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8년 영화이야기

[램페이지] - 드웨인 존슨을 들러리로 전락시킨 초거대 괴수들의 위용

쭈니-1 2018. 4. 17. 13:56



감독 : 브래드 페이튼

주연 : 드웨인 존슨, 나오미 해리스, 제프리 딘 모건

개봉 : 2018년 4월 12일

관람 : 2018년 4월 15일

등급 : 12세 관람가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기대작이 넘쳐나 쫓기는 기분으로 영화를 봤던 3월이 지나고나니 4월은 굉장히 한가한 느낌이 듭니다. 4월 첫째주까지만해도 기대작이 [바람 바람 바람]과 [레이디 버그] 두편이었지만, 둘째주에는 [램페이지] 한편 뿐이었고, 셋째주에는 아예 기대작이 없습니다. 넷째주에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라는 엄청난 기대작이 개봉하지만, 기대작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한편뿐입니다. 이렇게 4월의 기대작을 쭈욱 나열하니 고작 4편 뿐이네요. 사정이 이러하니 4월 둘째주의 유일한 기대작인 [램페이지]는 굉장히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램페이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초거대 괴수가 미쳐 날뛴다'라는 영화의 광고카피가 영화의 전부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굉장히 단조로운 영화입니다. [램페이지]를 연출한 브래드 페이튼 감독은 드웨인 존슨 주연의 판타지 액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2 : 신비의 섬]과  역시 드웨인 존슨이 주연을 맡은 재난 영화 [샌 안드레아스]를 연통해 이름을 알렸는데, [램페이지]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2 : 신비의 섬]과 [샌 안드레아스]를 교묘하게 합친 듯한 영화입니다. 드웨인 존슨이 주연을 맡은 것까지...

토요일, 회사 재고조사로 밤 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던 저는 일요일에 웅이와 [램페이지]를 보러갈 생각에 마음이 들떴습니다. 짜증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제 자신에게 보너스를 주는데, 토요일에 실시되는 회사 재고조사가 짜증나고 힘든 일이라면 그에 대한 보너스는 바로 웅이와 함께 [램페이지]를 관람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램페이지]가 제법 재미있었습니다. 솔직히 [램페이지]에는 새로운 것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한 것도 없습니다.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한 드웨인 존슨 주연 영화 특유의 분위기만 너무나도 뻔하게 펼쳐질 뿐입니다. 그래도 [램페이지]를 보고나니 그동안 회사에서 쌓여왔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을 위한 추가 보너스로 화곡시장에서 유명한 시장 족발을 사서 영화를 본 후 시원한 맥주와 함께 배 터지게 먹고나니 행복해지기까지 했습니다. 다행입니다. [램페이지]가 4월 둘째주에 개봉해줘서...


거대 괴수들이 도시의 초고층 건물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면에서 속 시원함을 느꼈다.

어차피 영화 속의 장면이 현실일 수 없음을 알기에

미쳐 날뛰는 초대형 괴수들의 난장판은 내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특효약이 되었다. 



어차피 이 영화의 전개는 정해져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램페이지]는 스토리 라인이 굉장히 뻔한 영화입니다. 일단 이 영화는 동물들이 초대형 거대 괴수로 변한 까닭을 설명합니다. 거대 재벌기업 에너진이 우주에서 무단으로 감행한 유전자 조작 실험 프로젝트 '램페이지'를 소개하고, 실험 도중 탈출한 쥐로 인하여 우주선 안 사람들이 몰살을 당하는 장면을 통해 쥐보다 더 큰 동물이 '램페이지'에 노출되면 엄청난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은연중 비내칩니다.

그리고 곧바로 샌디에이고 야생 동물원의 유인원 전문가 데이비스 오코예(드웨인 존슨)와 세계 유일의 알비노 고릴라 조지의 특별한 관계를 선보임으로써 조만간 미국에 닥칠 엄청난 재앙을 해결할 주인공이 데이비스와 조지임을 관객에게 알립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램페이지'에 참여했지만, 위험성을 감지하고 막으려하다 해고당한 케이트 칼드웰(나오미 해리스)을 합류시켜 주인공의 남녀 구색을 맞추고, 데이비스에 의해 목숨을 건진 특수요원 러셀(제프리 딘 모건)을 등장시켜 데이비스와 조지의 든든한 조력자까지 완성해 놓습니다.

이렇게 캐릭터 소개가 끝나고나면 그 다음부터는 예정대로 초거대 괴수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합니다. '램페이지'의 병원체 3개가 미국에 떨어지는데 그로인하여 늑대, 악어, 그리고 조지가 감염되고 맙니다. 문제는 '이들 초거대 괴수들을 어떻게 도시로 불러들이냐?'입니다. 애초에 늑대, 악어, 그리고 알비노 고릴라 조지가 '램페이지' 병원체에 감염된 곳은 샌디에이고 야생 동물원과 그 근처 밀림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는 초거대 괴수들이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램페이지]는 거대한 투자금이 들어간 '램페이지'의 병원체를 회수하기 위한 에너진 경영진의 과욕을 보여줍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조금 억지스럽긴하지만 뭐 어차피 [램페이지]가 촘촘하게 짜여진 치밀한 스토리 라인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아님을 감안해야합니다.


[램페이지]의 주인공은 근육질의 유인원 전문가 데이비스와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성 케이트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활약은 알비노 고릴라 조지가 다 한다.



초거대 괴수가 쎄도 너무 쎄다.


'램페이지'의 병원체를 회수하기 위해 감염된 초거대 괴수들을 시카고로 유인하는 에너진의 경영진. 그 과정에서 초거대 괴수들은 그 위력을 아낌없이 선보입니다. 뭔가 엄청난 활약을 할 것 같았던 에너진에 고용된 특수부대 요원들은 초거대 괴수가 된 늑대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몰살당하고, 초거대 괴수들이 시카고에 도착하기전 처리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선언한 미군의 총 공세는 초거대 괴수들에게 약간의 상처도 안겨주지 못합니다. 이건 뭐 쎄도 너무 쎕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도대체 브래드 페이튼 감독이 이 초거대 괴수들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저러나?' 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물론 처리 방법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진이 개발해놓은 프로젝트 '램페이지' 병원체에 대한 해독제입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말이 안됩니다. 해독제가 있다면 에너진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커지기 전에 빨리 수습했어야 했습니다. 방법도 간단합니다. '램페이지'에 감염된 늑대를 잡기 위해 출동한 특수부대에게 해독제를 주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초거대 괴수들을 굳이 시카고라는 대도시에 위치한 자신의 건물로 유인하여 일을 크게 벌립니다. 게다가 에너진의 해독제는 거대해진 괴수들을 원래 크기로 되돌리지는 못하고 그저 공격성만 없앤다고 하니, 더더욱 그들이 왜 일을 크게 벌렸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뭐 그건 그냥 그렇다치고... 해독제 덕분에 크기는 거대해졌지만 제 정신으로 돌아온 조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과연 고릴라가 민첩한 야수 늑대와 막강한 턱힘을 지닌 악어를 이길 수 있을까요? 초거대 괴수의 위력을 너무 키운 덕분에 미군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시카고가 쑥대밭이 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지만, 그와는 반대로 조지가 늑대와 악어를 처리하는 장면에서는 약간의 억지를 섞어야 하는 무리수가 연출됩니다.


솔직히 조지 혼자 만으로 거대 괴수가된 늑대와 악어를 이긴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램페이지]는 약간의 꼼수와 무리수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쎄도 너무 쎈 거대 거대 괴수들이 그러한 꼼수와 무리수를 조장했다.



원없이 때려 부순다.


영화를 볼 땐 [램페이지]의 스토리 전개에 대한 헛점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순수하게 영화를 즐겼는데, 영화를 되새기며 이렇게 글을 쓰려니 영화 볼 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스토리 전개의 헛점이 자꾸만 부각되네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대로 스토리 전개의 헛점은 이 영화를 즐기는데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대신 얼마나 속시원하게 때려 부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만합니다.

그런 면에서 [램페이지]는 분명 성공한 영화임에 분명합니다. 영화 초반 밀림에서 특수부대원과 초거대 괴수가된 늑대의 전투는 맛뵈기에 불과합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는 초거대 괴수들이 시카고로 향하면서부터입니다. 군대의 탱크, 전투기는 무슨 장난감 가지고 놀듯이 부숴버리고, 초고층 빌딩을 종잇장 구기듯이 무너뜨려 버리는 초거대 괴수들. 특히 어마어마한 크기의 악어의 등장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악어가 에너진의 건물을 기어 오르는 장면에서는 도대체 저 악어의 유전자에 어떤 동물의 유전자를 합성시킨 것인지 궁금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데이비스를 도와 악어와 싸우는 조지의 활약도 흥미로웠습니다. 조지가 늑대와 먼저 싸우고, 그 다음 상대로 최종 보스라 할 수 있는 악어와 싸웠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램페이지]는 악어와 늑대의 대결을 통해 악어의 위력을 먼저 관객에게 선보임으로써 악어와 맞서 싸우는 조지의 활약에 모든 초점을 맞춥니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데이비스는 그저 들러리로 전락합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무리 근육질의 액션 히어로 드웨인 존슨이라고 하지만 어마어마한 초거대 괴수와 비교한다면 한입거리도 안됩니다. 그렇기에 드웨인 존스는 무너지는 건물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도망치기에 바쁘고, 악어를 향한 마지막 한방은 데이비스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조지가 멋들어지게 완성합니다.


초거대 괴수들과 함께 있으니 데이비스는 그냥 조그마한 장난감처럼 보이더라.

어차피 이 영화는 인간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릴라 영웅의 이야기인만큼 드웨인 존슨도 이번엔 들러리가 되는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조지의 영웅담은 계속될까?


예정되었던대로 조지가 초거대 악어를 무찌릅니다. 이 과정에서 미군의 그 어떤 공격에서 끄덕없던 악어가 겨우 그 한방으로 나가 떨어지다니 조금 허탈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찌되었건 조지는 시카고를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이번만큼은 드웨인 존슨이 연기한 데이비스가 영웅이 아닌, 알비노 고릴라 조지가 진정한 영웅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조지의 활약상은 계속될수 있을까요?

[램페이지]는 1986년에 제작된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 <램페이지>를 토대로한 영화입니다. <램페이지>는 고릴라 조지가 미친 듯이 건물벽을 때려 부수고 건물을 무너뜨리는 게임으로, 괴수의 체력이 다하기 전에 건물을 부셔야하고, 체력이 다 떨어지면 인간으로 모습으로 돌아가며 게임이 끝난다고합니다. 세 명이 플레이를 하면 고릴라 조지 말고도 늑대 랄프와 공룡 리지가 등장한다고하는데, 게임속 고릴라 조지는 영화에서 그대로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늑대 랄프와 공룡 리지는 각각 늑대와 악어로 각색되어 그저 캐릭터 없는 초거대 괴수로 소모되고 맙니다. 만약 2편이 만들어진다면 조지 외에도 늑대 랄프와 공룡 리지가 재등장할지도 모르겠네요.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개봉 첫주 3천5백만 달러의 성적을 올리며 1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순수 제작비 1억2천만 달러가 투자된 블록버스터 영화로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닙니다. 게다가 조만간 괴물급 흥행으로 극장가를 휩쓸 것이 확실시되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만큼 [램페이지] 입장에서는 2주 인에 어떻게든 승부를 봐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월드와이드 성적이 1억5천만 달러를 넘어서고 있어서 2편 제작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2편이 제작된다면 때려 부수는 재미 외에도 스토리 라인에 의한 재미도 함께 갖추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생각없이 때려 부수는 영화도 괜찮다.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시원하게 때려부수는 [램페이지]를 보며

회사에서 차곡차곡 쌓여만 가던 스트레스도 시원하게 날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