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션 베이커
주연 : 키타나 키키 로드리게즈, 마이아 테일러
개봉 : 2018년 1월 25일
관람 : 2018년 2월 28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보기 전, 션 베이커 감독의 전작부터 확인하고 싶었다.
요즘 제가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영화 중 한편은 [플로리다 프로젝트]입니다. 디즈니월드 건너편 매직캔슬에 사는 귀여운 6살 꼬마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친구들의 모험을 다룬 이 영화는 얼핏 [문라이즈 킹덤]의 감수성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영상미를 갖춘 영화로 보입니다. (그러고보니 두 영화 모두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국내 흥행은 어려워도 3월에 꼭 챙겨봐야할 영화 1순위입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개봉하기 전, 제 눈에 띄인 것은 션 베이커 감독의 전작인 [탠저린]입니다. 2015년 만들어진 [탠저린]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로 션 베이커 감독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라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탠저린]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남친대신 감옥에서 한달가량 있다가 나온 트랜스젠더 신디(키타나 키키 로드리게즈). 그런데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남친 체스터(제임스 랜슨)이 진짜 여자 다이나(미키 오하간)과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체스터의 배신에 완전 꼭지가 돌아버린 신디는 절친 알렉산드라(마이아 테일러)와 함께 추문의 진상을 밝히기위해 LA거리를 휘젓고 다닙니다.
단순한 소동극이 아니다.
처음에 저는 [탠저린]이 신디의 단순한 소동극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니 션 베이커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은 단순 소동극이 아닌 모두가 가짜인 LA 라는 도시에 대한 풍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주인공인 신디와 알렉산드라는 트렌스 젠더, 즉 가짜 여자입니다. 신디가 체스터의 외도에 꼭지가 돌아버린 것은 그가 진짜 여자와 바람을 피웠기 때문입니다.
[탠저린]에서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인 택시기사 라즈믹(카렌 카라굴리안)은 겉보기엔 행복한 가정을 꾸린 가장처럼 보이지만, 그의 결혼 생활은 거짓으로 가득찼습니다. 그는 트랜스젠더에게 끌리는 동성연애자로 신디가 출소했다는 말을 듣고 가족의 크리스마스 파티도 외면한채 신디를 찾아 나섰다가 장모에게 덜미가 잡히고 맙니다.
눈이 내리지 않는 크리스마스. 아르매니아에서 온 라즈믹의 장모는 여름 날씨인 LA의 크리스마스를 두고 크리스마스조차 가짜인 것 같다고 투덜거립니다. 그것은 [탠저린]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온갖 화려함으로 가득찬 LA.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온갖 가짜들만이 가득 차있습니다. 가짜 여자, 가짜 사랑, 가짜 우정, 가짜 결혼생활, 그리고 가짜같은 크리스마스까지...
모두가 가짜이지만 작은 희망은 진짜이다.
신디가 체스터와 바람을 피운 창녀 다이나(미키 오하간)를 끌고 LA거리를 휘젓는 동안 알렉산드라는 자신의 크리스마스 공연을 위해 거리의 친구들에게 초대장을 나눠줍니다. 하지만 막상 알렉산드라의 공연에 온 것은 신디와 신디 때문에 억지로 끌려온 다이나 뿐입니다. 결국 모두가 가짜이지만 신디와 알렉산드라의 우정 만큼은 진짜였던 셈입니다.
물론 알렉산드라와의 우정 역시 가짜로 의심받는 순간도 있습니다. 알렉산드라가 체스터와 딱 한번 잠자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신디는 혼란과 배신감에 휩싸이지만, 신디가 험한 꼴을 당할 때 그녀의 곁에 있어준 알렉산드라의 우정은 가짜가 아닌 진짜임이 영화의 후반부에 밝혀집니다.
[탠저린]은 활기찬 코미디로 꾸며졌지만, 영화의 정서는 진짜가 될 수 없는 가짜들의 슬픔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슬픔 속에 신디와 알렉산드라의 진짜 우정을 배치함으로써 작은 희망을 남겨둡니다. 9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동안 션 베이커 감독은 이 모든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확실히 범상치 않은 감독임에 분명합니다. 이제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새로운 천재 감독의 등극을 바라보는 것만 남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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