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더빙 : 스기사키 하나, 카미키 류노스케
개봉 : 2017년 12월 7일
관람 : 2018년 4월 8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지브리는 해체되었지만, 그 추억은 남아있다.
2013년 [바람이 분다]를 마지막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추억의 마니]를 마지막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명가 지브리 스튜디오가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저와 저희 가족이 좋아했던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이제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대학졸업후 곧바로 맞이한 IMF 사태로 인하여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했던 저를 위로했던 것은 영화였고, 그 중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도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바람계곡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 등을 보며 저는 지금까지 제가 몰랐던 애니메이션의 신세계를 경험했고, 그것은 제 불안한 청춘의 마음을 위로했습니다.
결혼 후 구피는 어린 웅이에게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자주 보여줬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위의 포뇨] 등. 그렇기에 저와 마찬가지로 구피 역시 지브리의 해체를 가슴아파 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메리와 마녀의 꽃]이 개봉했고, 저는 지브리 짝퉁이라며 별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구피는 왜 [메리와 마녀의 꽃]은 극장에서 보지 않았냐며 아쉬워했습니다.
따로 또 같이 우리는 영화를 봤다.
잊을만하면 "나, [메리와 마녀의 꽃]이 보고 싶어."를 외쳣던 구피. 비록 극장에서 놓쳤지만 다운로드 서비스가 시작되자 저는 온 가족이 [메리와 마녀의 꽃]을 볼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 스마트폰이 TV와 연결이 되지 않아 영화를 보려면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봐야한다는 점입니다. 구피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면 눈이 아프다며 거부했습니다.
결국 일요일 아침 웅이와 함께 이불 위를 뒹굴며 [메리와 마녀의 꽃]을 봤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일어난 구피도 [메리와 마녀의 꽃]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는지 오후에 뒤늦게 안방에서 혼자 제 스마트폰을 빌려 영화를 봤습니다. 이로써 저희 가족은 따로, 또 같이 [메리와 마녀의 꽃] 관람을 마쳤답니다.
솔직히 저는 예상했던대로 [메리와 마녀의 꽃]이 지브리 짝퉁의 느낌이었고, 구피도 영화를 보고나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영화라는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메리와 마녀의 꽃]을 연출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마루 밑 아리에티]와 [추억의 마니]를 연출했고, [메리와 마녀의 꽃]가 창립작품인 스튜디오 포녹엔 지브리 스튜디오 인력이 상당수 포진되어 있다고합니다. 그러니 지브리 짝퉁 느낌이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메리와 마녀의 꽃]의 원작은 영국의 소설가 메리 스튜어트의 <The Little Broomstick>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리지널 스토리가 아닌 원작이 있는 영화인만큼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도 어쩔 수 없었는지 모릅니다.
그냥 재미있는 어린이 애니메이션 한편을 본 느낌
딱히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넘어 성인인 제게도 뭔가 아련한 감성을 안겨주곤 했습니다. 그래서 보고나면 여운이 짙게 남았습니다.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연출한 [마루 밑 어리에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깊은 여운을 안겨줬습니다.
하지만 [메리와 마녀의 꽃]은 다릅니다. 분명 재미는 있습니다. 평범한 빨간머리 소녀 메리(스기사키 하나)가 우연히 마녀의 꽃을 손에 넣은 후 낯선 마법 세계에서 모험을 한다는 내용은 1시간 40분의 러닝타임동안 정신없이 즐기기에 충분합니다. 메리와 피터(키미키 류노스케)는 마녀의 꽃을 이용해서 금지된 변신 마법을 완성하려는 마법 세계의 교장 음모를 저지하고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메리와 마법의 꽃]은 분명 재미있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 후의 아련한 감성은 없었습니다. 아직 포스트 지브리를 선언한 스튜디오 포녹의 첫 작품인만큼 판단은 이르지만, 이대로라면 스튜디오 포녹의 다음 작품 역시 극장이 아닌 다운로드로 보게 될지도... 이래저래 [메리와 마녀의 꽃]은 지브리의 해체가 안타깝게 느껴졌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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