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러브&트러블] - 오해가 부른 유쾌한 사랑 놀음.

쭈니-1 2009. 12. 8. 19:51

 



감독 : 알렉 케시시안
주연 : 브리트니 머피, 산티아고 카브레라
개봉 : 2007년 6월 14일
관람 : 2007년 6월 22일
등급 : 15세 이상

기말고사 앞으로 7일 후...

5월 3일부터 지금까지 거의 두 달 동안 원 없이 놀았습니다. 영화도 실컷 보고, 영화 이야기도 실컷 쓰고. 하지만 문제는 영화를 보고 또 봐도 영화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입니다. 매주 보고 싶은 영화가 새로 개봉하니 아무리 열심히 영화를 봐도 보고 싶은 영화는 언제나 넘쳐납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두 달 동안 한 것이라고는 영화보기밖에 없네요. 7월 1일 방통대 기말고사가 실시되지만 방송 강의는 단 한편도 보지 못했고, 공부 역시 손도 못 댔습니다. 그래도 방통대에 편입할 때 구피에게 장학금 타겠다고 큰소리는 쳐놓았으니 공부를 하긴 해야겠는데, 공부를 하려 책상에 앉으면 새로 개봉하는 영화들만이 눈에서 어른거리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지난 금요일에도 그랬습니다. [초속 5센티미터]가 너무 보고 싶어서 멀리 CGV상암까지 갔었습니다. [초속 5센티미터]를 보고 나서 이젠 집에 들어가 시험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제 눈앞엔 아직 못 본 영화들이 즐비하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또다시 극장 매표소에 서고 말았죠.
[검은 집]과 [러브 & 트러블] 사이에서 고민 많았습니다. [검은 집]이 보고 싶었지만 시간대는 [러브 & 트러블]이 딱 맞았죠. '그래, 빨리 영화 보고 집에 들어가서 공부해야지.'라는 심정으로 [러브 & 트러블]을 봤지만 역시나... 집에 들어와서 공부는 안하고 영화 이야기 쓴다며 시간을 다 잡아먹었네요.
앞으로 정확히 6일 남았습니다. 시험 과목은 모두 6과목이니 하루에 한 과목씩 끝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전 또다시 영화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못 본 영화들([검은 집]. [4.4.4.], [두 번째 사랑] 등등)이 눈앞에서 어른거립니다. 그냥 7월 1일까지 새 영화 개봉 안하면 안 될까요??? ^^;


 

 


좋은 남자는 게이다.

런던 보그지에서 잘 나가는 패션 에디터 잭스(브리트니 머피)는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잘 이해할 수 없는 연애관의 소유자입니다.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상처주기 싫다며 사랑 없는 섹스를 계속 합니다. 특히 그녀의 특이한 점은 게이 룸메이트인 피터와의 관계입니다. 아무리 게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한 남자이건만 그녀는 피터 앞에서 거리낌 없이 옷을 벗고 화장실에서 볼일도 봅니다. 하지만 그런 잭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러브 & 트러블]을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로 만듭니다.  
[러브 & 트러블]은 로맨틱 코미디이면서도 참 이상한 소재를 채택합니다. 그것은 바로 게이입니다. 몇몇 로맨틱 코미디에서 게이가 중요한 조연으로 등장하긴 했지만 이 영화처럼 게이를 정면에 내걸은 로맨틱 코미디는 제가 알기로는 드뭅니다. 로맨틱 코미디와 게이. [러브 & 트러블]은 이 특이한 상관관계를 통해 이전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차별화를 시도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독특한 여자 주인공 잭스와 게이라는 소재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지극히 평범한 장르를 어떻게 꾸며 놓았을까요? 그것은 '게이는 좋은 남자이다.'라는 잭스의 편견입니다.
잭스는 이성연애자이지만 이미 속물근성의 남자들에게 지친 상태입니다. 그와는 반대로 자신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룸메이트인 피터에게 편안한 마음의 쉼터를 제공받고 있었던 겁니다. 이성연애자인 옛 남자친구와는 그저 섹스만 할뿐이고, 동성연애자인 피터와는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이니, 그녀의 게이에 대한 좋은 편견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그런 그녀이기에 파올로(산티아고 카브레라)와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파올로가 동성연애자 즉 게이일 것이라 오해한 잭스는 피터에게 그러했듯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줍니다. 만약 그가 이성연애자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잭스와 파올로의 사랑은 시작조차 될 수 없었겠죠.


 

 


오해는 사랑을 낳는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가 그러하듯이 [러브 & 트러블]도 잭스와 파올로의 관계는 오해로부터 시작합니다. 오해는 사랑을 낳는다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법칙을 충실히 따른 것이죠. 결국 이 영화는 게이라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선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소재를 적극 차용함으로써 평범한 영화의 진행을 관객에게 색다르게 느끼게 하는 효과를 얻어낸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오해가 어떤 위기를 불러 올 것이며 두 주인공은 이 위기를 헤쳐 나가 사랑을 완성할까요? 만약 이전 로맨틱 코미디에선 보여주지 않았던 뭔가 특별한 그 무엇을 바란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나을 겁니다. 이 영화는 그런 모험 따위는 하지 않으니까요.
맞습니다. 게이라는 소재를 제외하고는 이 영화는 여타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비교해서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점이 오히려 이 영화의 재미입니다. 그것은 다른 장르와는 달리 장르의 법칙에 충실함으로써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어내는 로맨틱 코미디의 특징이기도 하죠.
로맨틱 코미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대부분 행복한 엔딩을 통해 사랑에 대한 환상과 유쾌함을 얻으려하고 그런 관객의 욕구는 언제나 엇비슷한 로맨틱 코미디를 탄생시킵니다. 뭔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추구하는 재미가 같다보니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영화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죠.
[러브 & 트러블]에서 시나리오 작가인 피터는 잭스와 파올로의 사랑을 영화 시나리오로 씁니다. 그는 너무 영화적인 것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현실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려고 했지만 그런 그의 의도는 영화 제작자의 손에서 좌절됩니다. 그러나 피터는 그에 대항하거나 울분을 토하지 않습니다. 그저 덤덤한 표정을 지을 뿐입니다.
재미있게도 올랜도 블룸과 기네스 팰트로우의 우정 출연으로 완성된 영화 속의 영화 장면은 [러브 & 트러블]의 정체성을 말해줍니다. 게이라는 소재를 통해 뭔가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지만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한계에 갇혀 결국은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엇비슷해져 버린 [러브 & 트러블]. 하지만 그런들 어떻습니까? 관객들이 그것을 원하고, 저 역시도 그런 전형성이 재미있었는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