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우디 앨런
주연 : 케이트 윈슬렛, 저스틴 팀버레이크, 주노 템플, 제임스 벨루시
개봉 : 2018년 1월 25일
관람 : 2018년 3월 15일
등급 : 15세 관람가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실 3월 15일에 볼 영화는 [쓰리 빌보드]였습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과 더불어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받은 영화로 저는 일찌감치 기대작으로 선장한 후 불법 다운로드 영화의 유혹을 애써 뿌리치고, 극장에서 개봉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저녁에 시장에 장 보러 가자는 구피의 한마디에 [쓰리 빌보드] 예매를 취소하고 퇴근 후 곧바로 집에 가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피가 피곤하다는 핑계로 결국 시장엔 가지 못했지만... (우쒸~)
비록 [쓰리 빌보드]를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지만 제겐 차선책이 있기에 그다지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제 차선책은 최근 oksusu에서 프리미어로 풀린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원더 휠]입니다. 솔직히 저는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거장이라 불리우는 감독의 영화가 거의 그러하듯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들도 몇몇 영화들을 제외하고는 제게 지루함만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우디 앨런 감독의 그 수많은 영화 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와 [미드나잇 인 파리] 단 두편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리 빌보드]를 미룬 아쉬움을 [원더 휠]로 풀으려 했던 이유는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을 맡은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케이트 윈슬렛은 [타이타닉]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배우이지만, 저는 [타이타닉]이전 [센스 앤 센서빌리티]와 [쥬드]를 통해 케이트 윈슬렛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중년이 된 후 [레볼루셔너리 로드]와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를 통해 보여준 그녀의 세밀한 연기는 [윈더 휠]도 자연스럽게 기대하게끔 만들었습니다.
1950년 대 코니 아일랜드의 두 여자 이야기
[원더 휠]은 1950년대 뉴욕 근교의 유원지 코니 아일랜드를 배경으로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불안한 표정으로 코니 아일랜드에 들어선 캐롤라이나(주노 템플)입니다. 그녀는 5년전 아버지 험티(제임스 벨루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갱 출신의 남자와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FBI에 남편의 범죄 사실을 고발한 후 남편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무일푼이 된 그녀는 더이상 갈 곳이 없자 아버지를 찾아온 것입니다.
캐롤라이나가 만난 것은 새엄마인 지니(케이트 윈슬렛)입니다. 그녀는 한때 촉망받는 여배우였지만 지금은 코니 아앨린드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아무런 희망없이 하루 하루를 살아갈 뿐입니다. 남편인 험티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매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남자이고, 전 남편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툭하면 방화를 저지르고 다니는 말썽꾼입니다. 그런데 이제 캐롤라이나라는 또 하나의 짐이 그녀 에게 짊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두 여자 사이에는 해변 안전요원 믹키(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있습니다. 그는 지니의 내연의 남자로 지니에겐 코니 아일랜드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느다란 한가닥 희망입니다. 하지만 믹키는 연상의 지니보다는 연하의 캐롤라이나에게 점차 빠져듭니다. 이렇게 예상하지 못했던 삼각관계가 만들어지며 지니와 캐롤라이나의 비극은 시작됩니다.
믹키가 쓰고 싶었던 비극 이야기
[원더 휠]은 기본적으로 지니와 캐롤라이나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화자는 믹키입니다. 두 여자와 동시에 사랑에 빠진 양다리남 믹키는 졸업후 극작가를 꿈꿉니다. 그는 지니에게 주인공이 약점 때문에 파멸하는 비극을 쓰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지니가 쓰고 싶다는 비극은 묘하게 지니와 캐롤라이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험티와 함께 코니 아일랜드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살아가는 지니의 삶 자체가 비극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비극은 그녀가 스스로 초래한 것입니다. 그녀가 촉망받던 배우 시절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한 드러머 출신의 남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바람을 피웠고, 그 사실을 알게된 남편은 그녀의 곁을 떠납니다. 죄책감에 술에 빠져든 그녀는 극단에서 해고되고, 험티를 만나 지금 이 지경이 된 것입니다. 믹키가 "내 비극적 결함은 너무 로맨틱하다는 거죠. 그 노래 아세요? <사랑에 너무 쉽게 빠져요>"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지니가 "누군가의 비극이 그 사람 탓이라고 봐요?"라며 발끈하는 것은 그녀의 그러한 과거 때문입니다.
너무 쉽게 빠진 사랑 때문에 비극의 주인공이 된 것은 캐롤라이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그땐 너무 어렸어요."라고 항변했지만 이탈리아 출신 갱을 남편으로 선택한 것도 그녀 자신입니다. 이렇게 너무 쉽게 빠진 사랑 때문에 이젠 목숨이 위태로운 도망자 신세가 됩니다. 그런데 코니 알랜드에 와서도 그녀는 변하지 않습니다. 믹키와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짐으로써 그녀의 비극은 또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이라는 약점 때문에 파멸하는 두 여자 이야기
결국 지니와 캐롤라이나는 믹키가 쓰고 싶었던 비극적 이야기의 주인공이 됩니다. 지니는 믹키와 함께 코니 아일랜드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지만 결코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저 그녀가 싫어하는 낚시와 야구 관람을 권유하는 무신경한 험티와 여전히 불을 지르고 다니는 아들과 함께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것이 그녀에게 주어진 비극입니다.
캐롤라이나는 남편이 보낸 킬러에게 잡혔습니다. [원더 휠]은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결코 알려주지 않습니다. 어쩌면 생매장되어 생을 마감했을 수도 있고, 남편의 곁에 돌아가 그녀 매질을 버티며 하루 하루 의미없이 살아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무엇이 되었건 그녀에겐 지옥과도 같은 비극일 것입니다.
우디 앨런 감독은 1950년대의 고풍적인 분위기 속에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 댓가로 비극에 빠진 두 여자의 이야기를 가볍게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누군가의 비극이 그 사람 탓인가요?" 지니가 그러한 질문을 단졌을 때 믹키는 "운명이 큰 역할을 하죠. 인생엔 통제불능인 것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때 지니는 "그래도 자초한 문제들은 예외겠죠."라고 되묻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니와 캐롤라이나의 비극은 스스로가 자초한 것입니다.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 싶지만, 결국 대부분의 비극은 스스로의 탓입니다. 그래서 [원더 휠]은 공허한 지니의 눈빛으로 영화를 끝냅니다. 그녀의 비극은 그녀 스스로 자초한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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