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스티븐 소더버그
주연 :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알 파치노
개봉 : 2007년 6월 14일
관람 : 2007년 6월 14일
등급 : 12세 이상
인원은 늘어났지만 계획은 허술해진다.
2002년 2월. 미국 솔크레이트 동계 올림픽에서 안톤 오노의 이젠 전설이 되어 버린 할리우드 액션으로 반미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전 공교롭게도 할리우드 영화 한편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초호화 캐스팅에 빛나는 [오션스 일레븐]입니다. 범죄 스릴러 특유의 경쾌한 분위기와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유쾌한 트릭 그리고 스타급 연기자들의 완벽한 하모니가 돋보이는 [오션스 일레븐]을 저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덕분에 수많은 악플에 시달려야 했지만 말입니다.
2005년 1월. 저는 3년 만에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오션스 트웰브]를 봤습니다. 1편의 스타급 캐스팅도 모자라 캐서린 제타 존스, 뱅상 카셀까지 합세한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제겐 최고의 기대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후 제 소감은 '재미없다'였습니다. 화려해졌지만 치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허술해진 영화의 내용은 절 실망시켰습니다.
2007년 6월. 이번엔 2년 6개월 만에 3편이 개봉되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와 캐서린 제타 존스는 아쉽게 빠졌지만 알 파치노와 엘렌 바킨이 새로 합류했고, 오션의 11명의 친구들은 물론, 1,2편에서 악당 역을 훌륭하게 수행했던 앤디 가르시아와 정체를 밝힐 수 없는(반전 포인트) 마지막 멤버가 합류함으로써 13명의 오션 일당이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오션스 트웰브]에서도 그랬듯이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위한 제 포인트는 멤버가 ‘몇 명이 늘었나’가 아니고 ‘계획이 얼마나 치밀한가’입니다. 1편에 비해 화려한 캐스팅을 선보였던 2편이 재미없었던 이유는 바로 치밀함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3편인 [오션스 13]은 그런 제 기대감을 만족시켜주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오션스 트웰브]보다 더 실망스러웠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일까요?
오션 일당에게 여자는 필요 없다?
제 개인적으로 [오션스 13]의 가장 큰 아쉬움은 여성 캐릭터의 부재였습니다. 1편의 줄리아 로버츠, 2편의 캐서린 제타 존스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지는 엘렌 바킨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오션스 13]에서의 여성 캐릭터 부재는 배우의 이름값을 넘어 캐릭터 완성에서부터 절 철저하게 실망시켰습니다.
[오션스 일레븐]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테스는 오션(조지 클루니), 러스티(브래드 피트)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캐릭터였습니다. 감옥에서 출소하자마자 오션이 동료들을 모아 불가능해 보이는 범죄 계획을 세우게끔 만들었던 도화선이었으며, 오션과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의 자존심 싸움의 한가운데에서 당당하게 서있었던 여신이었습니다. 만약 테스가 없었다면 애초부터 [오션스 일레븐]이라는 영화는 탄생할 수 없었을 만큼 테스는 [오션스 일레븐]에서 중요했습니다.
[오션스 트웰브]에서 캐서린 제타 존스가 연기한 이사벨은 오션의 오른팔이자 완벽한 작전 참모인 러스티를 사랑과 더불어 곤경에 빠뜨리는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테스만큼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약간은 느슨해진 영화를 그나마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테스 역시 어김없이 오션의 12번째 멤버로 등장하여 '짝퉁 줄리아 로버츠 작전'이라는 [오션스 트웰브]에서 가장 재미있는 명장면을 만들어 냈으며 그로인하여 브루스 윌리스의 우정 출연을 더욱 빛나게 했습니다.
하지만 [오션스 13]에서 엘렌 바킨이 연기한 아비게일은 그야말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합니다. 윌리(알 파치노)의 오른팔이자 냉철한 호텔 카지노 지배인인 그녀는 라이너스(맷 데이먼)의 미남계(?)에 빠지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미남계에 빠진 영계 킬러 외에 아비게일이 [오션스 13]에 한 일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시리즈 통 털어 최악의 여성 캐릭터는 물론 최악의 악당 캐릭터까지 거머쥔 아비게일. 그녀를 보며 테스와 이사벨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돈 쳐 바르는 계획이라니...
하지만 역시 제가 [오션스 13]에 실망한 것은 오션 일당의 계획이 더 이상 치밀하지 못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오션스 시리즈]의 최대 장점은 치밀한 계획이건만, [오션스 트웰브]는 화려함만 내세웠고, [오션스 13]은 치밀함은 물론 [오션스 트웰브]의 화려함마저 없으니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깝기만 하더군요.
우선 라스베가스로 돌아온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오션스 트웰브]에서 화려함을 위해 유럽 일대를 돌아다녔지만 오히려 화려함만 남기고 치밀함은 잃었던 그들은 고향과도 같은 라스베가스로 돌아옴으로써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올바른 자세를 취합니다.
그러나 장소가 라스베가스일뿐 여전히 치밀함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오션스 일레븐]의 베네딕트의 호텔 카지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윌리의 호텔 카지노 방어막을 뚫어야 하는 오션 일당은 1편의 치밀함 대신 돈으로 쳐 바르는 무리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다보니 물주로 베네딕트를 끌어들이게 되고요. 그로인하여 오션의 12번째 멤버가 완성되긴 하지만 이렇게 돈으로 해결하려는 계획은 오션 일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카지노 호텔에 내부 첩자를 세우는 것 역시 너무나도 쉽게 해내더군요. 윌리같은 완벽주의자가 어쩌자고 이렇게 내부 직원 관리에 소홀했던 것인지 한심하기만 했습니다. 하긴 오른팔이라는 아비게일도 남자에게 홀려 이리저리 휘둘렸으니...
오션의 11명의 동료들은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지 못하고 그저 임기웅변으로 이곳저곳 땜빵하기에 바쁩니다. 이렇게 돈과 땜빵으로 근근히 버티는 오션의 계획은 치밀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단지 끈끈한 오션 일당의 팀웍만 존재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하기엔 [오션스 일레븐]의 치밀함이 너무 매력적이었기에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네요.
그나마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이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우정 출연한 중간과 마지막 장면이었으니 제가 [오션스 13]을 얼마나 지루하게 보았는지 대변하는 부분입니다. 이 영화가 [오션스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뿐입니다. 더 이상 [오션스 일레븐]의 재미에 먹칠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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