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오우삼
주연 : 장한위, 후쿠야마 마사하루, 치웨이, 하지원, 쿠니무라 준
개봉 : 2018년 1월 25일
관람 : 2018년 2월 21일
등급 : 15세 관람가
추억의 이름 오우삼의 영화를 만나다.
만약 [맨헌트]가 오우삼 감독의 영화가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제 관심에서 멀어졌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배우인 하지원이 출연했지만, 이미 손예진이 출연한 한중 합작영화 [나쁜놈은 죽는다]와 이준기가 출연한 중국영화 [시칠리아 햇빛아래]를 통해 우리나라 배우의 출연이 영화의 재미와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적이 있기에 하지원의 출연만으로 [맨헌트]를 보러 극장으로 달려갈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우삼이 연출한 액션 느와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요즘 영화팬들에게 오우삼 감독은 한때 할리우드에서 활약한 적이 있는 중국감독에 불과할테지만, 80, 90년대 홍콩 느와르에 흠뻑 빠진 경험이 있는 저와 같은 중년 영화팬에게 오우삼이라는 이름은 젊은 시절 아름다웠던 추억과도 같습니다. 당시 봤던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 [첩혈쌍웅], [종횡사해]는 제가 영화광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영화들입니다.
그런 오우삼이 [맨헌트]로 돌아왔습니다. 아! 물론 그는 지금까지 꾸준히 중국에서 영화를 만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봉한 오우삼 감독의 영화는 2009년에 개봉한 [작벽대전 2 : 최후의 결전]이후 무려 9년만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마음과는 달리 [맨헌트]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달려가지는 못했습니다. [맨헌트]를 상영하는 극장이 거의 없었고, 상영하더라도 고질적인 교차상영으로 연차 휴가를 내지 않는한 [맨헌트]를 극장에서 볼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스릴러 영화로써는 미숙하다.
아쉽게 극장에서는 놓쳤지만 [맨헌트]가 워낙 빨리 다운로드 서비스가 오픈한 덕분에 제가 [맨헌트]를 보는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맨헌트]는 한 일본의 술집에서 옛날 영화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손님 두 추(장한위)와 술집 주인 레인(하지원)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곧이어 레인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레인은 킬러로 술집 주인으로 위장한채 일본 야큐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뒤이어 레인의 멋진 총격씬이 펼쳐지며 [맨헌트]는 오우삼의 화려한 귀환을 알립니다.
화려한 총격씬이 인상적인 오프닝 이후에는 살인 누명을 쓴 변호사 두 추가 경찰에 쫓긴다는 스릴러 영화의 일반적인 전개로 영화가 진행됩니다. 두 추를 쫓는 것은 냉혹한 일본형사 야무라(후쿠야마 마사하루). 그는 두 추를 쫓으며 이 사건엔 뭔가 다른 음모가 있음을 눈치챕니다. 그러면서 두 추와 함께 사건의 배후인 유명 제약회사의 비리를 캐내려합니다.
솔직히 오우삼 감독은 스릴러 영화와는 잘 맞지 않나봅니다. [맨헌트]의 기본적인 스토리 전개는 전형적인 스릴러 영화이지만, 스릴러 영화라면 마땅히 가지고 있어야 할 미덕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진실은 너무 뻔히 눈에 보이고, 진범 또한 아예 대놓고 "내가 나쁜 놈이요."라며 선언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맨헌트]에 원한 것이 치밀한 스릴러 영화가 아닌 오우삼의 액션 느와르이기에 스릴러 영화로써의 미숙함은 그냥 눈감고 넘어가줄만합니다.
몇몇 인상적인 액션, 하지만 아쉬운 후반부
분명 [맨헌트]를 스릴러의 장르로 판단한다면 욕을 한바가지 하고 싶을 정도로 빈틈이 슝슝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기대했던 오우삼 감독 특유의 액션으로 판단한다면 최소한 중반부까지는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특히 오우삼 감독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흰비둘기가 이번 영화에서도 등장합니다. 두 추와 야무라의 충격씬 와중에 화면에 잡힌 흰비둘기 모습은 30년전 아련한 추억을 깨워줘 영화를 보는 제게 활홀감을 맛보게 했습니다.
마유미(치웨이)의 시골 별장에서 오토바이를 탄 킬러 집단과의 총격씬도 좋았습니다. 요즘 영화팬들은 이 말도 안되는 총격씬에 딴지를 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단 세명에서 수십명의 오토바이를 탄 킬러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긴 합니다. 하지만 [영웅본색]에서도 그랬고, [첩혈쌍웅]에서도 그랬습니다. 오우삼의 액션 느와르는 원래 그랬고, 그것이 저와 같은 중년 영화팬들을 열광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두 추가 텐진 제약회사의 음모를 알고 직접 텐진 제약회사의 연구소로 찾아가는 장면에서부터 저는 [맨헌트]에 아쉬움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약물로 인하여 강화된 인간병기를 만든다는 사카이 회장(쿠니무라 준)의 야망도 새로울 것이 없고, 아무 대책없이 자신을 도와준 노숙자 동료들과 함께 텐진 제약회사의 연구소에 제 발로 들어간 두 추도 한심해 보였습니다. 두 추를 구하기 위해 홀홀단신으로 텐진 제약회사를 찾아간 야무라도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고, 느닷없는 레인의 배신과 죽음(그녀는 두 추에 안겨 옛날 영화는 원래 이렇게 끝난다고 말합니다.) 강화 인간과의 액션 등은 아무리 오우삼 감독의 영화라고 할지라도 참고 봐줄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의 리메이크라 하더라.
[맨헌트]는 1976년 일본 영화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의 리메이크라고합니다.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를 좋아했던 오우삼 감독은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의 주연배우인 다카쿠라 겐이 2014년 사망하자 [맨헌트]를 그에 대한 헌사로 기획했다고합니다.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를 본 적이 없는 저로써는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와 [맨헌트]의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쉽네요.
하지만 오우삼 감독의 인터뷰 기사에 의하면 텐진 제약의 신약에 대한 진실은 원작 소설에는 있었지만,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에는 없었던 부분이라고합니다. 만약 [맨헌트]도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처럼 신약에 대한 진실을 빼버렸다면 나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맨헌트]는 이래저래 만감이 교차하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초, 중반까지는 오우삼 감독 특유의 액션 덕분에 옛 추억이 생각나 행복했지만, 약물 강화인간이 나오기 시작하는 후반부는 너무 실망스러워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러고보니 오우삼도 이제 나이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군요. 어쩌면 [영웅본색], [첩혈쌍웅]처럼 그가 40대에 만든 느와르 영화는 더이상 불가능할지도... 그리고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하지원의 킬러 동료로 나오는 엔젤레스 우(오비하)는 오우삼 감독의 친 딸이라고합니다. 어쩐지 넉넉한 체격의 여성 배우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킬러로 나와 의아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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