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넛잡 2] - 공원 속 동물들과 함께 한 행복했던 추억이여, 이젠 안녕!!!

쭈니-1 2018. 3. 26. 15:00



감독 : 캘런 브런커

더빙 : 윌 아넷, 캐서린 헤이글, 성룡

개봉 : 2017년 10월 3일

관람 : 2018년 3월 24일

등급 : 전체 관람가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애니메이션


2014년 2월 9일은 제게 뜻깊은 날입니다. 그날이 바로 처음으로 웅이와 함께 하루에 두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본 날이기 때문입니다. 구피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레고 무비]와 [넛잡 : 땅콩 도둑들]을 열두살된 웅이와 극장에서 보기로 결정한 저는 일단 오전에 목동 메가박스에서 [레고 무비]를 봤고,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점심식사를 떼운 후, 김포공항 롯데시네마에서 [넛잡 : 땅콩 도둑들]을 봤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레고 무비]와 [넛잡 : 땅콩 도둑을]이 저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레고 무비]와 [넛잡 : 땅콩 도둑들]은 북미 흥행에서도 성공해 속편이 제작되었는데, [레고 무비]는 2017년 [레고 배트맨 무비]와 [레고 닌자고 무비]로 이어졌고, [넛잡 : 땅콩 도둑들]도 2017년 [넛잡 2]가 개봉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열다섯살이 된 웅이의 나이를 고려해서 [레고 닌자고 무비]와 [넛잡 2]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채 2014년 2월 9일의 행복했던 기억은 지나간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지난 1월 20일 [레고 닌자고 무비]를 봤습니다. 분명 열다섯살이된 웅이와 극장에서 보기엔 너무 애들 영화였지만, 그래도 웅이와 함께 낄낄거리면서 유쾌하게 봤습니다. 그리고 3월 24일 토요일 아침에는 [넛잡 2]를 봤습니다. 잠이 덜 깬 상황에서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 [넛잡 2]를 보니 저도, 웅이도 2014년의 그날로 되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땅콩가게를 차지한 설리. 하지만...


[넛잡 : 땅콩 도둑들]은 도심 속 공원의 말썽쟁이 다람쥐 설리(윌 아넷)가 공원에 사는 모든 동물들의 겨울나기 식량창고인 떡갈나무를 훌랑 태워먹은 후 단짝 생쥐 친구 버디와 공원에서 쫓겨난 후 은행털이 강도범들의 위장 은신처인 땅콩가게를 차지하기까지의 모험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넛잡 2]는 땅콩가게에서 동물 친구들과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설리와 친구들의 모습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먹을 것이 넘쳐나다보니 겨울나기 식량을 구하기 위해 일을 할 필요가 없어진 동물 친구들은 흥청망청 먹고 놀기만합니다. 이러한 모습에 앤디(캐서린 헤이글)는 '동물은 동물다워야 한다.'며 다시 공원으로 돌아가자고 재촉하지만 설리와 친구들은 그럴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땅콩가게의 보일러가 폭발해버린 것입니다. 이제 더이상 땅콩 더미 속에 파묻혀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없게된 설리. 그런데 엎친데 덥친격으로 악덕 시장이 공원을 없애고 놀이공원을 건립하려는 계획을 발표하며 그들은 더이상 갈 곳이 없어질 위기에 처합니다.

[넛잡 : 땅콩 도둑들]이 은행털이범에 맞서 싸우는 공원 속 동물 친구들의 모험담이라면, [넛잡 2]는 규모를 키워 아예 악덕 시장이라는 거대한 권력자와의 싸움을 담고 있습니다. 공원을 없애버리기 위해 거대한 중장비가 동원되고, 동물 퇴치 요원들이 투입되는 상황. 이건 누가 봐도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입니다. 하지만 설리에겐 마지막 히든 카드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공원이 골프장으로 개발되며 쫓겨나 도심 속에 살게된 흰쥐 미스터 펭(성룡)과 그의 부하들입니다.


 


재미는 여전하다.


[넛잡 2]의 재미는 바로 절대로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은 인간들과 공원 속 동물들의 전쟁이 동물들의 승리로 끝날 때의 쾌감입니다. 설리가 상대해야 하는 인간들은 1편의 은행털이범과 같은 범죄자이거나, 2편의 악덕 시장처럼 부패한 정치인입니다. 결국 경찰이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설리와 공원 동물들이 대신 처리해줌으로써 관객에게 유쾌함을 안겨주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여러 개성 강한 동물들의 등장은 영화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다람쥐 설리와 앤디를 비롯하여 설리의 단짝 친구인 생쥐 버디는 물론,  귀여운 외모의 미스터 펭은 상남자의 반전 매력을 보여주고, 사랑스러운 불독 프레셔스는 프랭키라는 새로운 사랑을 만납니다. 

주민의 안전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악덕 시장은 물론 시장의 딸인 헤더까지 악당들도 다양해졌고, 놀이공원을 깡그리 무너뜨려 버리는 스케일도 전편에 비해 한층 커졌습니다. 이쯤되면 전편보다 업그레이드된 속편의 법칙을 충실히 따른 영화로 영화를 보는 1시간 30분 동안 지루할 틈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넛잡]의 추억은 더이상 계속되지 못하겠지?


 2019년 개봉 예정인 [레고 무비 2]와는 달리 [넛잡]의 추억은 2편으로 끝날 듯싶습니다. 1편이 북미에서 6천 4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1억 2천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렸지만, 2편은 북미 2천 8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6천 5백만 달러로 흥행성적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성적이라면 3편이 만들어지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하긴 이쯤에서 [넛잡]의 추억을 가슴 속에 간직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먼훗날 [넛잡 : 땅콩 도둑들]은 열두살 웅이와 함께 처음으로 하루에 두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본 뜻깊은 영화로 기억될 것이며, [넛잡 2]는 열다섯 웅이와 이불 속에서 키득거리며 본 영화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제게 행복한 추억이니 그것만으로도 [넛잡]은 제게 좋은 기억으로 영원히 남게 될 것입니다.

비록 더 이상의 [넛잡]을 볼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설리와 공원 속 동물 친구들에게 고마웠다고 전해주고 싶네요. 이제 훌쩍 커버린 웅이와 이런 애들 취향의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겠죠? 아쉽지만 흐르는 세월은 잡을 수가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