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50가지 그림자 : 해방] - 그들 사랑의 끝이 나쁘지는 않았다.

쭈니-1 2018. 4. 24. 15:08



감독 : 제임스 폴리

주연 : 다코타 존슨, 제이미 도넌, 에릭 존슨

개봉 : 2018년 2월 21일

관람 : 2018년 4월 23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드디어 완결되었다.


2015년 3월, 당시 제 최대 고민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혼자 보는 것이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개봉 첫주 8천5백만 달러라는 괴물같은 흥행을 올린 화제작이기에 당연히 제 관심을 끌었지만, 개봉 전부터 '아줌마들의 포르노'라는 야한 소문이 확산되어 혼자 보기엔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구피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 결국 3번의 예매와 2번의 예매 취소 끝에 비교적 한산한 월요일 밤을 D-DAY로 잡아 겨우 겨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극장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눈치작전을 펼쳐가며 영화를 봤지만, 영화의 재미는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2017년 2월에 개봉한 [50가지 그림자 : 심연]은 아예 극장에서 보기를 일찌감치 포기한 끝에 영화가 개봉한지 10개월이 지난 12월이 되어서야 다운로드로 봤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너무나도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재미도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50가지 그림자 : 심연]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보다 더 재미가 없었습니다. 

[50가지 그림자 : 심연]에 대한 실망은 시리즈의 마지막편인 [50가지 그림자 : 해방]으로 이어졌습니다. [50가지 그림자 : 해방]이 개봉했던 지난 2월 21일. 저는 일찌감치 이 영화의 극장 관람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50가지 그림자 : 해방]이 개봉한지 2개월만에 영화를 다운로드로 봤습니다. 이로써 2015년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로 시작한 '50가지 그림자 3부작'은 완결되었습니다.




가난한 여대생에서 재벌의 사모님이 된 그녀


'50가지 그림자 3부작'이 '아줌마들의 포르노'라는 별칭이 붙은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아나스타샤(다코타 존슨)의 캐릭터 때문입니다. 아나스타샤는 가난한 여대생으로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입니다. 그런 그녀가 아픈 친구를 대신해 모든 것을 다 가진 매력적인 CEO 크리스찬 그레이(제이미 도넌)의 인터뷰를 맡게 되며 인생이 바뀝니다. 크리스찬은 아나스타샤에게 빠져들고, 아나스타샤는 지금껏 자신이 살았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재벌의 삶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크리스찬에게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위탁가정을 전전하면서 얻은 마음의 상처가 있었고,  엘레나 링컨(킴 베이싱어)을 만나며 가학적 섹스의 세계에 빠져 있었습니다. 처음에 아나스타샤는 그러한 크리스찬의 변태적 성행위에 충격을 받고 결별을 선언하지만 [50가지 그림자 : 심연]에서는 결국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가학적 섹스에 대해 합의를 하며 다시금 사랑을 시작하고 [50가지 그림자 : 해방]에서는 호화로운 결혼식을 올립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여성 관객의 로망이 펼쳐집니다. 아나스타샤는 현대의 신데렐라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크리스찬이라는 왕자를 만나 신분상승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크리스찬의 마음 속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함께 삶을 이끌어가는 주체적인 여성입니다. 그러한 그녀의 캐릭터는 여성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면서 가학적 성행위를 통해 성적 판타지까지 안겨줍니다.




최상위권 생활을 맘껏 즐겨라.


[50가지 그림자 : 해방]은 아나스타샤와 크리스찬의 호화로운 결혼식으로 시작하여 아나스타샤의 최상위권 생활을 관객 앞에 맘껏 펼쳐보여줍니다. 아나스타샤가 크리스찬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결코 누릴 수 없었던 생활을 통해 처음부터 대놓고 여성관객의 대리만족을 충족시켜줍니다. 특히 아나스타샤는 크리스찬과의 결혼 생활 후에도 직장 생활을 계속하는데, 처음엔 단순한 업무를 하는 비서에 불과했던 그녀의 위상은 크리스찬 덕분에 승진에 승진을 거듭합니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그러한 것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맘껏 누립니다.

물론 그녀의 인생이 무조건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위험이 닥칠 것을 대비하여 항상 보디가드와 함께 해야 하고, 시기어린 타인의 질투도 감수해야합니다. 특히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은 옛 직장 상사였지만, 그녀를 추행하려다 크리스찬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진 잭 하이드(에릭 존슨)의 복수입니다.

영화는 아나스타샤가 누리는 호화로운 생활 속에 잭 하이드의 복수극을 끼워 넣음으로써 영화의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바로 그렇기에 [50가지 그림자 : 해방]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50가지 그림자 : 심연]과 비교해서 재미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잭 하이드의 복수극이 스릴러 영화처럼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적당히 긴장감을 부여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마치 권태로운 삶에 지친 상류층 사람들이 즐기는 약간은 위험한 오락거리처럼...




어른이 되어서야 해방되는 그들의 방황


애초에 잭 하이드의 복수극은 [50가지 그림자 : 해방]의 메인 이벤트가 아닙니다. 그러기엔 잭 하이드의 범행은 헛점 투성이입니다. 도대체 저런 멍청한 머리로 어떻게 5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몸값을 챙겨 달아나려 했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애초에 스릴로 영화는 아니니 잭 하이드의 멍청한 계획은 그냥 웃어 넘어갈 수 있습니다.

아나스타샤와 크리스찬의 사랑을 가로 막는 진짜 이벤트는 바로 아나스타샤의 임신입니다. 아나스타샤의 임신 사실을 알게된 크리스찬은 실망감을 드러내며 집을 나가버립니다. 그는 어른이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아나스타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랬던 그들은 잭 하이드 사건을 겪으며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한 책임감을 배우고, 부모가 됨으로써 진정한 어른이 됩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은 크리스찬의 마음속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며 그들은 진정한 해방을 맞이합니다.

[50가지 그림자 : 해방]에 대한 제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50가지 그림자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었다는 것입니다. 일단 아나스타샤와 크리스찬의 섹스는 이 영화의 명성만큼이나 야했고, 잭 하이드 덕분에 적당히 긴장되었으며, 두 주인공이 부모가 된다는 결말은 충분히 수긍이 되었습니다. 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50가지 그림자 시리즈' 전체에게 좋은 평점을 주긴 어렵지만, 뭐 이쯤이면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고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