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8년 영화이야기

[데드풀 2] - 가족 영화까지 섭렵한 '데드풀'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쭈니-1 2018. 5. 17. 18:21



감독 : 데이빗 레이치

주연 : 라이언 레이놀즈, 조슈 브롤린, 줄리안 데니슨, 재지 비츠

개봉 : 2018년 5월 16일

관람 : 2018년 5월 16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19금 똘아이 영웅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돌풍이 어느정도 잦아드니 이번엔 또다른 마블의 슈퍼 히어로 영화 [데드풀 2]가 찾아왔습니다. 물론 [데드풀 2]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정점에 있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와는 달리 독자적인 영화이기에 같은 마블 영화라고해도 서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웅이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데드풀 2]를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아쉬워했고, 그러한 웅이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저와 구피는 개봉일에 맞춰 [데드풀 2]를 보며 단 둘만의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아마도 4년 후면 웅이도 미성년자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데드풀]과 [데드풀 2]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그때까지 저는 웅이를 맘껏 놀려먹을 생각입니다. (사악한 쭈니~)

2016년에 개봉한 [데드풀]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대단한 영화였습니다. 이렇게 제가 [데드풀]이 대단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 영화가 기존의 슈퍼 히어로 영화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데드풀]은 청소년층에 인기가 많은 슈퍼 히어로 영화이면서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로 만들어져 기존 슈퍼 히어로 영화들의 틀을 과감하게 깨부셨습니다. [데드풀]의 성공 덕분에 2017년에 개봉한 [로건] 역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만들어졌으니 어찌보면 [데드풀]은 19금 슈퍼 히어로 영화의 선구자와도 같습니다. [데드풀 2]에서 흥행에 성공한 [로건]에 대한 질투가 농담처럼 등장하는 이유는 그러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데드풀]은 청소년 관람불가로 완성됨으로써 온갖 난잡한 섹 드립과 자유로운 사지 절단을 관객에게 선보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원작 코믹스처럼 갑자기 관객에게 말을 걸며 똘끼를 과시했고, 다른 영화들을 맘껏 패러디하기도합니다. 'X맨'과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만 'X맨'의 세계관에 들락거리는 자유로움도 보여줬습니다. 사실 처음 [데드풀]이 개봉할 때만 하더라도 저는 이 놀랍도록 새로운 슈퍼 히어로 영화가 과연 관객의 선택을 받을까 걱정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북미는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관객의 환호를 한 몸에 받으며 슈퍼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습니다.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데드풀]은 내가 이제껏 본 슈퍼 히어로 영화 중에서

가장 새로운 영화였다.

이제 관건은 [데드풀 2]가 이 새로움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일 뿐이다.



더욱 강력해진 '데드풀'이 돌아왔다.


[데드풀]은 북미에서 3억6천3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7억8천3백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흥행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영화의 순수 제작비가 고작 5천8백만 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20세기 폭스 입장에서는 아마 입이 찢어질 정도로 함박웃음을 지었을 것입니다. 2편 제작은 당연한 것이었고, 넉넉한 제작비 역시 충분히 보장되었습니다. 하지만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 2]가 저예산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그 결과 케이블로 캐스팅된 라이언 고슬링과 팀 밀러 감독은 의견 차이 때문에 하차하고 말았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팀 밀러 감독과 라이언 고슬링은 [데드풀 2]를 좀 더 스타일리쉬하게 만들고 싶어했으나 라이언 레이놀즈는 1편과 유사한 분위기를 추구했고, 20세기 폭스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손을 들어줬다고합니다.

라이언 고슬링과 팀 밀러 감독의 하차로 위기를 맞이한 [데드풀 2]는 그러나 조슈 브롤린과 데이빗 레이치 감독을 영입하며 전열을 가다듬었습니다. 특히 저는 개인적으로 케이블을 연기할 배우가 라이언 고슬링에서 조슈 브롤린으로 바뀐 것이 신의 한수라고 생각합니다. 케이블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마블 코믹스인 이른바 '메시아 3부작'을 재미있게 본 제 입장에서는 케이블에 곱상한 라이언 고슬링보다 약간은 마이너적 분위기를 풍기는 조슈 브롤린이 더 어울린디고 생각하고, 게다가 조슈 브롤린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최강의 빌런 타노스를 연기함으로써 [데드풀 2]에 조슈 브롤린과 타노스에 대한 농담이 추가될 수 있었으니 1석2조인 셈입니다.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합류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데이빗 레이치 감독은 저예산 액션영화 [존 윅]을 흥행에 성공시키며 새로운 B급 액션의 진수를 선보였는데, 그러한 그의 연출력은 라이언 레이놀즈와 20세기 폭스가 추구하는 [데드풀 2]의 분위기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그 결과 [데드풀 2]는 [데드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으며 한층 막강해진 똘끼로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케이블은 어떤 모습일까?

아쉽게도 라이언 고슬링의 케이블을 확인할 길이 없지만

확실한 것은 조슈 브롤린의 케이블은 이제 막 마블 코믹스를 찢고 만화 밖으로 나온 것처럼

싱크로율이 엄청났다. (물론 '데드풀'의 디스처럼 원작에 비해 키는 좀 작긴 했다.)



'데드풀'이 더욱 막나갈 수 밖에 없는 이유


[데드풀 2]는 '데드풀'의 자살로 시작합니다. 모두들 잘 아시겠지만 '데드풀'은 암 치료를 위해 비밀 실험에 참여했고, 암을 치료하며 강력한 힐링팩트 능력을 지녀 불사의 몸이 됩니다. 그렇기에 그는 죽고 싶어도 맘대로 죽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죽기 위해 그토록 애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연인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의 죽음 때문입니다. 바네사와 아기를 갖고 단란한 가정을 꾸릴 꿈에 부풀어 있던 그때, '데드풀'을 노린 킬러들이 습격을 했고, 애꿏게 바네사만 죽음을 당한 것입니다. 분노에 찬 '데드풀'은 킬러들을 모두 죽이지만, 단 한명만은 죽이지 못합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바네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은 그 누구도 아닌 '데드풀' 자신이었기에 '데드풀'은 자살을 결심한 것입니다.

하지만 온 몸이 산산조각이 나도 소용이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새 몸이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데드풀 2]의 재미는 바로 그러한 '데드풀'의 딜레마입니다. [데드풀]은 '데드풀'의 복수극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데드풀'의 불사의 몸은 축복이었습니다. 하지만 [데드풀 2]에서는 바네사를 지키지 못했다는 '데드풀'의 죄책감이 주요 내용입니다. 그렇기에 '데드풀'의 불사의 몸은 역설적이게도 저주가 됩니다. '데드풀'은 영화 시작과 더불어 휘발유 통에 누워 가스 폭발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는 결코 죽지 못합니다. 이렇듯 [데드풀 2]는 단순한 복수극에서 벗어나 자신의 능력 때문에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데드풀'의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 영화적 재미를 끌어올립니다.

'데드풀'이 스스로 뮤턴트 감옥인 아이스박스에 갇힌 것도 죽기 위해서입니다. 뮤턴트가 죄를 지으면 뮤턴틀의 능력을 억제시키는 전자 목줄을 차고 아이스박스에 갇히게 되는데, 전자 목줄을 차게 되면 강력한 힐링팩터라는 '데드풀'의 능력이 사라져 자연스럽게 '데드풀'은 암으로 죽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스박스에서 암으로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바네사의 곁으로 가고 싶었던 '데드풀'에게 골칫거리가 생깁니다. 바로 반항적인 10대 뮤턴트 러셀(줄리안 데니슨)과 러셀을 죽이기 위해 미래에서 온 뮤턴트 케이블(조슈 브롤린)의 등장입니다.


간절히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데드풀'

[데드풀]은 그러한 능력을 복수라는 단순한 형태로 이용했지만,

[데드풀 2]는 다양한 방식으로 '데드풀'의 딜레마를 영화적 재미로 승화시킨다.



이건 가족영화이다?


영화 중반까지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데드풀'의 상황으로 영화적 재미를 확보한 [데드풀 2]는 영화 중반부터 서서히 분위기를 바꿉니다. 그 순간 영화 초반 '이 영화는 누가 뭐래도 가족영화다.'라던 '데드풀'의 장난같은 선언이 떠올랐습니다. 19금 영화 [데드풀 2]가 가족영화라니... 솔직히 저는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데드풀 2]는 액션 영화가 될 수도 있고, SF 영화가 될 수도 있으며, 코미디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급기야는 로맨스 영화라고해도 반론을 제시하기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데드풀]은 스스로 로맨스 영화라고 선언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영화라니요. [데드풀 2]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것이 바로 가족영화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데드풀 2]는 중반 이후 가족영화의 틀을 만들어나갑니다. 죽음의 순간 바네사의 영혼과 만난 '데드풀'은 바네사가 죽기 전에 원했던 가족을 이루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깨닫고 러셀을 케이블로부터 보호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데드풀'은 언제나 혼자 활동합니다. 그가 'X맨'에 가입하라는 콜로서스의 권유를 애써 물리치는 이유도 누군가와 팀을 꾸리고, 팀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케이블에 맞서 러셀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팀을 꾸려 나갑니다. 그 팀의 이름은 바로 '엑스포스'입니다.

'데드풀'이 '엑스포스'라는 팀을 꾸리면서 제 기대감이 치솟았습니다. 마블 코믹스에서 '엑스포스'는 'X맨'의 특공대 조직입니다. 최근 20세기 폭스는 '엑스포스' 영화화 계획을 발표했는데 [케빈 인 더 우즈]를 연출한 드류 고다드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엑스포스'가 [데드풀 2]에 미리 공개된 것입니다. 하지만 기대는 곧 웃음으로 바뀝니다. [데드풀 2]는 작전에 투입되자마자 행운이 뮤턴트 능력인 도미노(재지 비츠)를 제외하고는 '엑스포스' 대원들을 모두 어처구니없는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아! [데드풀 2]에서 잠시나마 [엑스포스]를 기대했던 저로써는 유쾌하게 뒷통수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비록 뭔가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것 같았던 '엑스포스'는

도미노만 남겨두고 모두 죽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미노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남아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할련다.



가족영화까지 섭렵한 '데드풀'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비록 기대했던 '엑스포스'는 도미노만 남겨놓고 죽어버렸지만 [데드풀 2]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족 영화를 완성해나갑니다. 어린시절부터 학대당한 러셀의 상처를 어루만져줌으로써 그가 미래의 악당이 되지 않도록 이끈 것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러셀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고, 러셀을 대신해 희생하는 '데드풀'의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감동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똘끼 가득한 웃음만 선사할 줄 알았던 [데드풀 2]는 이렇게 가족 영화의 형식으로 제게 자그마한 감동까지 안겨줬으니 정말 놀랍기만 했습니다. 이제 '데드풀'은 케이블, 러셀, 도미노, 콜로서스 등과 함께 가족을 이룹니다.

중간중간 너무 잔인한 장면 때문에 놀라기도 했고, '데드풀'의 하체가 자라는 장면 등에서는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플 정도였으며, 마지막 '데드풀'의 새로운 면을 보며 감동까지 느꼈으니 [데드풀 2]는 그야말로 최고의 오락영화라고해도 손색이 없는 영화입니다. 게다가 마블 영화답게 완벽한 쿠키영상까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미 영화 역사상 최고의 쿠키영상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데드풀 2]의 쿠키영상은 과연 그 명성 그대로입니다. 특히 '데드풀'이 자신의 타임라인을 정리하는 장면에서는 [엑스맨 탄생 : 울버린], [그린 랜턴 : 반지의 선택] 등 라이언 레이놀즈의 흑역사를 깔끔하게 해치워버립니다. 아마도 이렇게 기발한 쿠키영상은 '데드풀'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런지...

[데드풀]은 로맨스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데드풀 2]는 가족 영화입니다. 온갖 섹 드립과 사지절단이 난무하는 영화에서 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데드풀]과 [데드풀 2]가 대단한 영화라는 반증입니다. 이번 주말에 북미에서 개봉하는 [데드풀 2]는 오프닝 스코어가 1억3천만 달러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이는 [데드풀]과 비슷한 성적인데, [데드풀 2]가 [데드풀]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임을 감안한다면 대박이 예상된 셈입니다. 그렇다면 [데드풀 3]도 역시 만들어지겠죠? 그땐 로맨스 영화와 가족 영화를 넘어 어떤 또 기발한 장르를 창조해낼지... 기대가 됩니다.


 [데드풀 2]가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데드풀 2]만의 재미를

확실하게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처럼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영화는 앞으로도 만나기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