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틴 귀귀
주연 : 찰리 쉰, 우피 골드버그, 지나 거손, 루이스 구즈만, 우드 해리스
개봉 : 2018년 1월 31일
관람 : 2018년 5월 7일
등급 : 15세 관람가
[12 솔져스]에 이은 9.11 테러 영화 한편
5월 첫째주 3일간의 황금 연휴 마지막날. [굿타임]과 [12 솔져스]를 연달아본 제 다음 영화는 원래 [소공녀]였습니다. 이솜, 안재홍 주연의 우리나라 저예산 독립영화인 [소공녀]는 집 대신 위스키와 담배를 선택한 미소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독특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저는 [소공녀]를 다음으로 미루고 [9/11]를 먼저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12 솔져스]를 보고나니 9.11 테러를 소재로한 [9/11]이 갑자기 궁금해진 것입니다.
[9/11]은 2001년 9월 11일 아침, 각자 다른 이유로 세계무역센터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4명의 남녀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탄 엘리베이터는 9.11 테러로 인하여 멈추고,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해서든 엘리베이터에서 탈출을 해야하는 상황에 빠집니다.
[9/11]이 흥미로운 것은 출연 배우진 때문입니다. 찰리 쉰, 우피 골드버그, 지나 거손. 이들은 요즘 영화팬들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저처럼 20년 이상 영화를 즐길 올드보이(?)에겐 참 반가운 이름입니다. 특히 [플래툰], [월 스트리트] 등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시작하였지만 , [메이저 리그], [못말리는 비행사], [못말리는 람보]를 통해 코미디 배우로 인기를 얻었고, 2015년엔 에이즈 감염 사실을 인정하며 큰 논란을 사기도 했던 찰리 쉰의 출연 사실이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반가운 얼굴들
찰리 쉰 외에도 [9/11]엔 반가운 얼굴들이 많습니다. 세계무역센터 상황실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엘리베이터에 갇힌 제프리(찰리 쉰) 일행과 연락을 취한 멧시 역의 우피 골드버그는 [사랑과 영혼], [시스터 액트]를 통해 90년대 최고의 흑인 여배우로 인기를 끌었었습니다.
억만장자인 제프리와 이혼 소송을 위해 세계무역센터에 왔다가 봉변을 당한 이브 역의 지나 거손은 폴 버호벤 감독의 희대의 졸작 [쇼걸]에 출연, 90년대를 대표하는 섹시 여배우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쇼걸]의 주연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엘리자베스 버클리가 [쇼걸]이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채 조용히 잊혀진 것에 반에 지나 거손은 [쇼걸]이후에도 [바운스], [페이스 오프], [인사이더] 등의 영화에서 조연으로 활약했습니다.
그 외에도 루이스 구즈만도 눈에 띕니다. 루이스 구즈만은 [칼리토]의 조연으로 이름을 알린 후 [부기 나이트], [본 콜렉터], [매그놀리아], [트래픽] 등의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으며 최근에도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2 : 신비의 섬], [라스트 스탠드]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화의 만듦새는 참 곤란하다.
이렇게 90년대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찰리 쉰, 우피 골드버그, 지나 거손, 루이스 구즈만을 2017년에 캐스팅한 [9/11]은 솔직히 추억의 배우들을 보는 것 외엔 그다지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세계무역센터 엘리베이터에 갇힌 4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밋밋하기만 했고, 그들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 장면에서도 별 감흥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단지 찰리 쉰이 연기한 제프리를 억지로 영웅화하는 것만 같아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씁쓸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 영화를 9.11 테러 희생자에게 바칩니다.'라는 자막에서 어이없는 실소가 터져나왔습니다.
도대체 마틴 귀귀 감독은 무슨 의도로 이 영화를 만든 것인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9.11 테러에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9.11 테러에 맞서는 이름없는 영웅들의 이야기도 아니고... 그저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가 탈출한, 그리고 제프리를 억지 영웅으로 만드는, 조금은 애매한 영화였습니다. 그냥 추억의 배우들을 오랜만에 본 것만 만족해야할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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