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스티븐 크보스키
주연 : 제이콥 트렘블레이, 줄리아 로버츠, 오웬 윌슨, 이자벨라 비도빅
개봉 : 2017년 12월 27일
관람 : 2018년 4월 3일
등급 : 전체 관람가
남은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다리가 아프시다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기 위해 2018년 들어서 처음으로 연차 휴가를 냈습니다. 병원 예약시간은 오후 1시 30분이기에 늦잠을 자고 천천히 집을 나서도 되었지만 평소와 마찬가지로 7시 30분이 되자 눈이 번쩍 뜨이던... 결국 평소처럼 일어나 청소를 했는데도 시간이 남아돌아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영화 [원더]를 봤습니다. [원더]를 보기 위해 일찌감치 찜해 놓았지만, 웅이와 함께 보려고 미루고 미뤘는데... 결국 이렇게 혼자 보게 되네요.
[원더]는 안면기형을 안고 태어난 10살 소년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이야기입니다. 스무번이 넘는 수술을 했건만 어기의 안면기형을 남과는 다른 외모였고, 그로한 자신의 외모를 숨기기 위해 어기는 커다란 헬멧을 쓰고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어기의 엄마 이사벨(줄리아 로버츠)과 아빠 네이트(오웬 윌슨)는 더이상 어기를 집 안에서만 키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어기를 학교에 보내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안면기형이 있는 어기의 학교 적응기가 [원더]의 주요 스토리입니다. 이쯤되면 앞으로의 내용은 쉽게 유추해볼 수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기의 남다른 외모를 놀릴 것이고, 어기는 마음의 상처를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기를 이해해주는 진정한 친구를 만나며 어기의 학교 적응기가 성공하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될 것입니다. 과연 [원더]는 이렇게 뻔한 이야기의 영화일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원더]는 조금은 뻔한 이야기의 영화는 맞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제가 예상했던대로 반 아이들의 놀림 속에서 진정한 친구를 만나며 학교 생활에 적응해가는 어기의 모습이 이 영화의 주요 스토리 라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뻔한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서 분위기는 예상과는 달리 활기찼습니다. 그러한 분위기가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일단 어기의 성격이 낙천적으로 활발합니다. 대부분 장애를 가진 아이를 소재로한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마음의 상처가 커서 소극적이지만, 어기는 너무나도 완벽한 부모 덕분에 웬만한 일에는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는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기가 크게 상처를 받는 장면은 진정한 친구인줄 알았던 잭 윌(노아 주프)이 자신의 뒷담화를 하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인데 그 장면에서조차 어기는 가족의 도움으로 상처를 딛고 금새 일어섭니다.
어기를 괴롭히는 줄리안(브라이스 게이사르)의 악행을 [원더]는 의도적으로 생략하기도합니다. 어기의 외모를 놀리고, 죽어버리라며 저주에 가까운 짓을 서슴치 않는 줄리안. 하지만 [원더]는 고작 열살에 불과한 어린아이의 줄리안의 악행보다는 그러한 줄리안을 감싸며 오히려 "내 아들이 뭘 잘못했는데?"라고 항변하는 줄리안의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결국 문제는 어른들임을 시사합니다.
주변의 아픔도 보듬을줄 안다.
어쩌면 어기가 학교생활을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의 순수함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선입견의 때가 묻지 않은 아이들이기에 어기는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를 이겨내고 소중한 친구들을 사귀면서 학교생활을 적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어기가 어른이고, 그가 도전해야할 사회생활이 직장이었다면 오히려 어기의 적응은 더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원더]는 아이들의 순수한 눈으로 어기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그리고 더불어 어기의 가족들과 그 주변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보듬는 여유까지 보여줍니다. 안면장애를 안고 태어난 어기. 그러한 아들을 바라봐야하는 부모의 마음을 어떻까요? 이자벨은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어기에게 자신의 역량 모두를 쏟아붓습니다. 그러는 사이 어기의 누나인 비아(이자벨라 비도빅)은 어쩔수없이 나이에 비해 성숙해져버립니다.
비아는 집이 어기라는 태양을 가운데 둔 하나의 우주라고 설명합니다. 모든 것은 어기 중심입니다. 비아도 엄마, 아빠의 관심을 받고 싶지만, 엄마, 아빠의 관심은 어기에게 집중되어 있을 뿐입니다. 비아는 엄마, 아빠에게 걱정거리를 더 만들어주긴 싫다며 그저 어기의 누나로써의 책임에 충실합니다. 하지만 태양이 중요한 만큼 태양의 주변을 도는 지구 또한 소중합니다. 어기가 태양이라면 비아는 지구이기에 그들의 가족은 행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행복하게 해줄 아는 영화
[원더]는 제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밝은 분위기를 가진 영화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굉장히 해피하기까지합니다. 그렇기에 영화이기에 가능한 낙천적인 전개가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어쩌면 아직 선입견이라는 때가 묻지 않은 어린아이들이라면 어기의 남다른 외모를 어른과는 달리 쉽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결국 [원더]의 낙천적인 해피함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지난 3월에 본 [어메이징 메리]도 비슷했습니다. 수학천재소녀를 사이에 둔 외할머니와 외삼촌의 양육권 전쟁은 [아이 엠 샘]처럼 눈물, 콧물 질질 짜게 하는 전개를 보여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영화는 굉장히 쿨했습니다. [원더]도 마찬가지입니다. 안면장애를 가진 어기가 학교에서 온갖 놀림을 참아내는 고정을 통해 영화를 보는 제 가슴을 아프게 할줄 알았는데 [원더]는 오히려 쿨한 어기의 모습으로 맞섭니다.
요즘 미국영화는 이러한 쿨한 감성이 대세인가봅니다. 그런데 그러한 쿨함이 저 또한 나쁘지 않았습니다. 뭔가 깊은 여운의 감동은 없더라도 영화를 보는 동안 즐겁고, 영화가 끝나고나면 행복해지는... [원더]는 바로 그러한 이야기를 할줄 아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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