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 - 지루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밝은 동화로 만들어냈다.

쭈니-1 2018. 4. 30. 14:42



감독 : 바랫 낼러리

주연 : 댄 스티븐스, 크리스토퍼 플러머, 조나단 프라이스

개봉 : 2018년 1월 11일

관람 : 2018년 4월 28일

등급 : 전체 관람가



<디킨스의 최후>를 보고나니 찰스 디킨스에 관심이 생겼다.


한달전 매튜 펄의 역사추리소설인 <디킨스의 최후>를 읽었습니다. <디킨스의 최후>는 1870년 당대 최고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에드윈 드루드>를 완성하지 못한채 뇌내출혈로 갑자기 사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매튜 펄은 <에드윈 드루드>의 결말에 얽힌 비밀을 흥미로운 추리소설로 완성해놓았습니다. <디킨스의 최후>를 읽기 전까지만해도 찰스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위대한 유산>을 쓴 고리타분한 옛날 작가 정도로만 인식했는데, <디킨스의 최후>를 보고나니 그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때마침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가 개봉 후 다운로드 서비스가 오픈되었습니다. 물론 <디킨스의 최후>를 읽기 전에도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는 제게 준기대작이었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는 찰스 디킨스(댄 스티븐스)가 오랜 슬럼프를 딛고 <크리스마스 캐럴>를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실존 인물의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소설속 주인공인 고약한 구두쇠 캐릭터의 대명사 스크루지(크리스토퍼 플러머) 영감이 실제로 그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찰스 디킨스를 곤욕에 빠뜨립니다. 그 속에서 찰스 디킨스는 어두웠던 자신의 과거를 청산하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완성하며 다시한번 당대 최고의 작가로 이름을 날리게 됩니다.




판타지 영화? 혹은 성장 영화!


소설 속 주인공인 스크루지 영감이 찰스 디킨스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그를 괴롭힌다는 내용 때문에 네이버 영화에서는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를 판타지 영화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는 판타지 영화라기 보다는 찰스 디킨스의 성장담이 더 어울립니다. 당시 찰스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로 소설가로써 이미 명성을 얻었지만, 아직 그는 어두운 과거에 발목을 잡힌 미성숙한 어른에 불과합니다.

실제 찰스 디킨스의 아버지는 해군 경리국에 근무했던 하급관리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금전관념이 희박하였고, 급기야 찰스 디킨스가 열한살 때에는 빚을 지고 감옥에까지 가게됩니다. 그로인하여 온 가족이 아버지와 함께 감옥에서 1년 가량 생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장남인 그는 학업을 중단하고 구두약 공장에서 가난한 아이들 틈에 끼어 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러한 찰스 디킨스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은 영화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찰스 디킨스는 이미 문을 닫은 구두약 공장에 트라우마를 느끼고, 아버지인 존 디킨스(조나단 프라이스)를 사랑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를 증오하여 그가 시골집으로 떠나주길 원합니다. 그랬던 그가 <크리스마스 캐럴>를 쓰며 어린시절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아버지를 용서함으로써 진정 성숙한 어른이 됩니다.




어쩌면 지금의 크리스마스는 찰스 디킨스 덕분일지도...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에서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를 소재로한 이야기를 쓰겠다고 선언하자 모두들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런 지루한 이야기를 누가 읽겠느냐?'고 반문하는 장면입니다. 솔직히 이 장면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라고 한다면 서양 문화권 최고의 명절인줄 알았는데, <크리스마스 캐럴>를 발표되었던 1843년 당시만 하더라도 크리스마스는 그저 지루한 종교 기념일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를 보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덕분이라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크리스마스를 따뜻한 배려와 나눔의 의미가 있는 날로 바꾸어준 소설이라고합니다. 찰스 디킨스가 그저 고리타분한 옛날 작가인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그의 소설이 제 일상에 깊은 연관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렇기에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는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댄 스티븐스의 톡톡 튀는 가벼운 연기는 찰스 디킨스의 어린시절 트라우마라는 영화의 어두운 소재를 밝게 만들어냈습니다. 지루한 종교 기념일에 유령이 등장하여 고약한 구두쇠를 개과천선시킨다는 이야기를 담은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는 충분히 지루하고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를 밝고 활기차며, 감동과 희망으로 가득찬 어른을 위한 동화로 만들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