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8년 영화이야기

[챔피언] - 마동석 브랜드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영화

쭈니-1 2018. 5. 4. 17:14



감독 : 김용완

주연 : 마동석, 권율, 한예리

개봉 : 2018년 5월 1일

관람 : 2018년 5월 4일

등급 : 12세 관람가



마동석이라는 브랜드가 이번에도 통할까?


요즘 극장가는 그야말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천하입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어린이날 대체휴무까지 3일간의 꿀맛 연휴가 저를 기다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스크린을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가 장악하고 있는 바람에 극장에 가고 싶어도 볼 영화가 없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이번주 개봉작 중에서 [챔피언]과 [얼리맨]을 기대작으로 선택했지만 어린이 관객을 위한 더빙 버전으로만 상영하는 [얼리맨]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고, 극장에서 볼 유일한 영화는 이제 [챔피언] 뿐입니다. 그리고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전날인 금요일 [챔피언]까지 봐버렸으니 연휴 기간동안 극장에 갈 일은 이제 없을 듯 합니다.

[챔피언]은 '마동석'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되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포스터를 한가득 차지한 마동석의 위용, 그리고 그의 민소매티에 쓰여 있는 '20인치 팔뚝요정이 온다!'라는 광고카피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동석이 연기한 마크는 어린시절 미국에 입양되었습니다. 한때 팔씨름 세계 '챔피언'을 꿈꾸었지만 경기조작 스캔들에 휘말려 미국 팔씨름 협회에 제명되었고, 지금은 먹고 살기 위해 클럽과 마트의 경비원으로 일하는 신세입니다.

그런 그에게 자칭 최고의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진기(권율)가 나타납니다. 진기는 마크에게 한국에서 벌어지는 팔씨름 대회에 참가하자고 끈질기게 설득합니다. 한 눈에 척 봐도 사기꾼임이 분명해 보이는 진기. 하지만 마크는 한국 팔씨름 대회에서 우승하면 세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말에 한국행을 결심합니다. 자신의 꿈인 팔씨름 세계 '챔피언'의 꿈을 위해... [챔피언]은 마크가 한국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한국 대회 우승을 하는 과정을 스포츠와 가족 드라마 장르로 담아낸 영화입니다.


마크와 진기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면서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우직한 마크와 뺀질이 진기의 브로맨스는 [챔피언]의 첫번째 덕목이다.



스포츠 영화로써의 [챔피언]


[챔피언]은 일단 스포츠 영화입니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엄연히 세계 선수권까지 있는 팔씨름이라는 종목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영화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들과 각본없는 드라마라 일컬어지는 마지막 승부의 짜릿함을 영화적 재미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팔씨름은 전통적인 스포츠 영화의 재미를 갖기 힘듭니다. 두 선수가 그저 손을 맞잡고 넘기는 것이 경기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팔씨름의 박진감은 울퉁불퉁한 팔씨름 선수들의 팔뚝 근육이고, 짜릿한 마지막 승부는 상대의 팔을 넘겨버리는 단판 승부 뿐입니다.

팔씨름이라는 스포츠의 한계가 분명하기에 [챔피언]은 팔씨름 대회의 박진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들을 이것 저것 삽입합니다. 그 중 하나가 마크의 꿈을 방해하는 악역입니다. 처음엔 마크의 스폰서를 맡았던 조폭 두목 유창수(양현민)가 영화 초, 중반의 악역이라면 후반부에서는 지저분한 경기 매너를 가진 한국 팔씨름의 최강자 펀치(이규호)가 등장합니다. 유창수는 돈으로 진기를 유혹하며 마크가 일부러 팔씨름 경기에서 패하도록 협박하고, 펀치는 한국 팔씨름 대회 결승전에서 마크와 대결하며 마크를 패배의 벼랑 끝까지 밀어부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챔피언]의 그러한 장치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유창수와 펀치라는 악역이 너무 약했기 때문입니다. 유창수는 조폭 두목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부하들은 마크의 주먹 앞에 벌벌 떨기만 할 뿐이고, 펀치는 지저분한 경기 매너를 가진 한국 팔씨름 최강자라고는 하지만 그가 한 짓이라고는 그저 경기 중 비매너 행동 뿐입니다. 결국 유창수와 펀치의 악역이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마크의 위용은 절대적이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스포츠 영화를 보며 느끼는 박진감, 짜릿함은 아무래도 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팔씨름 자체가 스포츠 영화의 묘미를 느끼기엔 한계가 있는 종목이다.

게다가 마크의 위용이 너무 대단하여 그가 한국 '챔피언'이 되는 과정이 평탄해 보였다.



가족 드라마로써의 [챔피언]


팔씨름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스포츠를 소재로한 [챔피언]은 그러나 스포츠 영화로써의 영화적 재미는 그다지 갖추고 있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가 관객에게 영화적 재미를 전혀 안겨주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용완 감독 역시 팔씨름이라는 종목 자체가 스포츠 영화의 재미를 갖추는데 한계가 있음을 잘 알고 있었는지 [챔피언]에 우리나라 관객에게 항상 먹히는 가족 드라마 장르를 삽입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마크는 어린시절 미국에 입양되었습니다. 그는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지만 한국에 있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2009년 흥행 대박을 터트린 [국가대표]에서 이미 써먹었습니다. 그렇기에 김용완 감독은 마크의 상황을 한번 더 꼬아 버리는데 마크의 어머니는 1년전 세상을 떠났고, 그 대신 본 적 없는 여동생 수진(한예리)과 수진의 아들, 딸인 준형(최승훈), 준희(옥예린) 두 남매가 마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챔피언]은 의외의 영화적 재미를 획득합니다. 준형, 준희, 이른바 쭌쭌남매의 귀여움과 우락부락한 마크를 매치시킴으로써 마동석의 귀여운 면을 끄집어낸 것입니다. 마동석은 [부산행], [범죄도시]에서 대체불가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지만, [결혼전야], [굿바이 싱글]에서 마요미라는 별명이 맞는 귀여운 면도 함께 보여줬습니다. [챔피언]은 이러한 마동석의 두가지 매력을 모두 활용합니다. 팔씨름 대회 장면에서는 마동석의 터프한 매력을, 수진과 쭌쭌 남매의 장면에서는 마동석의 귀여운 매력을 끄집어낸 것입니다. 그러한 [챔피언]의 전략은 어느정도 맞아 떨어졌는데 [챔피언]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영화적 재미는 마크가 수진 가족과 함께 하는 장면에서 비롯됩니다.


우락부락한 마크와 귀여운 쭌쭌남매

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관객에게 흐뭇한 미소를 안긴다.



가족 드라마적 요소를 좀 더 부각시키려는 무리한 욕심


[챔피언]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은 확실합니다. 장점은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마크의 순수한 모습과 쭌쭌 남매의 귀여움이 한데 어우러진 가슴 따뜻한 가족 드라마입니다. 그에 비해 단점은 스포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팔씨름이라는 스포츠 종목의 한계를 넘지 못한 단조로움입니다. 이렇게 장점과 단점이 확실하다보니 김용완 감독은 장점을 좀 더 부각시키려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김용완 감독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무리한 욕심이 됩니다.

마크와 수진의 관계를 통해 김용완 감독은 가족에 의한 가슴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려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김용완 감독의 욕심은 오히려 뜬금없는 마크 캐릭터의 변덕이 되고 맙니다. 마크가 팔씨름 한국 '챔피언'이 되는 과정이 너무나도 순탄했기 때문에 [챔피언]의 클라이맥스는 팔씨름 경기가 아닌 마크와 수진의 관계에 의한 갈등에서 비롯되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마크는 너무 쉽게 화를 내며 실망하고, 너무 쉽게 화를 풀고 수진을 받아들입니다.

확실히 [챔피언]은 너무 마동석에게만 기댄 영화입니다. 스포츠 영화로써의 매력은 부족하고, 가족 드라마로써의 매력 또한 김용완 감독의 무리한 욕심으로 후반부가 되면 될수록 조금은 억지스럽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장르 영화로써의 재미는 저를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마동석의 매력만큼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인상적이었습니다. 포스터의 광고 카피 그대로 20인치 팔뚝에서 품어져나오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마요미스러운 귀여움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저를 미소짓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챔피언]은 마동석 브랜드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영화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국 [챔피언]은 영화 자체로써는 실망스러웠지만, 마동석이 있기에 1시간 48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즐거웠던 영화였습니다.    


어느새 마동석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었다.

만약 마동석이 없었다면 [챔피언]도 없었을 것이며,

마동석 없이 [챔피언]이 제작했다면 아무런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