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로건 럭키] - 행운을 만들기 위한 철저한 계획

쭈니-1 2018. 4. 23. 17:34



감독 : 스티븐 소더버그

주연 : 채닝 테이텀, 아담 드라이버, 다니엘 크레이그

개봉 : 2018년 3월 14일

관람 : 2018년 4월 22일

등급 : 12세 관람가



극장 대신 안방에서...


이제 주말마다 극장에 가는 것은 제게 있어서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에는 극장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일정 때문에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단지 웅이가 중간고사 시험 공부에 열중하고 있어서 혼자 극장에 가야 했지만, 혼자 극장에 갈만큼 보고 싶은 영화가 없었을 뿐입니다. 그 대신 극장에서 놓친 영화 중 다운로드로 볼 영화가 넘쳐나서 한동안은 극장 대신 안방에서 영화를 즐길 계획입니다.

그러한 까닭에 목요일 저녁부터 연차휴가를 낸 금요일을 거쳐 일요일까지 무려 세편의 영화를 안방에서 즐겼습니다. 그 중 [로건 럭키]는 만약 지금 극장에서 상영중이라면 당장이라도 극장으로 달려갈 정도로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2002년 국내 개봉한 [오션스 일레븐]으로 할리우드 케이퍼 무비의 진수를 보여줬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케이퍼 무비이고, 채닝 테이텀, 아담 드라이버, 다니엘 크레이그 등 주연진도 꽤 화려한 편입니다.

게다가 며칠전 우리나라의 케이퍼 무비인 [게이트]를 보고 실망감이 너무 컸기에 재미가 보장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케이퍼 무비인 [로건 럭키]로 안구를 정화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모든 기대감을 안고 본 [로건 럭키]는 과연 제 기대감을 충족시켜준 영화였습니다.




재수없는 로건 형제, 큰건을 계획하다.


[로건 럭키]는 집안 대대로 재수없기로 소문난 로건 형제의 이야기입니다. 형인 지미 로건(채닝 테이텀)은 지역의 촉망받는 미식축구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절름발이가 되었고, 이혼 후 공사장 인부로 하루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 일자리마저 절름발이라는 이유만으로 쫓겨납니다. 동생인 클라이드 로건(아담 드라이버)는 참전 용사이지만 한쪽 손을 잃고 바텐더로 멸시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긋지긋한 징크스에 시달리던 로건 형제는 세상을 향해 반란을 일으킬 계획을 세웁니다.

그들의 계획은 레이싱 경기장의 금고를 터는 것. 이 계획을 위해 감옥에 수감중인 폭파 전문가 조 뱅(다니엘 크레이그)을 섭외하여 그를 탈옥시키고, 조 뱅의 덜떨어진 동생들을 계획에 참여시키며 팀을 꾸립니다.

[로건 럭키]는 이렇게 평균 이하 도둑들이 보안이 철저한 레이싱 경기장의 금고를 터는 과정을 담고 있는 케이퍼 무비입니다. 그런 면에서 [게이트]와 많은 부분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게이트]에는 없고, [로건 럭키]에는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철저한 계획입니다.




은행털기 십계명


클라이드에게 레이싱 경기장 금고를 털자고 제안하는 지미의 냉장고엔 '은행털기 십계명'이 붙어 있습니다. 그 십계명은 '결심하기, 계획세우기, 플랜 B 세우기' 등 있으나 마나한 당연한 것들이 주루륵 적혀 있는데, 그 중에서 제 눈에 띈 것은 '적절할 때 그만두기'입니다. 당연해 보이지만 이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도둑들은 거액의 돈 앞에서 욕심에 무너지는데, 지미는 처음부터 그러한 욕심을 경계하고 레이싱 경기장 금고 털기 계획을 세워 나간 것입니다.

그 결과 평균 이하 도둑들은 레이싱 경기장의 돈 다발 앞에서도 스스로를 자제하며 딱 알맞은 수준에서 도둑질을 멈춥니다. 그리고 지미는 FBI의 추격을 예상하여 레이싱 경기장에서 훔친 돈을 트럭에 남겨 되돌려 줌으로써 수사에 혼선을 빚게 만듭니다.

욕심이라는 것은 끝이 없습니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갖고 싶고, 둘을 가지면 셋이 욕심나는 것은 당연한 심리입니다. 하지만 지미는 둘을 가질 수 있을 때 하나만 가짐으로써 레이싱 경기장 금고 털기 계획을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그 결과 지미를 비롯한 멤버들은 다른 케이퍼 무비의 주인공들처럼 거액의 돈을 거머쥐며 돈방석에 앉지는 못하지만 감옥갈 일 없이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로건 징크스를 떨쳐버리고 '로건 럭키'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제목인 '로건 럭키'는 꽤 의미심장합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로건 징크스라며 로건 형제를 비웃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건 형제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삶을 살아갔습니다. 하지만 세상이라는 것은 성실하게 산다고해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렇기에 로건 형제는 로건 징크스가 아닌 '로건 럭키'를 위해 한탕을 준비한 것입니다.

행운이라는 것은 그냥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미는 징크스를 럭키로 만들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웠고, 욕심을 버렸으며, 적절할 때 그만둘 수 있는 자제력도 키웠습니다. 그 결과 로건 형제는 징크스를 떨쳐 버리고 행운을 거머쥡니다.

영화 후반부 지미의 어린 딸이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며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부르는 장면은 의외의 감동이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지미에겐 최고의 행운이 아닐까요? 엄청난 돈방석보다는 아버지를 향한 어린 딸의 사랑. 이렇게 [로건 럭키]는 케이퍼 무비이면서 돈 욕심내지않는 예상 외의 반전으로 제게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