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8년 영화이야기

[마징가 Z : 인피니티] - 전설은 그렇게 추억이 된다.

쭈니-1 2018. 5. 23. 11:42



감독 : 시미즈 준지

더빙 : 모리쿠보 쇼타로, 카야노 아이

개봉 : 2018년 5월 17일

관람 : 2018년 5월 19일

등급 : 12세 관람가



자막버전 찾아 삼만리...


5월 셋째주에는 무려 네편의 기대작이 개봉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피터 래빗]과 [마징가 Z : 인피니티]를 웅이와 함께 보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피터 래빗]과 [마징가 Z : 인피니티]가 어린이를 주관객층으로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극장에서 더빙버전으로 상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아직 한글을 아직 깨우치지 못한 어린 자녀를 둔 관객 입장에서 더빙버전은 반가운 일일테지만, 솔직히 제 입장에서 더빙버전은 영화의 원본을 해치는 일이기에 가급적이면 자막버전으로 영화를 보려고 애씁니다. 

[피터 래빗]과 [마징가 Z : 인피니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자막버전 영화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특히 [피터 래빗]은 국내에서 100% 더빙버전으로만 상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저를 좌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몇몇 개봉관에서는 저와 같은 어른 관객을 위해 자막버전 상영이 이뤄질줄 알았는데... 그나마 [마징가 Z : 인피니티]의 사정은 나은 편입니다. 어린 시절 <마징가 Z>를 보며 자란 성인 관객을 의식해서인지 [피터 래빗]과는 달리 몇몇 상영관에서 자막버전이 상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집에서 한참 먼 극장이었고, 시간도 아침 일찍, 혹은 저녁 늦게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피터 래빗]에 좌절한 저로써는 [마징가 Z : 인피니티]의 자막버전이 상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워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토요일 아침, 저희 가족은 아침 일찍 일어나 [마징가 Z : 인피니티]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다행히 어린시절 DVD로 <마징가 Z> 를 봤던 웅이도 [마징가 Z : 인피니티]를 기대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홍대에서 조조시간대로 [마징가 Z : 인피니티]를 본 후, 홍대에 나온 김에 소문난 멕시코 맛집에서 타코로 점심식사를 하고, <마징가 Z> 프라모델까지 구입하고 나서야 [마징가 Z  : 인피니티]을 위한 즐거운 추억여행이 마무리되었답니다.   


익숙한 <마징가 Z> 주제곡이 일본어로 흘러나올땐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어린시절에는 <마징가 Z>가 <태권 V>처럼 우리나라 로봇인줄 알았는데...

성인이 되고나서 <마징가 Z>가 일본 로봇인줄 알게 되었을 때의 섭섭함이

일본어 주제곡을 들으며 살며시 되살아났다.



닥터 헬과의 전쟁 그 후 10년


[마징가 Z : 인피니티]는 세계정복을 꿈꾸는 닥터 헬로부터 지구를 구한 '마징가 Z'의 활약이 있은지 10년 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닥터 헬을 무찌른 지구는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였습니다. '마징가 Z'의 파일럿인 카부토 코우지는 신 광자력 연구소의 연구원이 되었고, 아프로디테의 파일럿인 유미 사야카는 신 광자력 연구소의 소장이 되어 여전히 카부토 코우지와 썸을 타는 중입니다. '그레이트 마징가'의 파일럿 츠루기 테츠야는 여전히 군에 남아 '그레이트 마징가'를 조종하고, 비너스 A의 파일럿인 호노우 쥰은 테츠야와 결혼하여 만삭의 몸으로 신 광자력 연구소를 방문합니다. 광자력 연구소의 유미 겐노스케 박사는 이제 일본 총리가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던 어느날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광자력 연구소에 기계수가 침략하고, '그레이트 마징가'와 테츠야는 행방불명됩니다. 그리고 얼마 안지나 일본의 신 광자력 연구소에도 기계수의 침략이 시작됩니다. 10년 전 죽은 줄 알았던 닥터 헬이 노린 것은 후지산 중턱에 자리잡은 신 광자력 연구소 공사 도중 발견된 거대한 고대 유족 인피니티와 로봇 마신입니다. 마신을 손에 넣은 닥터 헬은 고라곤을 발동시켜 다시한번 세계정복을 하려합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마징가 Z : 인피니티]에 등장한 평행우주 이론입니다. 닥터 헬은 단순히 세계정복을 원한 것은 아닙니다. 고라곤을 발동시켜 지금의 우주를 완전히 파괴하고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우주를 건설하려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마징가 Z : 인피니티]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어울리지 않는 어려운 질문을 관객에게 던집니다. "지금의 지구는 계속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 서로 반목하고 싸움만 일삼은 인간들. 평화라는 달콤한 열매를 던져줘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구와 인간을 리셋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것은 아닐까요? 코우지는 수수께끼의 소녀 리사를 통해 평화로운 또다른 평행우주 속 지구를 체험합니다. 그리고 그는 결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지구는 계속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내가 좋아하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레이를 연상하게 만드는 수수께끼의 소녀 리사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리사의 첫 등장은 나는 당황하게 만들었다.

리사의 충격적 첫 등장 외에도 마징걸즈의 가슴, 엉덩이 클로즈업등 

[마징가 Z : 인피니티]는 12세 관람가로써 조금 아슬아슬했다.



조금은 정신없는 전투씬


갑자기 너무 철학적인 평행우주 이론을 들먹이는 등 [마징가 Z : 인피니티]는 단순한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넘어, 뭔가 있어 보이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식의 애니메이션이 되기 위해 애쓴 흔적을 보입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한 요소들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깊숙히 들어가지는 않기 떄문입니다. 닥터 헬은 철학적 이유를 들먹이지만 결국엔 세계 정복이라는 악당다운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을 뿐이고, 코우지는 너무 가혹한 자신의 운명 때문에 잠시 고민하지만, 결국엔 영웅답게 자기 자신을 희생시키며 인류의 평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닥터 헬과 맞서 싸웁니다. 평행우주 이론을 이해하지 못해도 [마징가 Z : 인피니티]를 재미있게 관람하는데 어무런 지장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아쉬움 점은 전투씬이 너무 정신없었다는 점입니다. [마징가 Z : 인피니티]에서는 수십, 수백개의 기계수가 한꺼번에 등장합니다. 그렇기에 이에 맞서 싸우는 초반 '그레이트 마징가', 후반 '마징가 Z'의 전투는 굉장히 정신없습니다. '그레이트 마징가'와 '마징가 Z'의 온갖 무기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고, 수십개의 기계수들이 한꺼번에 폭발합니다. 어린시절 다양한 모양과 기능을 갖춘 기계수를 보며 즐거워했었는데 [마징가 Z : 인피니티]에서 기계수는 그저 마신의 등장을 위한 엑스트라에 불과합니다.     

거대한 마신과 '마징가 Z'의 마지막 전투 역시 약간의 헛웃음을 유발시켰습니다. '마징가 Z'의 승리를 위해 전세계에서 광자력을 모아준다는 설정은 너무 인위적인 감동코드가 아닐런지... 하지만 [마징가 Z : 인피니티]를 너무 성인의 관점에서 보고 평가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TV에서 '마징가 Z'를 보며 열광하던 어린 시절의 내가 되어 [마징가 Z : 인피니티]를 관람한다면 충분히 열광하며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부토 코우지... 나에겐 쇠돌이로 더 익숙하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의 작명은 참 독특하다.

쇠돌이라니... 도대체 수십년이 흘러도 결코 잊지 못할 이 독특한 이름은 누가 지은 것일까?



그렇게 전설은 추억이 된다.


어린 시절 제게 '마징가 Z'는 특별한 추억이었습니다. 제 또래 모든 남성들이 그러했듯이 '마징가 Z'가 방영하던 시간에는 친구들과 놀다가도 집으로 뛰어 들어가 TV앞에 앉았습니다. 그러한 추억이 있기에 [마징가 Z : 인피니티]는 제게 결코 놓칠 수 없는 기대작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구피 또한 저와 같은 추억이 있었나봅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집에서 먼 극장으로 달려가야 하기에 구피는 "난 안 갈래."라고 선언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따라 나선 것입니다. 저희 누나와 여동생은 '마징가 Z'를 보지 않았데, 아마도 구피는 처남과 함께 TV에 나란히 앉아 '마징가 Z'를 보며 저처럼 추억을 쌓았나봅니다.

'마징가 Z'에 대한 제 추억은 2006년 '마징가 Z'의 극장판을 모은 DVD [마징가 더 무비]와 [마징가 Z TV판 박스 세트] 구입으로 이어졌고, 그 덕분에 웅이도 유치원에 다닐때부터 제 무릎에 앉아 '마징가 Z'의 활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웅이 또한 토요일 아침 일찍 [마징가 Z : 인피니티]를 보러 가자는 제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아침잠이 유난히 많아 제게 제발 영화를 조조로 예약하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던 웅이였는데 자막버전이 아침 일찍 밖에 없다고하니 군말없이 따라나서더군요.

이렇게 저희 가족은 '마징가 Z'라는 공통의 추억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마징가 Z' 프라모델까지 구입했으니 다음 주말에는 '마징가 Z' 프라모델을 웅이와 함께 조립하며 다시한번 '마징가 Z'의 추억을 음미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거대 로봇의 전설인 '마징가 Z'는 저희 가족에게 전설을 넘어 추억이 되었습니다. [마징가 Z : 인피니티]를 보고 집으로 향하는 길... 웅이가 묻습니다. "그런데 '태권 V'는 언제 영화화되요?" 그러고보니 '태권 V'의 영화화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이 몇 년 전같은데 아직까지 깜깜무소식이네요. '마징가 Z'처럼 '태권 V'의 추억이 저희 가족 모두 공유하고 싶은데, [마징가 Z : 인피니티]처럼 '태권 V' 영화도 어서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시절의 추억은 성인이 되어서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되었다.

'마징가 Z'가 우리나라 로봇이 아닌 일본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어린시절을 함께한 추억이 있기에

이렇게 나는 '마징가 Z'에 환호하며 추억 속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