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피터 웨버, 리처드 데일, 리신 판
내레이션 : 로버트 레드포드(이제훈)
개봉 : 2018년 2월 22일
관람 : 2018년 4월 6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웅이를 위한 다큐멘터리
솔직히 저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화제가 되었던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보긴 했지만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제게 [지구 : 놀라운 하루]는 그저 매주 몇편씩 개봉하는 관심없는 다큐멘터리 영화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웅이는 달랐습니다.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들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웅이는 유독 [지구 : 놀라운 하루]만큼은 보고 싶다고 지속적인 제게 어필한 것입니다. 사정이 그러하니 제가 아무리 다큐멘터리 영화를 싫어한다고 할지라도 [지구 : 놀라운 하루]를 안보고 넘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지난 금요일 밤, 저는 졸리움을 억지로 물리치며 웅이와 [지구 : 놀라운 하루]를 봐야만 했습니다.
[지구 : 놀라운 하루]는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온갖 동물들의 놀라운 생활을 담고 있습니다. 유독갈라파고스섬에서부터 북극과 아프리카까지... 제작진의 카메라는 인간이 살지 않는, 그렇기에 동물들의 낙원이 된 곳에 끊임없이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그 결과 동물원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동물들의 놀라운 생활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교육적으로는 완벽하다.
[지구 : 놀라운 하루]는 확실히 어린 관객들의 교육용으로는 완벽합니다. 웅이를 비롯한 도시의 아이들에게 동물이란 동물원의 동물들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제가 웅이를 데리고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렇게 영화로나마 동물원에서가 아닌 동물들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갈라파고스의 화산섬에서 갓 태어난 이구아나 새끼들이 레이서 스네이크로부터 도망치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이구아나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레이서 스네이크들의 섬뜩한 눈빛과 알에서 깨어나가마자 생과 사를 걸고 죽음의 질주를 벌여야 하는 이구아나 새끼들의 탈출 대작전은 끔찍하면서도 인상깊었습니다.
그 외에 온순하게만 보였던 기린의 숨막히는 몸싸움도 놀라웠습니다. 기린들이 긴 목을 상대에게 휘두르며 무기로 사용하는 장면에서 저 긴 목이 언제 부러질지 몰라 조마조마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외에도 병소엔 쉽게 볼 수 없는 일각고래들의 항해, 자식에게 먹을 것을 갔다주기 위한 턱끈 펭귄들의 힘겨운 하루 등 [지구 : 놀라운 하루]는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적 영화였습니다.
영화적으로는 지루했다.
하지만 솔직히 저는 지루했습니다. 물론 초반 살기위해 태어나자마자 죽음의 질주를 해야하는 새끼 이구아나의 모습은 여느 영화 못지 않게 스펙타클했지만 대부분의 장면들에서는 졸리움을 겨우 참아내며 두 눈을 부릅 떠야 했습니다.
제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이야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데 캐릭터와 이야기의 매력에 매료되는 편인데 현실을 기반으로한 다큐멘터리 영화의 경우는 아무래도 그러한 것들이 부족합니다. 만약 [지구 : 놀라운 하루]가 레이서 스네이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새끼 이구아나들의 죽음의 질주로만 채워져 있다면 레이서 스네이크의 극한 공격에 겨우 빠져나간 새끼 이구아나 캐릭터에 매료되어 영화를 즐겼을테지만, 영화는 여러 동물들의 모습이 단편적으로 담겨져 있어서 캐릭터의 매력을 느낄 새도, 연속적인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입장에서는 지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웅이는 굉장히 재미있게 본 것 같습니다. 하긴 어렸을땐 고대 동물들에 관심이 많았던 웅이였기에 고대 동물이 진화한 현대 동물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관심도 없는 [지구 : 놀라운 하루]를 보기 위해 저는 피곤했지만, 그래도 웅이가 좋아했으니 저로써는 만족스러운 관람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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