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틴 캠벨
주연 : 성룡, 피어스 브로스넌
개봉 : 2018년 2월 7일
관람 : 2018년 4월 10일
등급 : 15세 관람가
아직도 나는 성룡 영화가 기대된다.
지난 설 연휴에 성룡 주연의 [더 포리너]가 개봉했습니다. 예전같으면 극장가 대목인 명절의 성룡 영화개봉은 흔한 일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성룡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의 반응이 시큰둥해서 오랜만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젊었을때 제 또래의 영화광들이 그러했듯이 저 역시 성룡 영화에 열광했기에 [더 포리너]를 기대하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극장 관람이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최근 본 성룡 영화들이 제겐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성룡과 더불어 존 쿠삭, 애드리언 브로디라는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을 캐스팅한 [드래곤 블레이드], 레니 할린이 메가폰을 잡은 [스킵트레이스 : 합동수사], 중국과 인도의 합작영화 [쿵푸요가]까지... 그렇기에 [더 포리너]를 극장에서 보는 것이 망설여진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러다보니 [더 포리너]가 국내 흥행에 실패하며 극장 상영이 조기에 마감되어 버렸고요.
이렇게 극장 관람은 망설여지지만 다운로드 관람은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최근 성룡 영화들이 실망스러웠다고해도 성룡은 성룡이니까요. 게다가 [007 골든 아이], [마스크 오브 조로], [버티칼 리미트], [007 카지노 로얄], [그린 랜턴 : 반지의 선택] 등 다수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연출한 마틴 캠벨이 메가폰을 잡았으니 [더 포리너]는 이전 성룡의 실망스러운 영화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로의 성룡이 좋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더 포리너]는 최근에 본 성룡 영화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성룡은 런던에 살고 있는 60대 중국 남성 콴을 연기했는데, 하나뿐인 딸을 폭탄 테러를 잃은 그의 얼굴엔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더 포리너]에 만족했던 이유는 어느덧 60대 중반이 된 성룡의 늙음이 영화 속에 가감없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전 영화들은 너무 성룡의 젊은 시절의 액션을 억지로 따라가려 했거든요.
영화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중국내 소수민족인 콴은 목숨을 건 중국 탈출 중 태국 해적으로 인하여 두 딸을 잃고 겨우 살아남은 막내 딸과 영국에 정착해 살아갑니다. 하지만 남자친구와의 졸업 파티때 입을 드레스를 고르기 위해 들떠있던 콴의 딸은 북아일랜드의 과격 테러조직의 폭탄 테러에 희생되고, 범인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경찰을 대신해서 콴이 직접 복수에 나섭니다.
폭탄 테러를 저지른 범인을 알아내기 위해 콴이 가장 먼저 한 것은 과거 북아일랜드 과격 테러조직에 몸 담았으며 지금은 영국과 아일랜드의 평화협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치인 헤네시(피어스 브로스넌)을 협박하는 것입니다. 콴은 헤네시가 범인을 알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고, 그렇기에 헤네시가 범인의 이름을 대기 전까지 끊임없이 그를 괴롭힙니다.
성룡과 피어스 브로스넌의 대결
딸을 죽인 폭탄 테러범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콴은 먼저 북아일랜드의 실권자 헤네시와 먼저 맞서야 합니다. 헤네시는 폭탄 테러범의 정체를 영국 정부에 알려주는 댓가를 자신의 사촌을 포함한 북아일랜드 테러분자 석방을 요구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다지려합니다. 그러한 가운데 후줄근한 60대 중국남자가 갑자기 나타나 범인의 이름을 대라고하니 처음엔 그냥 무시해버립니다. 하지만 미국 특수부대에서 훈련한 경험이 있는 콴의 공격에 속수무책 당하자 더이상 그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더 포리너]에서 콴이 딸의 복수를 하는 것은 영화 후반부의 일입니다. 그 전까지 콴은 헤네시와 먼저 대결합니다. 콴과 헤네시의 대결이 흥미로운 것은 과거 액션 히어로로 인기를 끈 동서 노익장의 대결이라는 점입니다. 알고보니 피어스 브로스넌이 성룡부다 고작 한살 더 많더군요. 하지만 영화에선 피어스 브로스넌이 휠씬 나이가 많아 보이던...
헤네시와의 대결에서 성룡 특유의 맨몸 액션 대신 도구를 이용한 액션이 선보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당연합니다. 영화에서 콴의 나이는 60대로 추정되고, 그가 아무리 미국 특수부대 출신이라고해도 헤네시의 젊은 부하들을 정면대결로는 이겨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마틴 캠벨 감독은 여러 도구를 이용한 게릴라 전법으로 콴의 액션을 무리없이 완성했고, 그 덕분에 성룡의 나이를 그대로 인정한 자연스러운 액션 영화가 되었습니다.
성룡은 아직 건재하더라.
성룡은 더이상 예전처럼 날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짓지도 않습니다. 그저 딸의 죽음을 막지 못한 무기력한 중년 남자의 구부정한 모습과 복수 후에도 더이상 삶을 이어나갈 희망이 없다는 무표정만 선보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과거의 성룡을 기억하며 그런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딸을 죽인 폭탄 테러범과의 마지막 총격씬에서 콴은 피투성이가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딸의 복수를 완료한 후에도 결코 미소짓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슬픔을 안은채로... 어찌되었건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요.
영화 마지막 상처 투성이 얼굴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콴의 모습은 그렇기에 짙은 여운이 남았습니다. 그의 얼굴에 남은 상처만큼이나 그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남겨진 상처는 결코 치유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60대 중반이된 성룡의 깊은 주름살처럼 말입니다. [더 포리너]는 그러한 성룡의 나이듬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영화적 재미를 찾아냈기에 제게 만족감을 줄 수 있었던 액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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