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어메이징 메리] - 자신을 위한 재능이어야만 한다.

쭈니-1 2018. 3. 23. 14:46



감독 : 마크 웹

주연 : 크리스 에반스, 맥케나 그레이스, 린제이 던칸, 제니 슬레이트

개봉 : 2017년 10월 4일

관람 : 2018년 3월 22일

등급 : 12세 관람가



마블 슈퍼 히어로 무비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영화이다.


[어메이징 메리]는 마치 마블의 슈퍼 히어로 무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영화처럼 보입니다. 일단 감독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를 연출했던 마크 웹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의 원제가 '재능있는'으로 해석할 수 있는 'Gifted'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개봉명을 '어메이징 메리'로 정하며 제목만으로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주연이 크리스 에반스입니다. 크리스 에반스는 [판타스틱 4]에서 쟈니 스톰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하며 마블의 슈퍼 히어로 무비와 깊은 인연을 맺었습니다. 물론 크리스 에반스는 '캡틴 아메리카' 외에도 수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타임 투 러브]의 실망스러운 모습 외엔 딱히 기억나는 영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잘 아시겠지만 [어메이징 메리]는 마블의 슈퍼 히어로 영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해변가의 조용한 마을에서 삼촌 프랭크(크리스 에반스)와 함께 살아가는 7살 수학천재 메리(맥케나 그레이스)의 이야기로 굳이 다른 영화와 비교하자면 숀 펜과 다코타 패닝의 눈물 연기가 돋보였던 [아이 엠 샘]과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입니다.




그는 왜 천재조카를 평범하게 키우려 했을까?


[아이 엠 샘]의 이야기가 특별할 수 있었던 것은 지적장애 7살의 지능밖에 갖지 못한 아버지 샘(숀 펜)의 눈물겨운 부성애가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와는 달리 [어메이징 메리]의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7살 밖에 되지 않는 메리가 수학 천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랭크는 메리를 평범한 아이들처럼 키우려합니다. 메리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지만, 수학천재인 메리 입장에서는 '1+1=2'를 배워야 하는 초등학교가 한심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메리의 천재성을 알아본 담임선생 (제니 슬레이트)는 메리를 영재학교에 보낼 것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프랭크는 메리가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라야 한다며 충고를 무시합니다. 그렇다면 왜 프랭크는 메리를 그토록 평범하게 키우려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수학 천재로 자랐지만 메리를 낳고 자살한 여동생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녀는 메리가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프랭크의 고집에도 불구하고 프랭크의 어머니이자, 메리의 외할머니인 에블린(린제이 던칸)이 등장하며 상황은 급변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딸에게 했던 것처럼 메리 역시 천재 수학자로 키우려하고, 결국 프랭크와 에블린은 메리의 양육권을 가지고 법적 분쟁을 벌입니다. 메리의 인생을 두고 펼쳐지는 프랭크와 에블린의 법정 싸움. 과연 누구가 이겨야만 메리가 행복히질까요?




메리의 재능은 그녀 자신을 위한 것이여야만 한다.


솔직히 저는 프랭크의 편을 들 수가 없습니다. 물론 메리가 평범한 아이들처럼 친구도 사귀고 뛰어놀길 바라는 프랭크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어려운 수학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메리를 일반의 보통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것은 메리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에블린의 편을 들 수도 없습니다. 그녀는 이미 메리의 어머니를 불행에 빠뜨렸습니다. 자신이 못다이룬 꿈을 위해서 말이죠. 물론 위대한 수학자로 후대에 이름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가 그러한 삶을 원치 않는다면 아무도 그것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아무리 부모라 할지라도 그 권리를 짓밟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어메이징 메리]는 중간 합의점을 찾아냅니다. 메리를 영재학교에 다님으로써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을 살릴 수 있게 되었고, 에블린은 딸이 죽기 전에 풀어낸 수학 난제를 프랭크에게 건네 받음으로써 자신의 못다이룬 지적 허영심을 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프랭크와 메리가 함께 살 수 있게 됩니다. 왜 진작에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너무나도 명쾌한 극적 합의였습니다.




어쩌면 상처받은 어른들의 이야기


분명 메리를 위한 결말은 정해져있습니다. 메리는 사랑하는 삼촌 프랭크와 살아야 하며, 그녀의 재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일반 초등학교가 아닌 영재학교에 다녀야만합니다. 그러한 결말은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어메이징 메리]는 당연한 결말을 두고 1시간 40분이나 머나먼 길을 돌아돌아야만 했을까요?

어쩌면 저는 [어메이징 메리]가 상처받은 어른들이 마음의 문을 여는 영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프랭크는 여동생을 지키지 못햇다는 죄책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때문에 대학 부교수라는 자리를 버리고 요트 수리공의 길을 걸으며 자신의 모든 인생을 메리를 위해 할애합니다. 하지만 보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메리에게만 얽매였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결국 자신의 고집을 꺾고 메리를 영재학교에 보냄으로써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납니다.

에블린은 촉망받은 영국인 수학자였지만 미국인 남편과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그때의 후회가 자신과 닮은 딸을 억압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딸과 닮은 손녀딸 메리 역시 거머쥐려합니다. 하지만 그녀도 깨닫게 됩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욕심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과거로부터 상처를 받은 프랭크와 에블린은 메리를 통해 상처를 치유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어메이징 메리]는 뻔한 결말을 두고 프랭크와 에블린을 위해 조금 멀게 돌고 돈 영화이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기본적인 훈훈함만은 기여코 안겨주는 무난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