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레드 스패로] - 섹시하면서도 섹시하지 않은 첩보 스릴러

쭈니-1 2018. 4. 27. 17:46



감독 : 프란시스 로렌스

주연 : 제니퍼 로렌스, 조엘 에저튼,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개봉 : 2018년 2월 28일

관람 : 2018년 4월 26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원없이 다운로드 영화를 보고 있다.


웅이가 중간고사 시험공부에 돌입한 요즘 저는 웅이의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웅이에게 접근금지를 당했습니다. 구피는 이럴때 극장에서 영화라도 보고 오라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현재 극장가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가 스크린을 독과점하고 있다시피해서 보고 싶은 영화도 없고,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고 해도 극장에서 알맞은 시간대에 상영을 하지 않습니다. 이럴때 그동안 미뤄놓았던 다운로드 영화라도 실컷 봐야죠.

이번에 제가 고른 영화는 [레드 스패로]입니다. 이 영화가 개봉했던 지난 3월에는 거의 매주 보고 싶은 영화가 적게는 두편, 많게는 여섯편씩 개봉하는 바람에 극장에서 놓친 기대작이 많았습니다. 만약 [레드 스패로]가 요즘 개봉했다면 만사 제쳐놓고 극장으로 달려갔을텐데... 참 아쉽기만합니다.

[레드 스패로]는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부터 [헝거게임 : 더 파이널]까지 네편의 '헝거게임' 중 세편의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과 제니퍼 로렌스가 다시한번 의기투합한 첩보 스릴러 영화입니다. 제니퍼 로렌스가 과감한 노출을 시도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이기도합니다.




그녀는 왜 스패로가 되어야 했나?


아름다운 외모와 타고난 재능으로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에서 발레리나로 활약하는 도미니카(제니퍼 로렌스). 하지만 그녀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더이상 무대에 오를 수 없게 됩니다. 볼쇼이 발레단에서 제공하는 어머니의 병원비와 살 집을 빼앗기게될 처지에 놓인 그녀는 러시아 정보부 고위 관리자인 삼촌 반야(마티아스 쇼에나에츠)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냉정한 반야에게 이용만 당하고 제거될 위기에 처합니다. 그녀가 살기 위해서는 스패로가 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스패로란 러시아 정부가 비밀리에 양성하는 스파이 조직으로 몸과 마음을 이용해 타겟의 심리를 파고들어 임무를 완성합니다. 극한의 스패로 훈련을 수행한 도미니카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임무는 미국 CIA요원 네이트(조엘 에저튼)를 유혹하여 러시아 정부내 미국 스파이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

하지만 자신을 소모품 취급하는 러시아 정부와 비정함에 지친 도미니카는 오히려 네이트의 매력에 빠져들고,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슬아슬한 모험을 벌입니다. [레드 스패로]는 그러한 도미니카의 모험을 통해 관객에게 스릴과 마지막 통쾌함을 안겨주는 영화입니다.




페기처분된 냉전체제가 되살아났다.


[레드 스패로]가 제게 흥미로웠던 이유는 지금은 폐기처분된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를 엿볼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를 핵전쟁의 위험까지 몰고갔던 예전의 냉전체제와는 달리, [레드 스패로] 속의 냉전체제는 은밀한 첩보전으로만 채워집니다. 네이트는 러시아내 고위 관부인 미국 스파이 마블과 내통하여 러시아의 주요 정보를 빼내고, 반야는 자신의 조카인 도미니카를 이용해서 마블의 정체를 알아내려합니다.

비록 영화 속의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은 조용한 첩보전으로 진행되지만, 그 사이에 낀 도미나카 입장에서는 언제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할지도 모르는 극한의 상황이 전개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도미니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가족인 삼촌과 조국인 러시아라는 점입니다. 네이트는 마블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했듯이 도미니카 역시 지켜내려합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은근히 러시아를 악으로, 미국을 선으로 묘사합니다. 하긴 냉전체제 속에 제작되었던 수 많은 첩보 스파이 영화에서는 소련은 악랄한 악당이었죠. 그러다 냉전 체제가 끝나며 테러리스트들이 새로운 악당으로 등극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또다시 노골적으로 러시아를 악당으로 묘사하는 [레드 스패로]를 보고 있자니 마치 고전 첩보 영화를 보는 듯한 아련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섹시하면서도 섹시하지 않은...


[레드 스패로]가 제게 흥미로웠던 두번째 이유는 이 영화의 섹시함입니다. 상대를 유혹하여 기밀 정보는 빼내는 훈련을 하는 비밀정보기관 스패로. 그렇기에 도미니카가 받아야하는 훈련의 대부분은 타겟의 심리를 파악하여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낸후 원하는 그것을 줌으로써 마음을 얻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몸을 파는 것이죠.

설정이 이러하니 영화에서 제니퍼 로렌스의 노출은 꽤 자주 선보입니다. 그래서 [레드 스패로]는 굉장히 섹시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섹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도미니카의 노출은 그녀가 원해서가 아닌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강요당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레드 스패로]는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소모품이 되어버린 도미니카라는 작고 연약한 여성을 보여줌으로써 첩보 세계의 비정함을 보여줍니다.

[레드 스패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섹시하면서도 섹시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벗어야 하는 도미니카의 눈빛은 도발적이면서도 가련합니다. 그러한 그녀의 눈빛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그것만으로도 조는 이 영화에 충분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