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모로타 사토시(트레저포스), 타케모토 노보루(매직포스)
주연 : 타카하시 미츠오미(트레저포스), 하시모토 아츠시(매직포스)
개봉 : 2007년 7월 17일
관람 : 2007년 7월 21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내 계획이 통했다.
한바탕 비가 내려 선선한 토요일. 구피는 웅이와 함께 공룡박물관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전 전 웅이와 오랜만의 극장 나들이를 남몰래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웅이와의 극장 나들이 계획은 꽤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었답니다. 몇 주 전부터 케이블 방송에서 하는 '파워레인저 매직포스'를 웅이와 함께 시청했고, 몇 일 전엔 동네 구멍가게에서 파는 '파워레인저 매직포스' 스티커를 사주며 웅이에게 '파워레인저'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파워레인저 매직포스 & 트레저포스]가 개봉하자 웅이에게 '우리 '파워레인저' 보러 갈까?'라고 꼬드겼습니다.
지난 4월 [로빈슨 가족]을 극장에서 본 이후로 '아빠 이젠 극장에 가지 말자.'라고 폭탄선언을 했던 웅이는 '파워레인저'보러 가자는 제 말에 좋아하긴 했지만 비디오가 아닌 극장이라는 말에 움찔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예매까지 미리 해놓은 상태였고, 구피에겐 제 치밀한 계획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2시간동안의 자유를 선물하고 나서야 웅이와 함께 3개월만의 극장 나들이를 성공하고 말았습니다.
처음엔 '파워레인저'를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말에 약간 싫은 기색을 내던 웅이도 극장으로 향하는 길엔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며 걷더군요. 1년에 웅이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10번이 채 되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5살짜리 우리 웅이가 극장에서 볼 영화를 찾는다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이렇게 웅이와 함께 볼 영화가 있을 때 빼놓지 않고 봐야 웅이와의 추억도 차곡차곡 쌓아 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그냥 아빠인 제 욕심일까요?
파워레인저 트레저포스
도심의 한복판에 거대한 돌산이 나타납니다. 그 돌산에서 의문의 미소녀 뮤즈가 사람들에게 선언합니다. 지구에서 가장 강한 자에게 소중한 보물 프레셔스를 주겠다고... 프레셔스를 차지하기 위하여 악당들이 몰려들고 파워레인저는 악당들과 프레셔스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결투를 벌이게 됩니다.
[파워레인저 매직포스 & 트레저포스]는 두개의 영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파워레인저'라는 같은 집안 출신인 듯 보이지만 분명 '매직포스'와 '트레저포스'는 다른 스토리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웅이와 함께 케이블 TV로 봤던 것이 '매직포스'였기에 '트레저포스'의 기본적인 구성과 캐릭터는 잘 알지 못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레저포스'는 영화를 이해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로 만든 영화이다 보니 스토리 자체가 그리 복잡하지는 않더군요.
극장판에 나타난 '트레저포스'의 기본적인 캐릭터를 살펴보면 '트레저포스'의 리더격인 트레저 레드 사토루(타카하시 미츠오미)와 그의 괴짜 아버지의 오이디푸스적인 관계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사토루를 제외하고는 다른 파워레인저 대원들은 캐릭터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정도이니 TV판은 어떤지 모르지만 영화판에서는 사토루를 위한 영화 같더군요.
결국 사토루가 뮤즈의 정체를 밝혀내고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어떤 보물이 아니라 바로 자신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고 있는 동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그때서야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우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교훈적인 영화라고나 할까요? ^^
파워레인저 매직포스
'트레저포스'가 끝나고 나자 드디어 웅이가 기다렸던 '매직포스'가 시작했습니다. '트레저포스'와는 달리 기본적인 캐릭터라던가 영화의 배경을 미리 알고 가서인지 처음부터 유카가 납치되고 매직 레드 레인저 카이(하시모토 아츠시)가 유카를 구하기 위해 천상계로 떠나는 약간은 복잡은 구조를 띄고 있어도 쉽게 적응이 되더군요.
카이가 유니콘을 타고 악의 소굴인 인페르시아에서 유카를 구하는 장면에선 비교적 조용했던 '트레저포스'때의 극장 분위기와는 달리 극장 여러 곳에서 아이들의 함성이 들리더군요.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이 '트레저포스'보다는 '매직포스'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나봅니다. 웅이와 저처럼 말입니다.
암튼 TV판에서도 그랬지만 극장판에서도 흥미로운 것은 '매직포스'의 리더는 남매 중 장남인 매직 그린 레인저가 아닌 막내인 레드 레인저라는 사실입니다. 그는 다른 남매들과는 달리 조금 까분다고 생각할 정도로 불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영화판에서는 카이와 유카의 사랑이 중요하게 다뤄진 만큼 어린아이 같았던 카이도 유카를 구하면서 조금 더 성숙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매직포스'는 카이의 성장 드라마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진행되며 점차 영웅적인 기질을 갖추어 나가는 카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TV판에서는 약간은 유치하긴 하지만 그래도 유쾌한 청춘 드라마의 면모까지 갖추고 있으니 어린아이용 영화라고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암튼 저도 꽤 재미있었거든요.
시작은 미약해도 괜찮다.
이 영화를 보며 문득 생각나는 영화는 우습게도 [트랜스포머]입니다.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과 특수효과 기술이 총동원된 [트랜스포머]와 조잡한 미니어쳐와 사람이 플라스틱 박스를 뒤집어쓰고 로봇 연기를 하는 듯한 [파워레인저 트레저포스 & 매직포스]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당연히 우스운 일입니다.
하지만 [트랜스포머]도 이렇게 상당히 유치해 보이는 로봇 만화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렇게 [트랜스포머]의 경우를 본다면 언젠가 '파워레인저'도 할리우드에서 블록버스터 시리즈 영화로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어 보입니다. 정말 대단한 일이죠.
시작은 이렇게 작고 미약해도 괜찮습니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에 조잡하고 유치해도 괜찮습니다. 그것을 보고 자란 어린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어 어렸을 적 봤던 만화를 멋진 영화로 만들 꿈을 키워나가고 그 꿈을 위해 기술을 개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영화 산업의 진정한 발전이 아닐까요?
일본 영화는 청춘 멜로 외엔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일본 영화산업의 위력은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타켓으로 시작한 시장의 형성에서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요? TV를 틀어 만화 채널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일본의 만화들입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시작해야합니다. '마징가 Z'가 우리나라 만화인줄 알고 성장했던 저희 세대처럼 언젠가 우리 아이들도 '파워레인저', '포켓몬스터'가 우리나라 만화인줄 알고 성장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비극이죠. 그 비극이 너무 오래 지속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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