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에드가 라이트
주연 : 안셀 엘고트, 릴리 제임스, 케빈 스페이시, 존 햄
개봉 : 2017년 9월 13일
관람 : 2018년 4월 20일
등급 : 15세 관람가
웅이와 함께 보려고 아껴뒀지만...
언젠가 웅이가 제게 "아빠, [베이비 드라이버] 봤어요? 친구가 봤는데 음악이 굉장히 좋대요."라며 대뜸 묻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 저는 [베이비 드라이버]를 웅이와 함께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구피는 아직 웅이가 사람을 총으로 마구 쏴 죽이는 할리우드 범죄 스릴러 영화는 안된다고 못을 박았고, 웅이와 함께 보려한 제 계획은 구피의 반대로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베이비 드라이버]를 저 혼자 쓸쓸히 봐야만 했습니다.
일단 구피의 반대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할리우드 범죄 스릴러 영화는 사람을 너무 쉽게 죽입니다. 하긴 총이 일상화된 그들에게 있어서 손가락 하나만 까닥하면 곧바로 사람을 죽일 수 있으니... 그런 면에서 [베이비 드라이버]를 웅이와 함께 보지 않은 것은 잘한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웅이의 친구가 적극 추천했다는 영화의 음악은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팝 음악을 그다지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인 베이비(안셀 엘고트)의 플레이 리스트는 제 어깨도 들썩이게 만들더군요. 연차 휴가를 낸 오전, 잠시 짬을 내서 본 영화이긴 하지만 짬을 낸 시간동안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탈출 전문 드라이버
[베이비 드라이버]는 어렸을 적 사고로 부모를 잃고 자신도 청력에 문제가 생겨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필수가 되어버린 탈출 전문 드라이버 베이비(안셀 엘고트)의 이야기입니다. 그가 탈출 전문 드라이버가 된 것은 젊은 시절 범죄조직의 보스인 박사(케빈 스페이시)의 물건을 훔치다가 붙잡혔기 때문입니다. 박사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탈출 전문 드라이버로 일하지만, 그는 박사의 범죄 엔 절대 끼어들지 않습니다.
운전 하나는 기가 막히지만, 범죄에 끼어들지 않고, 이어폰으로 음악만 듣는 베이비를 박사의 범죄 조직원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제 박사를 위해 탈출 전문 드라이버로 일하는 것도 몇 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즈음 베이비는 동네 허름한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데보라(릴리 제임스)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의 사랑을 꿈꿉니다. 하지만 베이비의 운전 실력을 놓치기 싫은 박사 때문에 베이비는 또다시 위험천만한 임무에 끼게 되고, 데보라를 위해, 그리고 범죄 조직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위험천만한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사랑을 지키려는 자와 사랑을 빼앗긴 자
사실 [베이비 드라이버]는 그다지 특별한 스토리 라인을 갖추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전매특허가 되어버린 카체이싱 장면을 영화적 재미로 삼고, 험악한 범죄자들 사이에서 아직은 순수한 베이비를 던져 놓고, 그가 사랑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스릴있게 펼쳐나갑니다.
그러한 가운데 한가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화의 대결구도입니다. 베이비는 범죄자들 사이에서 일을 합니다. 그렇기에 그의 주변에서는 위험천만한 인물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영화 후반 베이비가 맞서 싸워야 하는 인물로 영화 초반에 베이비에게 노골적으로 적대심을 드러내는 그리프(존 번탈)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초반 오프닝씬에 나올 뿐, 중반 이후엔 나오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박사와 함께 일하는 범죄자중에서 가장 위험천만해보이는 뱃츠(제이미 폭스)가 베이비를 위험에 빠뜨리는 악당일까요? 아뇨, 그렇지도 않습니다. 뱃츠는 분명 위험한 인물이지만, 베이비에 의해 영화 중반에 일찌감치 제거됩니다. 그 대신 베이비를 위협하는 것은 예상외로 버디(존 햄)입니다. 버디는 시종일관 달링(에이사 곤살레스)와 닭살 행각을 벌이며 그나마 베이비에게 잘해준 인물입니다. 하지만 베이비가 뱃추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달링이 경찰의 손에 죽임을 당하자 버디는 그에 대한 복수로 데보라를 인질로 잡고 베이비를 괴롭힙니다.
결국은 사랑 이야기더라.
영화 후반 베이비와 버디의 대결이 펼쳐지면서 [베이비 드라이버]를 자연스럽게 사랑 이야기로 변모합니다. 베이비는 데보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버디에 맞서 싸우고, 버디는 달링을 잃은 복수를 위해 막무가내로 베이비에게 공격을 가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냉혹한 범죄 보스인 박사는 '나도 사랑에 빠진 적이 있지.'라며 베이비를 도와주는 등, 모든 이야기가 사랑으로 귀결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버디를 막아낸 후 베이비의 결말입니다. 저는 베이비가 모든 법망을 빠져 나가 데보라와 행복하게 잘 살 것이라 생각했지만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그런 뻔한 결말 대신 조금은 도덕적인 결말을 준비합니다. 아무리 어쩔 수 없었다고해도 베이비에게 죄에 대한 댓가를 정당하게 치루도록한 것입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 [뜨거운 녀석들], [지구가 끝장 나는 날] 등 조금은 황당한 영국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던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영화이기에 좀 더 엉뚱한 액션영화를 기대했지만, [베이비 드라이버]는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도덕적인, 아주 적당한 킬링타임용 액션영화였습니다. 뭐 저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적당함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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