는 건가요? 저는 그런 브루스의 선택이 너무 억지처럼 느껴졌었답니다.  
만약 나에게 God의 전지전능한 힘이 있다면... 이것은 누구나 해봤음직한 상상일 것입니다. 요즘 저도 그런 생각을 자주합니다.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고 자꾸만 이상한 변수에 의해서 나쁘게만 꼬여갈 때 저는 상상합니다. 내게 전지전능한 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이 모든 꼬인 일들을 한번에 풀어버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진행시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영화 속에서나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토록 제가 원하는 것을 영화 속 주인공들은 아주 쉽게 포기해 버립니다. '사랑만 있으면 난 괜찮아'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입니다. 나에게 God가 나타난다면... 그래서 전지전능한 힘을 내게 준다면... 난 절대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에반에게 God가 나타났다.

[브루스 올마이티]의 속편인 [에반 올마이티]에선 전편의 주인공인 짐 캐리와 제니퍼 애니스톤이 빠지고 브루스의 라이벌 앵커였던 에반(스티브 카렐)이 주인공으로 나섰습니다. 그나마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God로 등장하여 조용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모건 프리먼이 [에반 올마이티]에서도 God로 등장함으로써 두 영화를 연결해주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짐 캐리와 제니퍼 애니스톤이 빠진 빈자리는 꽤 큰가봅니다. 미국에서 [판타스틱 4 : 실버서퍼의 위협]을 2위로 끌어내리고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현재 흥행성적은 아직도 1억 달러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코미디영화치고는 꽤 많은 1억7천5백만 달러라는 제작비를 회수하기는 애초에 틀려 보입니다. 이 정도면 흥행 대실패하고 할 만합니다.
암튼 [에반 올마이티]는 주연 배우만 바뀐 것이 아닙니다. God이 주인공에게 부여하는 것도 바뀌었습니다.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제가 그토록 부러웠던 God의 전지전능한 힘이 에반에겐 주어지지 않습니다. 대신 도시 한복판에 거대한 방주를 설치하라는 믿기 어려운 임무만을 부여할 뿐입니다. God이 브루스에게 해줬던 것을 생각한다면 에반으로써는 불공평하다고 할 수 밖에 없죠.
그렇기에 [브루스 올마이티]를 보며 '나에게 God의 힘이 있다면...' 이라고 상상하며 영화 속 상황을 즐겼던 저는 [에반 올마이티]에선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누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방주를 짓는 것을 상상하며 소원하겠습니까?
사정이 이러하니 [브루스 올마이티]를 봤을 때의 감상법과 [에반 올마이티]를 봤을 때의 감상법은 당연히 틀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브루스라면...'이라는 감정이입 대신, '과연 에반에겐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제 3자의 입장에서 관찰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솔직히 [에반 올마이티]는 [브루스 올마이티]보다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전 감정이입을 하며 보는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마지막은 좋았다.

[에반 올마이티]가 [브루스 올마이티]보다 재미없었다고는 하지만 후반부만 놓고 본다면 God의 전지전능한 힘을 아쉽게 포기해야 했던 [브루스 올마이티]보다는 방주를 짓는 것을 마무리하고 자신에게 손가락질을 했던 사람들에게 일격을 날리는 [에반 올마이티]의 결말이 훨씬 좋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면서까지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고 끝까지 방주를 지어 결국 통쾌한 성공을 거두는 에반의 모습에서 약간의 쾌감을 느꼈습니다. 사실 [에반 올마이티]의 결말은 [브루스 올마이티]만큼이나 통속적이고 뻔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연을 보존하는 것보다 개발을 앞세워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이기심에 일침을 가하는 모습은 꽤 멋있었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God이 에반의 부인인 조앤에게 에반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회복시켜 주는 장면은 아마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영화 내내 조앤을 연기한 로렌 그레험이 [브루스 올마이티]의 제니퍼 애니소톤보다 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특히 조앤이 에반을 이해 못하고 아이들과 함께 친정집으로 가는 장면에선 '어떻게 저렇게 이기적일 수 있을까?' 살짝 분노했었답니다. 그런데 God이 나타나 조앤에게 에반의 사랑과 믿음을 회복시켜 주고 조앤이 에반에게 돌아가는 장면에서 '세상 모든 사람이 날 믿지 않아도 가족만 날 믿어준다면...'이라는 가족주의적 희망이 샘솟더군요. ^^
전체적으로 [에반 올마이티]를 평가한다면 평범한 코미디 그 이상으로 평가할 수 없을 듯 보입니다. 하지만 코미디라는 장르에서 그리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에반 올마이티]는 작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작비에 비한다면 실망스럽지만 그것까지 우리가 상관할 이유가 없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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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행자
끝이 예상되서 재미가없는영화와 끝이 예상이되도 끝으로가는 과정을 풀어내는 내용이 기대되는 영화;;;그 미묘한차이 =ㅅ=/
개인적으론 이렇게 너무 자극적이지않은(뭐랄까요;;요즘 화염과 총탄 그리고 피와 살이 튀는 쪽으로 영화를 보다보니 ㄱ-;;)영화를 보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네요 ㅋ;;
 2007/07/27   
쭈니 오~ 마음의 평화... 왠지 이 영화와 어울리는 표현같네요. ^^
네 자극적이지 않고 훈훈한 영화였습니다.
 2007/07/27   
바스티스
이걸 극장에서 봤었는데....사실 다이하드4 보려다가 개봉날짜를 착각해서 이걸 봤거든요. 근데 극장에서 보기엔 좀 밋밋했던 것 같기도 하고, 반면 후반부의 저 제작비 잔뜩 들어간 장면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으니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고...약간 묘했습니다. ^^;; 쭈니님이 짚어내신 브루스 올마이티와의 관점의 차이 외에도 저는 "개그"의 부재가 가장 크게 느껴지더군요. 상당히 정신없고 시끄러운 짐 캐리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항상 좀 들떠있는 듯한 경쾌한 분위기인데 반해서 스티브 캐럴의 약간 한박자 엇박으로 들어가는 점잖게 비틀린 코미디는 약간 밋밋하거든요. 스티브 캐럴을 상당히 좋아하지만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보다는 티비 시리즈인 "오피스" 같은데서 더 어울렸던 것 같기도 하고...."앵커먼"에서의 감초 연기 같은게 좋았죠. 윌 페럴이라던가 벤 스틸러라던가 하는 배우들처럼 원톱으로 나서기엔 약간 김빠지는 아저씨 같습니다. ^^;;  2007/07/29   
쭈니 바스티스님도 보셨군요.
저 역시도 극장에서 보기엔 약간은 밋밋한 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오히려 비디오로 봤으면 좀 더 부담없이 재미있게 보지 않았을까하는...
마지막 홍수 장면도 생각보다는 좀 스케일이 작게 느껴졌다는...
 2007/07/29   
조광만
성경을 조금 이해하고 있는 상태에서 봤던거라 그런지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코믹적 요소가 조금 부족했었는지 기대보다는 조금 실망스럽더라구요..ㅋㅋ  2007/08/14   
쭈니 만약 짐 캐리가 주연을 맡았다면 그의 과장된 몸짓 덕분에 더 웃겼을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  2007/08/14   
잭블랙이 했어야 됍니다 ㅎ  2007/12/08   
쭈니 잭 블랙이 했다면... 생각하니 더 재미있을것 같기도 하네요. ^^  2007/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