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검은 집] - 공포영화를 혼자 보다.

쭈니-1 2009. 12. 8. 19:54

 



감독 : 신태라
주연 : 황정민, 강신일, 유선, 김서형
개봉 : 2007년 6월 20일
관람 : 2007년 7월 3일
등급 : 18세 이상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5월 첫째 주 [스파이더 맨 3]부터 시작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박스오피스 1위 점령은 [검은 집]에 의해 끝이 났습니다. 한국영화로는 [극락도 살인사건]이후 8주 만에 [검은 집]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탈환한 겁니다.
방통대 기말고사 시험공부로 정신이 없었던 지난주, 이 소식을 들은 저는 다른 영화는 몰라도 [검은 집]만큼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은 집]이 개봉 당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개봉은 없었지만 [오션스 13]이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었고, [슈렉 3]도 가족 단위 관객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었으며, 비슷한 분위기의 할리우드 공포영화 [4.4.4.]가 [검은 집]과 함께 개봉하는 등 분명 불안요소는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은 집]의 박스오피스 1위 탈환은 분명 큰 성과였던 거죠.
하지만 막상 [검은 집]을 보려고 결심하고 나니 보기가 꺼려지더군요. 이유는 [극락도 살인사건]때문입니다. 8주 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던 [극락도 살인사건]은 [검은 집]과 마찬가지로 공포스릴러를 표방한 영화이며 전통적인 공포의 소재인 귀신보다는 사람에 의한 공포를 소재로 한 것도 같았습니다. 한마디로 [극락도 살인사건]과 [검은 집]은 공통점이 꽤 많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극락도 살인사건]에서 불현듯 튀어나온 머리 풀어헤친 귀신에 대한 악몽이 아직도 생생한 저로써는 [검은 집]에서도 그런 귀신이 튀어나올까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영화보기 전 먼저 이 영화를 본 친구에게 '[검은 집]에 귀신 안 나오지?'라고 물어봤죠.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귀신은 안 나오지만 괴물은 나와.'였답니다.
귀신과 괴물. 비슷해 보이지만 느낌은 확연히 틀립니다. 왠지 귀신은 머리 풀어헤친 여자일 것 같고, 괴물은 흉측한 모습을 한 남자일 것만 같은... 그래서 '여자 귀신은 무섭지만, 남자 괴물이라면 안 무서워.'라는 생각으로 큰 용기를 내어 혼자 극장으로 향했답니다. 하지만...


 

 


믿음은 무너지고...

혼자 용기를 내어 극장에 갔습니다. 관객들이 별로 없어서 극장 안에 나 혼자 앉아 있으면 어쩌나하는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도 극장 안엔 사람들이 꽤 많았고, 제 옆자리엔 든든하게 생긴 남자분이 앉아 주시더군요. 모르는 사람이긴 하지만 비명 지르는 여자가 옆자리에 앉는 것보다는 남자가 앉는 것이 겁 많은 제겐 훨씬 도움이 된답니다. ^^
자! 이쯤에서 제가 [검은 집]을 혼자 볼 결심을 한 용기의 원천을 이야기해야겠군요. 물론 오랜만에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한국영화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장르인 스릴러에 대한 기대감도 한 몫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황정민과 강신일에 대한 믿음이 컸습니다.
황정민은 누가 뭐래도 참 연기 잘하는 배우입니다. 그리고 인간성이 참 좋아 보이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직접 만나보지 못한 관계로 실제 그가 인간성이 좋은지는 알 수 없지만 암튼 그의 대외적 이미지는 차인표와 함께 바른생활 사나이 분위기를 물씬 풍기죠. 그런 황정민의 존재는 [검은 집]을 선택하는데 참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영화가 무섭더라도 옆집 형님 같은 든든한 황정민이 스크린 속에서 떡 하니 버텨준다면 아무것도 무섭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강신일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가 이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악역입니다. 인간의 마음이라고는 어디에도 없는 사이코패스입니다. 그렇기에 [검은 집]의 공포는 강신일에 의한 것입니다. 최소한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강신일이라면 무섭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을 풍기는 강신일의 공포 연기라면 두려움에 떨지 않으며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던 거죠.
하지만 영화가 중반부에 흐르자 이 모든 믿음이 무너집니다. 박충배(강신일)는 정작 가장 중요한 후반부엔 나오지도 않고, 전준오(황정민)는 공포에 질려 무너집니다. 제가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영화를 봤던 것은 정확히 그때부터였습니다.


 

 


귀신보다 무섭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말한다면 이 영화의 반전은 반전이라고 부를 것도 없습니다. 전반부(거의 첫 장면)에 너무 쉽게 드러나니까요. 물론 전준오가 깨닫는 것은 중반부 이후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서 최대한 자제하며 글을 쓰겠습니다.
암튼 황정민과 강신일에 대한 든든한 믿음이 무너지는 그 순간 확실히 [검은 집]의 공포는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공포라는 것이 아무래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초인적인 귀신이 아니기에 [극락도 살인사건]보다는 덜 무서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태라 감독은 관객들이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처럼 '강신일이라면 안 무서워.'라고 방심할 관객들을 위해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으며 그 카드는 한국적인 귀신의 외형을 띄고 있습니다. 마치 '무서워해라!'라며 관객들 앞에서 주문을 거는 신태라 감독의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결국 그러한 신태라 감독의 의도는 [검은 집]을 스릴러보다는 공포 장르에 가깝게 만들었으며, 굳이 말한다면 공포의 외형은 한국적인 귀신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동양적인 공포보다는 슬래셔무비를 표방한 서양적 공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사지절단 장면이 후반부에 자주 등장하고, 마지막 장면까지 할리우드 공포영화의 라스트를 착실하게 따라갑니다.
그래도 역시 무섭긴 무섭더군요. 아직 제겐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보다는 귀신이지만 사람도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 신태라 감독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한 밤중 혼자 길을 걸을 때 누군가 낯선 사람이 제게로 걸어오면 정말 무섭거든요. 갑자기 그가 칼을 꺼내 절 찌를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이라는 존재, 특히 이 영화의 소재인 사이코패스 같은 인간의 마음이 없는 사람은 확실히 무서운 존재임에는 분명합니다.
전준오는 말합니다. 저 안에 사람이 있다고... 인간의 마음이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닌 괴물이라는 형사의 말에 그는 대답합니다. 그도 사람이라고. 순간 ‘귀신 안 나오지?’라는 제 물음에 '귀신은 안 나오지만 괴물은 나와.'라고 대답했던 친구가 생각나는 군요. 과연 그는 사람일까요? 괴물일까요? 영화를 보고나서 문득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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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행자
ㄷㄷ;;;개인적으로 한국 공포영화는 보면서 실망한 작품이 많아서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분신사바랑 가위 여우계단 등등;;보고나서 극장을 나오며 그 영화를 보자한 친구를 같이본 애들끼리 사이좋게 집중구타(묵념 =ㅅ=)한 기억만 날정도였으니깐요;;쩝;;그 이후론 한국공포영화는 꺼리게되고 봐도 기껏해야 비디오나 컴퓨터로(크흠;;) 볼정도가 되버렸네요;;  2007/07/24   
쭈니 전 [가위]는 재미있게 봤는데...
[분신사바]는 못봤고, [여우계단]은 보긴 했는데 약간 실망.
그래도 당시 공포영화는 그런데로 재미있었습니다.
최소한 제겐... ^^
하지만 요즘 공포영화는 그저 귀신만 기어나오면 다니 원... 그래서 무서워못보지만... ^^;
 2007/07/24   
영화찾아삼만리
전.. [폰]을 밤 12시에 극장에서 봤는데 .. 정말 무서웟습니다.... 옆에 앉아있떤 여자분의 비명소리가 .. ㄷㄷㄷㄷ  2008/10/26   
영화찾아삼만리
나름 재밌었고.. 후유증이 심햇던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디선가 울려퍼지는 핸드폰 벨소리 .. @@ 덕분에 음악벨소리 다운에 심취 했었드랬죠 ㅠ.ㅠ
역시 공포영화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언제 어디서 보느냐가 더 관건인듯 싶습니다.... 물론 저 개인의 생각입니다. ㅋㅋㅋ
 2008/10/26   
쭈니 저도 [폰]을 극장에서 봤는데... 마지막 장면은 정말 후달달...
영화찾아삼만리님의 의견대로 공포영화는 어디에서 누구와 보느냐가 중요한듯...
전 구피와 함꼐 보면 구피의 손을 꽉 잡고 공포를 이겨냅니다.
하지만 혼자보면?
으흐흑~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
 2008/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