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비밥바룰라] - 노년층 관객을 위한 시니어무비의 시작으로는 부족함이 많다.

쭈니-1 2018. 3. 6. 13:18



감독 : 이성재

주연 :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

개봉 : 2018년 1월 24일

관람 : 2018년 3월 5일

등급 : 12세 관람가



노인을 위한 영화는 없나?


가끔 종로3가 피카디리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보면 주변에 노년층 관객이 많아 깜짝 놀라곤 합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 분들도 젊은 시절이 있었고, 젊은 시절에는 영화를 보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쌓아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영화들이 너무 젊은층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져 노년층이 볼만한 영화가 부족하니, 극장에서 노년층 관객을 만나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비밥바룰라]에 주목한 것은 이 영화가 노년층 관객을 위한 우리나라 시니어무비의 출발을 알릴 수 있는 영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시니어무비가 꽤 많고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 주연의 2008년작 [버킷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과 마이클 더글라스, 로버트 드니로, 모건 프리먼, 케빈 클라인 주연의 2014년작 [라스트베가스]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시니어무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04년에 개봉한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주현, 송재호, 양택조, 김무생, 선우용녀 등을 캐스팅하여 노년층 캐릭터의 유쾌한 이야기를 담아낸 적이 있습니다. 2011년에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우리나라 시니어무비의 명맥은 끊겼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중년층 관객을 위한 [보안관], [올레]등이 그 자리를 매꾸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비밥바룰라]는 명맥이 끊긴 우리나라 시니어무비를 되살릴 수 있을까요?




평균 나이 일흔, 네 할배가 뭉친 이유.


[비밥바룰라]는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 최선자, 성병숙, 정영숙 등 노년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본격적인 시니어무비입니다. [반드시 잡는다]처럼 시니어무비를 흉내만 낸 영화는 아니라는 점에서 일단 제가 점수 한점을 따고 들어갑니다. 어느날 병원에서 암 선고를 받은 영환(박인환)이 친한 친구들과 함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집을 장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비밥바룰라]의 주요 내용입니다.

일단 영화는 처음부터 병원에서 큰 충격을 받고 나와 휘청이는 영환의 모습으로 시작함으로써 영환의 병을 숨길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영환은 손님없는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현식(임현식),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고 있는 선배 순호(신구)와 만나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제안하고, 연락이 끊긴 선배 덕기(윤덕용)를 찾아나섭니다. 그리고 영환의 집에는 네 할배와 치매에 걸린 할매가 동거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환의 죽음은 이미 예정되어 있습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 영환은 행복했던 순간을 간직한채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조용히 끝을 맺습니다.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사실 저는 [비밥바룰라]를 감상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너그러운 시선으로 영화를 대할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언젠가는 늙을 것이고, 그땐 제가 즐길 수 있는 시니어무비가 많았으면 좋겠기 때문입니다. 저는 [비밥바룰라]가 그 시작을 알리는 영화이기를 진심으로 바랬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기대와는 달리 [비밥바룰라]는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습니다.

일단 영화에서 볼거리가 너무 부족합니다. 영환의 죽음으로 감동을 되살리기엔 이미 영화 첫 장면부터 영환의 죽음을 예견하게 만들어놓아 미지근했고, 덕기를 사기꾼들에게 구하는 장면의 스릴을 기대했지만 영환의 아들 민국(김인권)이 경찰이라는 설정으로 너무 쉽게 해결됩니다. 치매에 걸린 아내 미선(최선자)를 향한 순호의 지고지순, 첫사랑 혜자(성병숙)을 만난 현식의 행복, 덕기의 가족과의 화해 등 [비밥바룰라]는 감동적인 꽤 많은 설정들을 지니고 있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합니다.

영환, 순호, 현식, 덕기의 사연이 좀 더 소개되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성재 감독은 뭐가 그리도 바쁜지 사연 설명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웃기지 않는 에피소드들만 늘어놓습니다. 암에 걸린 영환의 죽음으로 감동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도 있었을텐데, 영환의 조용한 죽음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이마저도 이루지 못합니다. 아무리 시니어무비라도 기본적인 영화 재미는 갖추고 있어야합니다. 그런 면에서 [비밥바룰라]는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