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8년 영화이야기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 '어벤져스' 최초의 패배와 충격

쭈니-1 2018. 5. 2. 16:10



감독 :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주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조슈 브롤린, 크리스 햄스워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크리스 프랫, 마크 러팔로, 톰 홀랜드, 채드윅 보스만,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엘리자베스 올슨, 폴 베타니

개봉 : 2018년 4월 25일

관람 : 2018년 5월 1일

등급 : 12세 관람가



* 이 글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스포 덩어리임을 미리 밝힙니다.


영화를 보기 전 이토록 많은 공을 들인 적이 없었다.


5월 1일... 2주간 태권도장에 빠져가며 열심히 공부한 웅이의 중간고사 마지막 날, 그리고 국가공휴일이 아닌데도 회사 눈치보지 않고 쉴 수 있는 유일한 휴일인 근로자의 날입니다. 그날 저희 가족은 2018년 최고 기대작이라 할 수 있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를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LASER관에서 보고 왔습니다. 이러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관람은 제 개인적으로 수 많은 최초 기록을 안겨줬습니다.

일단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LASER 3D에서의 첫 관람입니다. IMAX 필름으로 촬영된 화면은 1.43 : 1의 비율인데, 국내에서 이 화면비 그대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상영관이 바로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LASER관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IMAX LASER관은 624석을 보유하고 있는데 4월 28일 토요일 영화를 예매하기 위해 4월 13일 금요일에 CGV에 접속한 저는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스크린 바로 앞 두 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좌석이 매진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평일인 5월 1일 오후 3시 영화표를 겨우 겨우 예매할 수 있었는데, J열과 I열 맨 오른쪽 끝 좌석인데다가 웅이와 구피는 같이, 그리고 저는 따로 앉아서 영화를 봐야했습니다. 영화 관람비는 무려 성인 2명, 청소년 1명으로해서 5만3천원. 이렇게 거액을 주고 영화를 본 것도 아마 제 인생의 최초 기록일 것입니다.

처음으로 영화 보기 2주전에 영화를 예매했고, 처음으로 IMAX LASER관에서 영화를 봤으며, 처음으로 5만3천원의 거액을 투자했고, 처음으로 영화 예매를 하기 위해 두시간이나 애써야 했던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관람은... 그러나 힘들고 짜증났던 예매 과정과는 달리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구피는 2009년 CGV 영등포 스타리움관에서 [아바타]를 3D로 본 이후 처음 느껴보는 경이로움이었다고 하네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개봉 소식을 듣자마자 제게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LASER관에서 보고 싶다고 애절한 눈빛으로 졸랐던 웅이 역시 굉장히 만족한 표정이었습니다. 뭐 매번은 아니더라도 1년에 한번 정도는 큰 돈 들여 IMAX LASER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마치 내가 '어벤져스'와 함께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안겨준 IMAX LASER관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생생한 느낌 때문에 너무 정신없어서

영화의 스토리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집근처 멀티플렉스에서 2D로 다시한번 봐야할 듯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10주년 대작


저희 가족을 열광하게 만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처음 시작한 것은 2008년 4월 [아이언맨]이 개봉하면서부터입니다. 그러고보니 어느덧 만으로 딱 10년이 흘렀군요. 1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순간동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한 열여덟편의 영화가 개봉했고,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열아홉번째 영화입니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10주년 기념대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그동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장식한 수 많은 영웅들이 한꺼번에 출연하는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열광했던 저와 같은 관객에겐 최고의 종합선물 세트와도 같은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그저 단순한 종합선물 세트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결말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물론 타노스(조쉬 브롤린)을 메인 빌런으로 하는 '어벤져스' 영화는 애초에 3편과 4편이 동시에 제작되었고, 3편인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결말은 중간 부분일 뿐이라고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열광했던 수 많은 영웅들이 한꺼번에 죽음을 맞이하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결말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그 충격으로 한동안 극장 좌석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그들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마지막 부분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과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이 죽음을 맞이하지만 2019년 7월에 아직 제목 미정인 새로운 '스파이더맨' 영화와 2020년에 3번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영화가 개봉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2018년 2월에 첫 선을 보이며 흥행 대박을 퍼트린 '블랙 팬서'도 죽음을 맞이했으니 이대로 '블랙 팬서'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빠질리가 없음을 감안한다면 2019년 5월에 개봉할 4번째 어벤져스' 영화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죽음을 맞이한 영웅들이 되살아 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충격을 추스리고,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의미를 되집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피니티 건틀렛을 장착한 타노스가 손가락하나 까닥하자

수 많은 마블 영웅들이 먼저처럼 사라져 버린다.

이 장면이 나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마치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았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왜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임스톤을 타노스에게 줬을까?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를 본 후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것이 '정말 그들은 죽었는가?'라는 것입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웅이가 제게 물었고,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직장 동료도 제게 같은 질문을 하더군요. 그에 대한 제 대답은 앞서 언급했던대로 '그럴리가 없다.'입니다. 만약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등 일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빠질 가능성이 있는 영웅들이 죽음을 맞이했다면 어쩌면 정말 그들이 죽음을 맞이했을 수도 있다고 의심했겠지만, 오히려 그들은 살아남았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이끌 새로운 영웅들이 죽음을 맞이했으니 그들은 분명 4번째 '어벤져스' 영화에서 100% 돌아올 것입니다. 물론 그와는 별도로 타노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로키(톰 히들스턴)와 가모라(조 샐다나), 비전(폴 베타니)는 정말 죽음을 맞이한 것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또다른 의문이 생깁니다. 도대체 왜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타임스톤을 순순히 타노스에게 넘겨준 것일까요? 타임스톤을 파괴하라는 '아이언맨'의 말에 타임스톤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며 거부했던 '닥터 스트레인지'가 후반부에 가자 갑자기 타노스에게 타임스톤을 건네줍니다. 그것은 단지 '아이언맨'을 살리기 위한 동료애일리가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웅이와 함께 의견을 나눴습니다.

일단 저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타노스와 일대 결전을 벌이기 전에 14,000,605개의 미래를 보고 왔고, 그 중에서 타노스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미래는 단 하나뿐이었다는 말에 주목했습니다. 아마도 '닥터 스트레인지'가 본 타노스를 이기는 단 하나의 미래는 타노스에게 타임스톤을 건네주는 경우의 미래였을 것입니다. 그로인하여 타노스는 인피니티 건틀렛을 완성하여 '어벤져스'를 무릎꿇리지만 그것이 타노스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일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타임스톤으로 인하여 죽은 영웅들도 되살아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타노스에게 타임스톤을 넘기는 장면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하이라이트이자,

2019년 5월에 개봉할 4번째 '어벤져스' 영화의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타노스는 그냥 미치광이 악당일까?


최강의 악당은 영웅을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은 최강의 빌런을 내세우려합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지의 대단원의 막을 장식하는 '어벤져스'에서는 매번 '어벤져스'를 위협하는 최강의 빌런들이 나타났습니다. 2012년 개봉한 [어벤져스]에서는 로키가 이끄는 치타우리 종족이 침공했고, 2015년 개봉한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는 '어벤져스' 최악의 빌런으로 불리우는 울트론이 '어벤져스'를 괴롭혔습니다. 하지만 진정 그들조차도 타노스에 비한다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타노스와 타노스가 거느리는 블랙 오더는 최강 중에서 최강임을 자부하는 빌런입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타노스에게 캐릭터 성격을 부여했다는 점입니다. 처음엔 그저 미치광이 우주 침략자인줄 알았던 타노스는 나름의 철학과 아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소울스톤을 얻기위해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모라를 희생시키는 장면에서 그의 뺨에 흐르는 한줄기 눈물은 타노스의 반전 매력을 잘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타노스는 왜 미치광이 우주 침략자가 되었던 것일까요? 타노스의 고향 행성인 타이탄은 여느 행성과 마찬가지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그와는 반대로 식량은 부족했습니다. 타노스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타이탄 인구의 절반을 무작위로 죽이는 방법을 제시했지만 거부당했고, 결국 타이탄은 예정된 파멸을 맞이하게 됩니다.

타이탄의 파멸은 타노스의 신념을 더욱 굳건히 만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라면 스스로 미치광이 우주 침략자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자신이 정복한 행성에서는 무작위로 절반을 희생시킴으로써 살아남은 절반이 살아갈 수 있도록합니다. 모두가 파멸하는 것보다 절반을 희생하여 절반은 살아남게 만드는 것. 그것이 타노스가 인피니티 건틀렛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이상이고, 지구의 인간들도 타노스의 신념에 따라 무작위로 절반이 먼저처럼 사라진 것입니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마지막에서 모든 것을 잃음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이행한 타노스의 쓸쓸한 모습은 의외로 여운이 남았습니다.


만약 타노스가 그저 단순한 미치광이 우주 침략자였다면

영화의 재미는 덜 했을 것이다.

잔인한 악당일수록 그가 그렇게된 원인은 있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타노스의 슬픈 신념을 통해 그의 매력을 부각시켰다. 



번역가 박지훈 논란에 대해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를 보기 전 인터넷을 가장 핫하게 달군 이슈는 번역가 박지훈 논란입니다. 사실 영어 울렁증을 시달리고 있는 제게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자막을 그저 맹신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영어 울렁증을 시달리고 있어도 쿠키영상에서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의 마지막 한마디가 '어머니'가 아닌 것은 알 수 있습니다. 마리아 힐(코비 스멀더스)과 닉 퓨리가 인피니티 건틀렛에 의해 먼지처럼 사라지는 장면에서 뜬금없이 '어머니'를 찾는 닉 퓨리의 모습은 제게 어이없는 웃음을 안겼습니다.

박지훈 번역가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저지른 오역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대사입니다. 저는 영화를 본 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영화에서 '이제 가망이 없어.'라는 한마디는 사실 '이게 최종 단계야.'로 번역되었어야 한다고합니다. 웅이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타노스에게 타임스톤을 넘긴 이유가 타노스를 이길 가망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했습니다. 분명 '닥터 스트레인지'의 대사 대로라면 그렇게 이해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가망이 없기 때문에 타임스톤을 타노스에게 넘긴 것이라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영웅으로써의 자격이 없는 것이죠. 영화를 보기전에는 박지훈 번역가 논란에 '왜 이리 호들갑인가?' 싶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그가 욕 먹어도 할 말이 없겠더군요.

'아이언맨'에 매달리며 죽고 싶지 않다던 '스파이더맨'의 마지막 모습처럼,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어벤져스' 최초의 패배를 소재로 함으로써 관객에게 충격을 안겨준 영화입니다. 지금까지 슈퍼 히어로 영화는 충격보다는 쾌감에 집중했는데,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그러한 관습을 깨부셨습니다. 저희 회사 직원은 네번째 '어벤져스'가 내년에 개봉한다는 말에 "어떻게 기다려요?"라며 울상을 짓습니다. 그것은 저희 가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던 '앤트맨'(폴 러드)의 두번째 영화인 [앤트맨과 와스프]의 개봉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고,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쿠키영상에서 닉 퓨리가 도움을 요청했던 '캡틴 마블'(브리 라슨)도 2019년 3월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캡틴 마블'은 타노스를 무찌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렇게 네번째 '어벤져스'를 기다리는 동안 또다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우리를 먼저 반길 것입니다.


기다리자. 기다리자. 기다리자.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를 보고나서 제 머릿속에는

영웅들의 죽음을 통해 충격적으로 끝을 맺은 결말과

2019년에 개봉할 네번째 '어벤져스'에서 이를 어떻게 수습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미친듯이 떠돌아다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기다림 뿐이니... 기다리자. 기다리자.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