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일본인디필름 페스티벌 리턴] - 카모메 식당

쭈니-1 2009. 12. 8. 19:53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주연 : 코바야시 사토미, 모타이 마사코, 키타기리 하이리
개봉 : 2007년 6월 28일
관람 : 2007년 7월 2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이 영화가 왜 도쿄 팝 제너레이션이지?

'일본인디필름 페스티벌 RETURNS'의 세 가지 섹션 중 '도쿄 팝 제너레이션'은 청춘 영화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TV 드라마로 소개된 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영화로까지 제작되었다는 [키사라즈 캐츠아이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예이죠. 이번 '일본인디필름 페스티벌 RETURNS'에서는 [키사라즈 캐츠아이 일본시리즈]와 [키사라즈 캐츠아이 월드시리즈]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모메 식당]은 좀 의외입니다. 이 영화는 엄밀하게 말한다면 청춘 영화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인공들은 중년의 여성들이며, 영화의 전개도 청춘 영화라고 하기엔 상당히 느립니다. 오히려 [스핏 파이어 그릴],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류의 여성 영화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네요.
[카모메 식당]이 왜 '도쿄 팝 제너레이션 섹션'에 소개되었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암튼 [웃음의 대천사],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에 이어 [카모메 식당]을 봤습니다. 낯선 핀란드에서 세 명의 일본 여성들이 우정을 쌓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영화를 보는 내내 '열린사회와 21세기'라는 과목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만약 이 영화를 여성 영화적인 측면에서 바라봤다면 '훈훈한 영화'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겠지만 핀란드라는 낯선 땅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방인으로써의 사치에 시점으로 영화를 봤기에 '이 영화 너무 낙천적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열린사회와 21세기 : 원격지 민족주의를 형성한 그녀

원격지 민족주의란... 베네딕트 앤더슨이라는 학자가 주장한 것으로 이민노동자들이 정착한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정신적 존립을 가능케 하는 상상의 공동체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카모메 식당]의 사치에(코바야시 사토미)는 무작정 핀란드에서 일본의 주먹밥을 주메뉴로 하는 음식점을 개업합니다. 하지만 일본 문화의 마니아인 토미를 제외하고는 손님이 좀처럼 들지 않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낯선 일본 여성의 식당을 보며 수근 거리기만 할뿐 들어와 음식을 먹으려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무작정 핀란드로 여행 온 미도리(모타이 마사코)와 마사코(가타기리 하이리)라는 새로운 동지들이 생기고 그녀들과 함께 사치에는 식당을 성공적으로 운영합니다.
물론 사치에는 이민노동자가 아닙니다. 그녀는 단지 핀란드라는 낯선 땅에 식당을 운영하는 여성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민노동자들처럼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사치에가 핀란드에서 이방인의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핀란드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먼저 다가간 것이 아니라 같은 일본인 여행객인 미도리에게 먼저 접근하여 친구로 삼는 것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핀란드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주먹밥으로 식당의 활로를 찾으려는 미도리에게 주먹밥은 일본식이 최고라며 고집을 피우는 사치에의 고집이 답답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원격지 민족주의의 이론처럼 새로운 사회에의 편입보다는 상상의 공동체를 추구하며 오히려 더욱 자신의 고립성을 견고하게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열린사회와 21세기 : 열린사회를 향한 그녀들의 판타지

하지만 영화는 사치에의 식당이 핀란드에서도 대성공을 이루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결국 일본적인 것을 추구했던 사치에의 고집이 통했던 거죠.
그러나 사치에의 식당이 핀란드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계기는 그녀가 주메뉴로 내세운 주먹밥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시나몬 빵입니다. 결국 일본적인 것을 추구했던 사치에는 서양식 빵을 통해 핀란드 사람들과의 열린사회를 이루어낸 것입니다.
그 이후엔 마치 마법처럼 사람들이 식당을 찾게 되고 점차 그들은 시나몬 빵에서 일본식 돈까스나 닭튀김 요리에 맛을 들이고 결국 주먹밥도 받아들이게 됩니다. 사실 너무 낙천적인 결론을 넘어서 판타지 같은 결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치에는 과연 핀란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요? 그녀는 상당히 수동적인 행동을 취합니다. 가게에 들어선 사람들과만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지속합니다. 그녀에게 핀란드인은 가게의 손님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핀란드 여성과 친구 사이를 이루지만 그것은 그녀가 가게에 먼저 발을 디뎠기 때문에 가능했을 뿐, 만약 가게 밖에서 서성였다면 영원히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결국 사치에는 국경을 넘어 핀란드에 식당을 여는 어떤 의미에선 세계화, 열린사회를 개척한 선구자이지만 타민족에 대한 열린 마음은 부족했던 캐릭터입니다. 만약 핀란드 사람들이 먼저 사치에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지 않았다면 사치에는 일본적인 주먹밥만 고집하다가 조용히 식당 문을 닫았겠죠.
그렇기에 저는 이 영화의 판타지스러운 결말이 별로 맘에 안 들었습니다. 사치에가 식당 밖 핀란드 사람들과 교감을 하고 그러한 교감을 통하여 핀란드 사람들을 이해하며 그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길 바랬지만 여전히 사치에는 식당이라는 공간에 숨어 일본인 친구들과 교감을 나눌 뿐입니다.
수영장에서 사치에의 성공에 핀란드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는 상상 속 장면은 그렇기에 참 어이없습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낙천성은 알겠지만 좀 지나친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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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저도 얼마 전에 봤는데
'편안하고 부담없이 재미있는 영화' 였지만
저는 왜인지 '낙천적'이라는 칭찬의 언어보다
너무 '오만' 하다는 불쾌한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식당 안에 가만히 앉아서 넙죽 받아먹기만 하면서
이쁜척 멋있는척은 있는대로 다 하는건 아닌지...

'계피롤'을 가지고 핀란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게
일본식 사고방식 같기도 했어요.
어디 가서나 남의 것을 거부하지 않고 자기것처럼 만들고 인정받으려는... 게다가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인지 '자만'인지 모를 왠지 소름끼치는 생각...


재미있는 영화였으나 감상 후에는
왠지 뭐가 많이 걸리더라구요.
 2007/07/08   
쭈니 저와 많이 비슷하시군요.
하지만 의외로 이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아마 여성영화의 외형을 띄고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
 2007/07/08   
아.. 이 영화 요기 숨어 있었네요.. 맞아요 여자들이 좋아하는.. 뭔가 알수 없는 승리감과.. 홀로 외로히 낯선곳에 정착한 용기와.. 기타 등등..  2008/09/01   
이 영화는 현실적인 생각으로만은 볼 수 없는 영화인것 같습니다. 아마도 감독도 그것을 알고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두운것을 어둡게 있는그대로 그리려는게 아니라 밝게 그리고 싶어하는것같습니다. 아마도감독만의 스타일이겠죠. 아주 소박한것으로 교감을 시작한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단지 계피롤 하나로 핀란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것 같구요, 계피롤에서 시작해서 오니기리처럼 작고 소박하면서 마음이 담긴것으로, 낯선 나라의 사람들과 서서히 교감을 해나간다고 보는것이 좋을것 같아요. 계피롤로 변화를 주었기에 핀란드인들의 마음이 움직인것이고 가게에 들어섰을때 사치에의 마음과 정성이 가게 곳곳, 그리고 음식에 묻어있어 그들도 마음을 열게 되었던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단지 음식에만 초점을 맞추고 보실것이 아니라 소소한것을 눈여겨 보시면 작고 소박한것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자하는 사치에의 마음을 통해 감독이 나타내려고 하는것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사치에는 사랑을 전하는 신! 이런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영화에 나오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픔이 있는 사람이고 경계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단지 다른사람들보다 조금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나누길원해 아는사람 하나 없는 나라에서 식당을 차린것입니다. 단지 먼나라 까지와서 식당을 차릴정도로 당찬사람이 좀더 다양한 시도를 하지않고 한달동안 사람이 없는데 접시만 닦고 있는다는것은 캐릭터 성격상 조금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이영화는 인생의 어둡고 밝음을 아주 가볍게 담고있는 정말 담백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가지고있는 슬픔들 아픔들을 심각하게 생각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자나요~ 정말 사무치게 힘든일이 아닌 견딜수있을만큼의 아픔들은 이왕 견뎌내는것 좀더 좋고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면 사는게 덜괴롭지않을까요? 때론 무작정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요상한 날들도 있자나요.
 2008/10/07   
쭈니 윤님과 정님의 댓글 뒤늦게 발견!!! ^^
특히 정님의 글은 뭐랄까 심도깊네요.
전 여성 영화를 꽤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좀더 당찬 여성이 나오는 여성영화를 좋아했나봅니다.
어두운 것을 밝게 그리는 것.... 뭐 그것엔 공감하지만 역시 그래도 이 영화엔 공감이 좀 어려운... ^^;
 2008/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