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니콜라이 퓰시
주연 : 크리스 햄스워스, 마이클 섀넌, 마이클 페나
개봉 : 2018년 1월 31일
관람 : 2018년 5월 7일
등급 : 15세 관람가
전쟁영화는 싫지만...
[12 솔져스]가 개봉할 당시 제가 이 영화를 기대작에서 배제시킨 이유는 단 하나 전쟁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제게 있어서 공포영화와 더불어 유이하게 싫어하는 영화장르가 전쟁영화인 만큼 [12 솔져스]를 기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5월 첫째주 3일간의 연휴 마지막날 [굿타임]을 보고나서 저는 곧바로 [12 솔져스]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12 솔져스]를 본 이유는 일단 크리스 햄스워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개봉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토르'를 연기한 크리스 햄스워스는 [12 솔져스]에서 비공식 작전 수행을 위해 11명의 최정예 요원과 함께 텔레반이 점거한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는 미치 넬슨 대위를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유는 9.11 테러 직후 미국이 펼친 비밀 작전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사회는 2001년 9월 11일에 벌어진 9.11테러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9.11 테러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었습니다. 텔레반에 의해 9.11 테러를 당한 미국은 곧바로 보복에 나섰는데, 그 첫번째 보복이 바로 [12 솔져스]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5만명의 적군에 맞선 12명의 용사들.
[12 솔져스]는 제목 그대로 12명의 군인에 대한 영화입니다. 그들은 텔레반에 의해 9.11 테러가 발생하자 국가의 부름을 받고 비공식 작전에 투입됩니다. 그들의 작전은 아프가니스탄의 군부인 도스툼 장군을 도와 텔레반의 점거지를 빼앗는 것입니다. 미치 대위가 이끄는 미군이 텔레반 점거지의 위치를 알아내면 미군 폭격기가 점거지를 폭격하고, 도스툼 장군이 이끄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텔레반과 지상전을 벌여 소탕하는 것입니다.
사실 어찌보면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어 보입니다. 위험한 전투는 도스툼 장군이 이끄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도맡아 하고, 미치 대위가 이끄는 미군은 텔레반 점거지 위치만 송신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미치 대위는 먼저 도스툼 장군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예상 외의 전력을 가진 텔레반의 무기와 맞서 직접 전투를 벌여야합니다.
도스툼 장군은 미군이 한명이라도 죽으면 미국이 철수 명령을 내릴 것이라며 미치 대위와 대원들을 지켜려고만 합니다. 하지만 미치 대위와 대원들은 텔레반 소탕을 위해서라면 이미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결국 그들은 탱크를 앞세운 텔레반에 말을 타고 맞서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감행합니다.
전형적인 전쟁 영웅들의 이야기
사실 [12 솔져스]는 아주 전형적인 전쟁 영웅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초반 [12 솔져스]는 한 마을에서 텔레반이 여덟살이 넘은 여자 아이에게 공부를 시켰다는 죄목으로 여성을 총살시키는 극악무도한 만행을 보여줌으로써 텔레반을 절대적 악으로 설정합니다. 그렇기에 도스툼 장군의 정부군과 미치 대위의 대원들이 마구잡이로 텔레반을 쏴죽일땐 묘한 쾌감마저 느껴집니다.
가족과의 편안한 삶을 뒤로 하고 애국심 하나로 위험천만한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하는 미치 대위와 대원들, 죽기를 각오하고 텔레반의 5만 병력과 싸우는 그들의 모험담. 이 모든 것은 미국식 전쟁영화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가 미국 전쟁영화를 싫어하는 이유이기도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9.11 테러에 대한 충격과 테러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있었기에 [12 솔져스]의 영웅담에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그 어떤 이유라도 무고한 일반인을 희생시켜 자신의 신념을 지켜려는 테러리즘을 용서할 수 없기에 미치 대위와 대원들의 영웅담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구촌에 테러가 없어지는 그 날을 꿈꾸며...
전쟁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범죄입니다. 나와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대량살상무기를 이용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행위는 그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쟁보다 더욱 끔찍한 범죄는 테러입니다.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을 상대로 행해지는 테러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할 가장 끔찍한 절대악입니다.
사실 예전만해도 테러라는 것이 그저 머나먼 남의 나라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테러 뉴스를 보며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테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9.11 테러가 벌어질 당시 세계무역센터에 있었던 수 많은 사람들 역시 자신들이 테러의 대상이 될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입니다.
이렇듯 테러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살인을 통해 일반인에게 공포를 안겨줌으로써 무언가를 얻으려는 끔찍한 범죄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12 솔져스]를 보며 나도 모르게 테러 집단인 텔레반 소탕 작전을 마음 속으로 환호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식 영웅주의 전쟁영화를 싫지만, [12 솔져스]는 재미있게 볼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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