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황진이] - 너의 책임을 다하였느냐?

쭈니-1 2009. 12. 8. 19:46

 



감독 : 장윤현
주연 : 송혜교, 유지태, 류승용, 윤여정
개봉 : 2007년 6월 6일
관람 : 2007년 6월 7일
등급 : 15세 이상

임권택 감독을 만나다.

예전에 면접을 봤던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인터뷰를 하려고 하는데 인터뷰 기사를 작성해줄 수 있느냐고... 저로써는 임권택 감독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기에 당연히 'OK'했답니다.
임권택 감독의 자택에서 이루어진 인터뷰는 [천년학]의 흥행 실패 이야기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사실 인터뷰 전에 [천년학]이야기는 꺼내지 말자고 같이 인터뷰에 나선 신문사 사장과 약속을 했건만 임권택 감독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니 약간은 당황스럽더군요.
나이 70이 넘은 이 노장 감독으로써도 [천년학]의 흥행 실패는 정말 안타까웠나봅니다. 특히 임권택 감독은 [천년학]을 제작하고 투자해준 사람들에게 흥행 실패로 인하여 누를 끼쳤다고 생각하여 많이 미안해하였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는 부분이죠.
2시간동안 진행된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임권택 감독이 손수 자필 사인을 한 [춘향뎐] DVD 타이틀을 선물로 받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임권택 감독을 직접 만났다는 흥분이 쉽게 가시질 않더군요. 특히 사람에게서 감동을 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직접 느끼고 나니 임권택 감독이 왜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인지 그 이유가 가슴깊이 와 닿았습니다.
비록 [천년학]을 보지는 못했지만 임권택 감독의 소망대로 [천년학]이 재개봉하여 미처 영화를 관람하지 못한 중장년층에게 영화의 감동을 느낄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부디 죽는 그날까지 영화를 만들고 싶다던 임권택 감독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황진이]를 만나다.

임권택 감독을 인터뷰하기 24시간 전 [황진이]를 봤습니다. 요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국내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는 시점에서 [밀양]의 칸영화제 수상으로 반전의 기회를 만든 한국영화로써는 [황진이]가 그 기세를 이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맞상대는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최고의 흥행기록을 보유 중에 있는 [슈렉] 시리즈의 3편이 [황진이]와 같은 날 개봉했으니 말입니다.
[못 말리는 결혼]의 틈새시장 공략, [밀양]의 해외영화제 수상으로 인한 관객 동원이라는 편법(?)과는 달리 [황진이]는 영화 그 자체만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입니다. 그렇기에 [황진이]의 흥행 성공 여부가 국내 영화관계자들의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황진이]가 무너지게 되면 그로인한 한국영화계의 타격은 다른 영화들과 비교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황진이]도 그러한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는지 개봉 전부터 여러 화제 거리를 관객에게 제시하며 나름대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갖추고 있습니다.
영화 데뷔작 [파랑 주의보]는 실패했지만 이미 드라마를 통해 한류스타로써 자리매김한 송혜교가 [황진이]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으며, [올드 보이]의 유지태가 송혜교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습니다. 북한을 대표하는 작가인 홍석중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고,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박연 폭포의 촬영과 금강산 라스트씬을 찍었으며, 북한에서 시사회를 여는 등 북한을 최대한 활용하는 홍보도 지금까진 좋은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게다가 드라마 [황진이]가 성공하며 영화 [황진이]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증폭되는 효과까지 얻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영화 그 자체의 재미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것입니다.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호기심은 충분히 자극했으니 한국형 블록버스터로써의 재미만 획득한다면 [슈렉 3]를 꺾는 기적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황진이]는 그러한 영화적 재미를 갖추고 있을까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위용은 지니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사극 영화를 좋아합니다.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혈의 누], [왕의 남자], [음란서생] 등 최근 개봉된 사극 영화는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시대상황에 따른 극적인 스토리 전개로 언제나 절 만족시켜주었습니다.
그런 제 취향에 비춰본다면 [황진이] 역시 분명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양반의 몸으로 20여년을 살았지만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미련 없이 기생이 된 여인. 세상 모든 남자들이 그녀를 원했지만 오직 한 사람 놈이(유지태)에게만 마음을 허락한 황진이(송혜교)의 파란만장한 사랑은 사극이 주는 도도한 아름다움과 더불어 2시간 20분 동안 제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진이]를 굳이 다른 사극 영화들과 비교한다면 그 재미는 조금 떨어집니다.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와 비교해서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안타까움이 부족했고, [혈의 누]와 비교해서는 관객을 긴장하게 만드는 스릴이 부족했으며, [왕의 남자]와 비교해서는 위선적인 권력을 농락하는 도전 의식이 부족했고, [음란서생]과 비교해서는 시대적 상황을 비틀어버리는 풍자정신이 부족했습니다. 한마디로 [황진이]는 제겐 분명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다른 사극 영화보다는 재미가 없었습니다.
블록버스터의 미덕은 재미이고, 재미의 결과는 흥행입니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일수록 흥행에 실패할 경우 한국영화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블록버스터는 흥행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만 합니다. 지금의 한국영화의 위기가 그동안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흥행참패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똑바로 인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황진이]는 어떤가요? 모든 면에서 블록버스터의 위용은 지니고 있습니다. 70여억 원의 제작비와 북한을 등에 업은 마케팅, 그리고 시기적절한 개봉 시기까지. 하지만 결정적으로 블록버스터로써 지니고 있을 영화적 재미가 2% 부족합니다. 그것이 아쉽기만 하네요.


 

 


무엇이 부족한가?

[황진이]는 주인공인 황진이의 사랑을 전면으로 내세운 영화입니다. 조선 시대에 남성의 권세에 도전했던 황진이도 아니고,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뽐냈던 황진이도 아닌, 놈이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 그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윤현 감독은 그런 황진이의 슬픈 사랑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합니다. 황진이라는 인물이 워낙 다재다능하고 할 말이 많은 캐릭터이다 보니 2시간 20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황진이의 다재다능함을 이것저것 표현하는 데에 시간을 낭비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황진이와 놈이의 사랑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닌 황진이와 놈이의 사랑이었는데 말입니다.
황진이라는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보니 장윤현 감독으로써는 단지 이룰 수 업는 사랑으로 황진이를 표현하는 것이 아쉬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대한 원작소설처럼 황진이의 모든 면을 영화에서 표현할 수 없으니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표현할 것은 집중적으로 표현했어야 합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영화의 후반 놈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려 했던 황진이의 눈물이 별로 가슴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 부분에서 저도 황진이와 함께 눈물을 흘리고 슬퍼했다면 영화 [황진이]는 100점 만점의 영화였겠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아쉽기만 할 따름입니다.
다시 임권택 감독의 이야기로 넘어가면... 지금 한국영화의 위기는 영화인들이 너무 안일하게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라고 진단하였습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영화를 최선을 다해 만들고 영화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을 때 자신만만하게 관객에게 공개한다면 비록 영화가 실패하더라도 관객마저 한국영화에 돌아서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하지만 워낙 유능한 젊은 인재가 많으니 지금의 위기도 헤쳐 나갈 것이라고...
바로 그것입니다. [못 말리는 결혼]같은 영화는 관객 웃기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밀양]같은 영화는 해외 영화제에서 성과를 이루고, [황진이]같은 영화는 관객에게 최대한의 재미를 주어 흥행에 성공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황진이]는 역할에 충실했는지... 물론 결과는 몇 주후 흥행 성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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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무비
외람된 말이지만 리뷰보단 임권택감독과의 만남에.. 너 솔깃해버린.. 영화계쪽에 꿈을 갖고 있었는데.. 정말 부러워요 ㅠㅠ~  2007/06/12   
쭈니 지금 인터부 기사 써야하는데... 리뷰만 쓰다가 인터뷰 기사쓰려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  2007/06/12   
소라빵
황진이...
가족하고 1번보고 친구하고 1번봤습니다.
누나가 이 감독님이랑 잘 안다길레 내심 많은기대를 뒀었지만..
좀 실망한 영화였습니다.
솔직히 중반까진 상당히 괜찮았지만..
후반엔 단지 빨리 끝냈으면 생각이 드는 영화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것만 빼면 저도 마찬가지로 잘 만들었다고 봅니다.
 2007/06/13   
쭈니 저도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아주 살짝 실망하긴 했지만... 좀 더 영화적 재미를 늘렸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황진이와 놈이의 가슴 아픈 사랑 부분을...
 2007/06/13